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업 초기 로봇 스타트업이 앞다퉈 상장 나선 이유 [긱스플러스]
이유 있는 로봇 스타트업 상장 러시…시리즈 A~B에서도 IPO 계획 발표
올해 들어 로봇 상장사의 주가 급등으로 로봇 스타트업도 주목
저출산·고령화 가속화로 노동가능인구 급감…대체 인력으로 로봇 찾는 기업 늘어

최근 투자 시장 위축에도 기업공개(IPO)에 나서는 스타트업이 잇따라 나오고 있습니다. 일부 업체는 시리즈 A~B 등에서도 IPO에 적극적입니다. 보통 해당 투자 단계의 스타트업은 투자금을 유치해 기업을 성장시키는 데 집중하는 경향을 보이죠. 그래서 최근 IPO에 나서겠다는 시리즈 A~B 단계의 기업에 눈길이 갈 수밖에 없습니다. 이들 업체의 공통점이 있습니다. 모두 로봇 관련 스타트업입니다. 한경 긱스(Geek)가 최근 국내 로봇 스타트업이 앞다퉈 상장에 나선 이유를 살펴봤습니다.

"상장으로 회사 성장 견인하겠다"

올해 들어 로봇 스타트업들이 잇따라 상장 계획을 발표했다. 서비스 로봇 스타트업 엑스와이지는 지난달 한국투자증권과 상장 주관사 계약을 체결했다. 엑스와이지는 인공지능(AI) 로봇 기술을 개발하는 스타트업이다. 식음료 제조와 서빙을 통해 업무 부담을 덜어주는 지능형 식음료 제조로봇, 병원 내 혈액을 운반하는 헬스케어 자율주행 로봇 등 일상에 쓰이는 로봇을 만들고 있다.
엑스아이지의 로봇 '아리스'
엑스아이지의 로봇 '아리스'
엑스와이지의 자회사인 라운지엑스는 AI 비전인식 등 사용성에 최적화된 기술을 탑재한 카페 로봇 바리스(Baris)와 아이스크림 로봇 아리스(Aris)는 식음료 매장에서 이용하고 있다. 올해 안에 외부에 판매할 예정이다. 황성재 엑스와이지 대표는 “시장에 존재하는 대부분의 로봇 애플리케이션들은 제조자 중심으로 개발된 데 반해 엑스와이지의 지능형 로봇은 사용자 중심으로 설계하고 있다”며 “고객과 섬세한 상호 작용을 가능하게 하는 식음료 자회사의 실증 프로세스가 차별점”이라고 설명했다. 주관사 계약과 관련해 “상장 착수를 계기로 업계를 선도할 수 있는 사용자 친화적인 지능형 로봇을 만들 것”이라고 밝혔다.

푸드테크 로봇 스타트업 웨이브라이프스타일테크도 지난달 상장 계획을 발표했다. IPO 방식이 아니다. 상장사인 주방설비 기업 한일오닉스 인수하는 방법을 택했다. 웨이브는 인수에 성공하면 국내 식당의 주방 시설에 로봇 기술을 빠르게 도입하기 위한 발판을 마련할 수 있게 된다고 설명했다. 웨이브는 한일오닉스가 보유한 주방 시장에 특화된 대규모 영업조직과 탄탄한 파이프라인을 활용해 국내 조리 로봇 시장의 점유율을 높일 계획이다.
웨이브라이프스타일테크의 조리 로봇 작동 모습
웨이브라이프스타일테크의 조리 로봇 작동 모습
웨이브는 자체 개발한 로봇과 주방 관리 AI 기술로 로봇 기반의 주방 운영 서비스 아웃나우 등을 판매하고 있다. 웨이브의 로봇 키친 시스템은 한 시간 당 약 250개의 완제품 조리가 가능하다. 현재 8개 브랜드의 75종류 메뉴의 조리도 맡고 있다. 디저트 브랜드 노티드를 운영하는 GFFG 등에 관련 로봇을 공급했다. 김범진 웨이브 대표는 “주방 로봇 기술을 보유한 하이테크 스타트업 웨이브와 전통적인 주방설비 기업으로서 탄탄한 입지를 지닌 한일오닉스 간에 시너지를 낼 수 있는 분야가 다양하다”며 “웨이브는 기술적 역량과 사업적 역량을 동시에 끌어올려 주방혁신을 더욱 가속할 것이다”라고 말했다.

다양한 로봇 스타트업

앞서 로봇 스타트업 나우로보틱스도 지난 4월 올해 안에 코스닥에 상장하겠다고 밝혔다. 나우로보틱스는 대신증권을 대표 주관사로 선정했다. 하이투자증권이 공동 주관사로 참여한다. 나우로보틱스는 지난해부터 기술특례 상장을 위한 기술평가 진행하고 있다. 나우로보틱스는 직교로봇, 다관절로봇, 스카라로봇 등 다양한 산업용 로봇 제품 라인업을 구축했다고 설명했다. 최근에는 자율주행 물류 로봇도 개발해 물류 로봇 시장도 진출했다.
클로봇의 대구창의융합교육원 안내로봇
클로봇의 대구창의융합교육원 안내로봇
지능형 로봇 서비스 기업 클로봇도 내년 하반기 코스닥 기술특례 상장을 목표로 지난 5월 기업공개(IPO) 절차에 착수했다. 클로봇은 로봇 작동에 필요한 자율주행, 미들웨어, 관제 등의 개발 역량을 보유하고 있다. 범용 자율주행 소프트웨어 ‘카멜레온’, 클라우드 기반 이기종 로봇 관제 솔루션 ‘크롬스’로 물류, 제조, 병원, 공공기관 등으로 사업을 확대하고 있다. 김창구 클로봇 대표는 “하드웨어 중심의 국내 로봇시장에서 소프트웨어 개발 역량을 바탕으로 성장해 온 클로봇이 IPO를 추진한다”며 “기술 투자를 통해 글로벌 로봇 전문 소프트웨어 기업으로 성장하기 위해 IPO 여정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할 것”이라고 밝혔다.

교육용 로봇 전문기업 럭스로보도 연내 코스닥 상장을 추진하고 있다. 지난해 NH투자증권을 주관사로 정했다. 럭스로보는 로봇기기 모듈(조립 부품)인 모디(MODI) 키트를 판매하고 있다. 모듈의 마이크로컨트롤러유닛(MCU·초소형 반도체)을 제어하는 모디 OS가 럭스로보 핵심 기술이다. 모디OS은 AIoT(지능형 사물인터넷), 스마트홈, 스마트모빌리티 등 사업 범위를 확대하고 있다.

스타트업이 성장하면서 달성하려는 주요 목표 중 하나가 상장이다. 기업의 성장에 기여한 직원은 IPO로 거액을 받아 회사 성장의 성과를 누린다. 투자로 스타트업의 성장을 도운 벤처캐피탈(VC)도 투자 수익을 얻는다. 상장으로 확보한 거액의 투자금은 회사의 성장을 위해 사용한다. 그래서 스타트업이 상장 계획을 밝히는 것은 성장 과정에서 당연한 수순이다. 하지만 최근 로봇 스타트업 상장 계획은 이례적이라는 얘기가 나온다. 럭스로보를 제외하고 모두 시리즈 A~B 투자 유치 단계의 기업들이다.

보통 해당 단계에서는 상장보다는 기업을 성장시키는 것이 우선이다. 로봇 스타트업은 아니지만 상장을 준비하고 있는 마켓컬리를 운영하는 컬리나 야놀자는 D~F 단계까지 투자금을 받았다. 스타트업 업계 관계자는 “IPO 전까지 기업 가치를 최대한 높여야 상장에서 많은 돈을 확보할 수 있기 때문에 투자 초기 단계에서는 구체적인 IPO 얘기를 잘 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삼성의 발표로 더 주목받은 로봇 산업

레인보우로보틱스 RB-N 시리즈
레인보우로보틱스 RB-N 시리즈
업계에서는 최근 로봇 산업에 대한 투자자의 관심이 급격히 커진 영향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올해 들어 주식 시장에서는 일명 '로봇주'가 급격히 올랐다. 레인보우로보틱스 주가는 지난해 12월 12일 3만800원에서 올해 3월 23일 15만원으로 5배 가까이 급등했다. 최근에는 9만원대까지 떨어졌다. 다른 로봇 상장사인 뉴로메카의 주가는 연초 1만원대에서 지난 3월 5만원대로 급등했다. 최근에는 3만원대를 유지하고 있다. 지난해 1~2만원대에서 움직였던 코난테크놀로지의 주가는 올 3월에 10배를 넘어 15만원을 돌파하기도 했다. 다른 로봇 상장사도 올해 대부분 주가가 급격히 올랐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삼성전자가 지난 3월 로봇 사업을 강화한다는 발표로 한국 제조업의 중심이 로봇으로 옮길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면서 로봇 기업에 대한 관심이 커졌다”고 설명했다. 한종희 삼성전자 DX(디바이스경험)부문장(부회장)은 3월에 열린 삼성전자 정기주주총회에서 "향후 본격화할 로봇 시대에 대한 선제 대응을 강화해나가겠다"며 "로봇 사업팀은 상용 로봇 기술 확보와 사업 추진을 담당하는 전문 조직으로 올해부터 걷기운동 웨어러블 로봇 등 다양한 로봇사업을 추진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삼성전자는 올해 레인보우로보틱스의 지분 14.99%를 인수하기도 했다.

로봇 산업에 대한 정부의 지원이 늘 것이라는 기대감도 투자 시장에 영향을 줬다는 분석도 나온다. 지난 4월 ‘지능형 로봇 개발 및 보급 촉진법(지능형로봇법)’ 개정안의 국회 통과로 정부의 로봇 산업 지원 정책이 구체화할 전망이다. 지능형로봇법으로 로봇의 실외 이동 허용을 위한 법적 근거가 마련됐다. 오는 11월 17일부터 로봇의 보도, 공원 등 실외 이동이 허용된다. 이창양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최근 현대차그룹이 지분 62%를 보유한 미국 보스턴다이내믹스 본사를 방문해 올해 안에 '첨단 로봇 산업 전략 1.0'을 발표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물 들어올 때 노젖자"

최근 '투자 시장 혹한기'에 로봇 스타트업은 로봇 산업에 쏠린 이런 관심을 적극 활용하고 있다. '물 들어올 때 노젖자'라는 얘기가 나오는 이유다. 클로봇 측은 "최근 로봇 기업에 대한 자본 시장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데 소프트웨어 기술 중심의 로봇기업인 클로봇은 충분한 경쟁력을 갖췄다고 판단해 상장을 추진한다"고 설명했다. 상장 계획 발표는 신규 투자금 유치에도 도움이 된다는 분석도 나온다. 상장으로 투자자는 투자 수익 회수 시점을 앞당길 수 있기 때문이다. 최근 상장 계획을 밝힌 로봇 스타트업의 관계자는 "최근 투자 유치가 어려운 상황에서 IPO 계획 공개는 VC에 충분히 매력적인 투자 요인"이라고 설명했다. 상장 계획을 공개한 대부분의 로봇 스타트업은 현재 투자처를 찾고 있거나 최근 투자금 유치에 성공했다.
출처:삼성증권
출처:삼성증권
상장 계획을 밝히지 않은 로봇 스타트업도 최근 투자 유치 실적이 좋다. AI 기반의 푸드테크 기업 비욘드허니컴은 지난 4일 70억원 규모의 시리즈A 투자를 유치했다고 발표했다. 비욘드허니컴은 실시간 음식 조리 상태를 AI로 학습·분석해 자동 조리 로봇이 대량의 음식에도 균일한 맛과 식감을 살리는 'AI 셰프 솔루션'을 개발했다. 서비스로봇 플랫폼업체 빅웨이브로보틱스는 최근 98억원 규모의 시리즈 A 투자를 유치했다. 빅웨이브로보틱스는 고객 상황과 환경에 맞는 로봇 솔루션을 추천하는 플랫폼 마로솔을 운영한다. 자율주행 로봇 기반의 순찰 서비스를 제공하는 스타트업 도구공간도 최근 시리즈A 투자를 유치했다.

로봇 산업 전망은 밝다. 글로벌 시장 조사업체 '브랜드에센스 마켓 리서치 앤 컨설팅'은 세계 서비스 로봇은 2021년 352억4000만달러(약 45조원)로 추정했고, 2027까지 연평균 21.9%의 성장률을 보일 것으로 예상했다. 국내에서는 최근 식당 등의 구인난으로 로봇을 찾는 기업이 늘고 있다. 저출산·고령화의 가속화로 로봇 수요는 급격히 커질 것이라는 예상도 나온다. 최근 로봇 스타트업에 투자한 VC의 심사역은 "최근 프랜차이즈 업계는 인력난과 인건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식음료(F&B) 로봇을 도입하고 있다"며 "보통 한 번에 수백 대를 구입하기 때문에 해당 로봇 스타트업의 매출은 안정적"이라고 설명했다.

김주완 기자 kjw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