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5원 신재생 전기, 190원에 사줘…태양광 쪼갠 '가짜농부' 판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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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랏돈이 샌다
(4) 한전 6개사, 보조금 매년 수천억 투입
신재생 전기 20년간 고정가격 구매
천문학적 예산 감당 못해 없앴지만
文정부, 2018년 또다시 제도 도입
(4) 한전 6개사, 보조금 매년 수천억 투입
신재생 전기 20년간 고정가격 구매
천문학적 예산 감당 못해 없앴지만
文정부, 2018년 또다시 제도 도입
전력기금 중 2021년 3635억원, 지난해 2730억원이 투입된 신재생에너지 발전차액지원제도(FIT)는 발전사업자로부터 신재생 전기를 최대 20년간 고정가격으로 사주는 제도다. 정부가 재정 부담을 감당하지 못해 2011년부터 신규 계약자는 받지 않고 있지만 과거 초장기 계약을 해준 탓에 여전히 매년 수천억원이 투입되고 있다. 전력도매가격(SMP)이 ㎾h당 100원 미만이던 시절 신재생에너지를 보급한다는 명분으로 한국전력이 신재생사업자들과 계약한 금액은 ㎾h당 600~700원에 달한다. 한 발전사업자는 “10년 전 600원대에 20년 장기 계약을 맺고 현재까지 100억원 넘는 수익을 올린 주변 사람들이 적지 않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농어민·협동조합들이 100㎾ 미만으로 발전시설을 여러 개로 쪼개 한국형 FIT에 등록하는 상황이 전국에서 벌어졌다. 직장인들이 ‘가짜 농부’로 등록해 신재생에너지 사업에 뛰어드는 웃지 못할 사례도 적지 않았다. 이 제도에 투입된 한전 6개 발전자회사의 예산은 2020년 2200억원, 2021년 3000억원, 지난해 3500억원에 달한다. 모두 국민이 내는 전기요금의 인상 요인이다.
최근 감사원이 지적한 신재생에너지 비리 사례 중엔 새만금 풍력발전 의혹도 적지 않다. 새만금 방조제 안쪽에 세우려던 육상 풍력 설비를 정부가 아무런 근거도 없는 ‘연안 해상 풍력’으로 둔갑시켜 25년간 3500억원이 넘는 추가 수익을 올릴 수 있도록 특혜를 줬다는 것이다. 원래 풍력발전은 육상과 해상으로 나눠 해상에 REC 가중치를 더 부여한다. 그러나 감사원에 따르면 육상 풍력이던 이 사업에 중간 단계인 연안 해상 풍력 항목이 신설되면서 사업자들이 연 150억원가량의 추가 수익을 올릴 수 있게 됐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이 사업이 제대로 전력을 생산하기 어렵다고 보고 최근 전력 공급 계획에서 아예 제외했다.
한무경 국민의힘 의원에 따르면 발전사업자들이 RPS 비중 25%를 맞추는 데 드는 비용은 8조원에 달한다. RPS 비용은 한전의 전력 구매비용을 높이고 이는 다시 기후환경요금 항목으로 전기요금에 반영돼 국민 부담을 높인다. 한전의 RPS 이행 비용은 2020년 2조원, 2021년 3조4982억원, 작년 3조7507억원으로 해마다 크게 증가하고 있다. 이에 따라 기후환경요금도 2021년 ㎾h당 5.3원에서 현재 9원으로 급등했다. 지난 5월 전기요금을 ㎾h당 8원 올리기 위해 겪은 진통을 생각하면 적지 않은 인상폭이다.
넘쳐나는 보조금 탓에 일반 국민까지 편법을 동원해 신재생에너지 사업에 뛰어들고 있다. 국무조정실이 지난해 9월 전국 12개 지방자치단체를 대상으로 신재생에너지 사업 실태를 조사했더니 2267건, 2616억원의 부당 보조금 지원 사례가 적발됐다. 버섯 등을 재배하면 농지에 태양광 시설을 설치할 수 있다는 점을 악용해 가짜 버섯재배사를 등록하고, 허위 세금계산서를 발급해 대출받은 뒤 사후 취소하는 등 행태도 다양했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지난 정부 시절 무리하게 늘린 신재생에너지 사업에 나랏돈이 밑 빠진 독에 물 붓기처럼 새고 있다”고 말했다.
박한신/태안·새만금=이슬기 기자 phs@hankyung.com
‘밑 빠진 독에 보조금’ 신재생사업
그럼에도 2018년 문재인 정부는 ‘한국형 FIT’라는 제도를 또다시 도입했다. 30㎾까지는누구나, 100㎾ 미만은 농·축산·어민·협동조합이 신재생 발전을 하면 한전의 6개 자회사가 20년간 고정가격으로 전력을 사주도록 했다. 도입 당시 SMP에 신재생에너지 공급 인증서(REC) 매각대금을 더한 전력 매입가격은 ㎾h당 189원이었다. 당시 95.2원에 불과하던 SMP에 REC 가격으로 93.8원이나 더해진 것이었다. 한국에너지공단이 발급하는 REC는 신재생에너지 설비를 통해 전기를 공급했음을 증명하는 인증서다. 사업자들은 주식처럼 가격이 높을 때 REC를 판매할 수 있다. 신재생에너지 공급의무화제도(RPS)를 따라야 하는 대형 발전사업자가 주로 REC를 구매한다.이 때문에 농어민·협동조합들이 100㎾ 미만으로 발전시설을 여러 개로 쪼개 한국형 FIT에 등록하는 상황이 전국에서 벌어졌다. 직장인들이 ‘가짜 농부’로 등록해 신재생에너지 사업에 뛰어드는 웃지 못할 사례도 적지 않았다. 이 제도에 투입된 한전 6개 발전자회사의 예산은 2020년 2200억원, 2021년 3000억원, 지난해 3500억원에 달한다. 모두 국민이 내는 전기요금의 인상 요인이다.
최근 감사원이 지적한 신재생에너지 비리 사례 중엔 새만금 풍력발전 의혹도 적지 않다. 새만금 방조제 안쪽에 세우려던 육상 풍력 설비를 정부가 아무런 근거도 없는 ‘연안 해상 풍력’으로 둔갑시켜 25년간 3500억원이 넘는 추가 수익을 올릴 수 있도록 특혜를 줬다는 것이다. 원래 풍력발전은 육상과 해상으로 나눠 해상에 REC 가중치를 더 부여한다. 그러나 감사원에 따르면 육상 풍력이던 이 사업에 중간 단계인 연안 해상 풍력 항목이 신설되면서 사업자들이 연 150억원가량의 추가 수익을 올릴 수 있게 됐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이 사업이 제대로 전력을 생산하기 어렵다고 보고 최근 전력 공급 계획에서 아예 제외했다.
한전 RPS 비용 2030년 8조원
이 같은 편법과 비리에 판을 깔아주는 제도는 RPS다. 문재인 정부 시절 RPS에 따라 발전사들이 의무적으로 공급해야 하는 신재생 전력 비중은 2023년 14.5%, 2026년 25%로 대폭 상향됐다. 새 정부 들어 2023년 13%, 2030년 25%로 하향 조정됐지만 시기만 늦췄을 뿐 발전사업자들의 RPS 부담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한무경 국민의힘 의원에 따르면 발전사업자들이 RPS 비중 25%를 맞추는 데 드는 비용은 8조원에 달한다. RPS 비용은 한전의 전력 구매비용을 높이고 이는 다시 기후환경요금 항목으로 전기요금에 반영돼 국민 부담을 높인다. 한전의 RPS 이행 비용은 2020년 2조원, 2021년 3조4982억원, 작년 3조7507억원으로 해마다 크게 증가하고 있다. 이에 따라 기후환경요금도 2021년 ㎾h당 5.3원에서 현재 9원으로 급등했다. 지난 5월 전기요금을 ㎾h당 8원 올리기 위해 겪은 진통을 생각하면 적지 않은 인상폭이다.
넘쳐나는 보조금 탓에 일반 국민까지 편법을 동원해 신재생에너지 사업에 뛰어들고 있다. 국무조정실이 지난해 9월 전국 12개 지방자치단체를 대상으로 신재생에너지 사업 실태를 조사했더니 2267건, 2616억원의 부당 보조금 지원 사례가 적발됐다. 버섯 등을 재배하면 농지에 태양광 시설을 설치할 수 있다는 점을 악용해 가짜 버섯재배사를 등록하고, 허위 세금계산서를 발급해 대출받은 뒤 사후 취소하는 등 행태도 다양했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지난 정부 시절 무리하게 늘린 신재생에너지 사업에 나랏돈이 밑 빠진 독에 물 붓기처럼 새고 있다”고 말했다.
박한신/태안·새만금=이슬기 기자 ph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