서울시가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과 한국노동조합총연맹이 독식해온 시내 근로자종합복지관 운영권을 민간에 개방하기로 한 것은 양대 노총이 사유화한 시민 재산을 되찾기 위한 당연하고 마땅한 조치다. 민주노총은 마포구 강북노동자복지관에서 21년째, 한국노총은 영등포구 서울시노동자복지관에서 31년째 공짜 사무실을 써왔다. 근로자 복지를 위해 국민 세금으로 조성한 복지관이 노조 사무실로 불법 전용돼온 것이다. 해당 복지관 운영을 양대 노총에 위탁하면서 벌어진 일탈 현상이다.

고용노동부가 최근 벌인 실태조사 결과, 전국 근로자종합복지관 102곳 중 두 노총이 운영하는 복지관이 58곳(한국노총 47곳, 민주노총 11곳)으로 절반이 넘었다. 이 중 42곳에는 규정상 입주할 수 없는 산별 노조 사무실도 들어 있다. 근로자 복지와 관계없는 시설까지 입주시켜 임대료를 받는 등 사익 추구도 일삼았다. 이 과정에서 일반 근로자와 노동시장 취약 계층 이용은 오히려 제한됐다. 다른 지방자치단체도 노조 사무실로 전락한 전국 근로자복지관을 국민 품으로 되돌리는 일에 나서야 한다.

이번 조치가 양대 노총의 독점 구조를 깨는 계기로도 이어져야 한다. 두 노총의 노조 조직률은 합쳐도 14%에 불과하다. 그런데도 정부 지원금을 비롯해 온갖 교섭권과 정부위원회까지 독차지한 채 그들만의 이익을 관철해왔다. 고용부와 전국 시·도가 최근 5년간 양대 노총에 지원한 돈만 1521억원이다. 박근혜 정부 때인 2016년 130억원 수준이었지만, 문재인 정부 들어 2배 이상으로 늘었다. 고용부가 노동단체에 지원한 전체 국고보조금 중 90% 이상이 두 노총으로 흘러갔다. 이렇게 국민 세금을 받아 쓰면서 회계자료 제출 등 최소한의 법적 의무조차 거부한다. 그들이 기득권의 철옹성을 쌓는 동안 나머지 86%의 근로자는 철저히 소외됐다. 양대 노총 독식 구조를 깨야 노동계도 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