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킬러문항 배제에 진보·보수 따로 없어…입시, 공교육 중심으로 가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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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 조희연 서울교육감
수능서 킬러문항 없앤다 해도
풍선효과 탓 사교육 안사라져
공교육도 치열한 자기성찰 필요
대학 서열화 완화가 가장 시급
獨처럼 특성화된 체계로 가야
과잉경쟁 줄이는 구조개혁 절실
수능서 킬러문항 없앤다 해도
풍선효과 탓 사교육 안사라져
공교육도 치열한 자기성찰 필요
대학 서열화 완화가 가장 시급
獨처럼 특성화된 체계로 가야
과잉경쟁 줄이는 구조개혁 절실
“킬러 문항이 사라져야 하고 사교육이 줄어들어야 한다는 데 반대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입니다. 앞으로 공교육 중심의 입시가 이뤄지도록 여야, 진보·보수가 힘을 모으는 계기가 되길 바랍니다.”
조희연 서울교육감은 최근 서울교육청에서 한국경제신문과 만나 “민주주의에는 투쟁만 있는 것이 아니고 공존과 협치도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세 번째 임기 2년 차를 맞은 조 교육감은 그 어느 때보다 협력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9년 넘게 교육행정을 담당하며 교육을 정치적으로 보는 것의 위험성을 체감했기 때문이다.
그는 ‘구동존이(求同存異: 차이를 인정하고 공통점을 찾음)’의 외교 전략을 교육 정책에도 적용하자고 제안했다. 킬러 문항을 없애고, 공교육만 받으면 대학시험을 무난히 치를 수 있어야 한다는 데 다들 동의하는 만큼 그 지점에서 협력을 시작하자는 뜻이다. 조 교육감은 “이번 논의를 입시 사교육을 없애는 구조적 대책을 포함한 개혁을 추진하는 계기로 삼았으면 한다”며 “대학 서열화 문제, 대학 입시제도 문제, 2028학년도 대입제도 개선 문제 등에 대한 폭넓은 협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가 ‘더 큰 논의’가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이유는 킬러 문항을 없애는 수능개혁만으로는 입시 사교육을 줄이는 데 충분하지 않기 때문이다. 역대 정부가 강력한 사교육 대책을 추구해왔지만 번번이 풍선효과가 있었다는 점을 기억해야 한다고 했다. 한쪽을 옥죄면 다른 쪽에서 수요가 늘어난다는 뜻이다.
조 교육감은 대신 과잉경쟁을 줄이고 직업 및 산업별 소득 격차를 완화하는 구조적인 대책이 나와야 한다고 했다. 특히 대학 서열화 완화가 시급하다고 했다. 지금처럼 소위 ‘SKY(서울대·고려대·연세대)’를 정점으로 수백 개 대학이 극단으로 서열화된 상태에서 사교육 대책은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다. 조 교육감은 “한국의 대학 서열화는 심각한 수준”이라며 “독일처럼 모든 대학이 서열이 없고 특성화된 대학체계로 당장 가기는 어렵겠지만 그 중간 지점까지 가는 것까지는 목표로 할 만하다”고 설명했다.
공교육 경쟁력 강화도 필요하다고 했다. 그는 “입시 사교육은 시장에서 망하지 않기 위해 끊임없이 자신을 채찍질한다”며 “전문화된 맞춤형 교육을 학교유형·학년에 따라 세분화해 교육서비스를 제공하는 사교육을 보고 공교육도 치열한 자기성찰적 노력을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교육부가 사교육을 줄인다면서 자율형사립고(자사고)와 외국어고·과학고 등 특수목적고(특목고)를 그대로 두기로 결정한 것에 대해서는 ‘모순적’이라고 비판했다. 자사고를 희망하는 중학생의 월평균 사교육비는 일반고를 희망하는 학생의 1.7배라는 통계청 자료를 근거로 댔다. 그는 “2025년부터 고교학점제가 도입돼 절대평가가 적용되는데 그럼 학교별 내신 유불리가 줄어들 것”이라며 “자사고·특목고 진학을 위한 사교육을 더욱 자극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지방교육재정교부금에 대해서는 초중등 교육 재정을 축소해 대학 등 다른 영역에 쓰기보다 미래 교육에 투자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했다. 노후 학교를 개선하고 세계 10위권의 경제대국다운 초중등교육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그는 “교부금에 여유가 생긴 것은 일시적인 상태로 세수가 급감하면 곧 이전 수준으로 돌아간다”며 “노후 학교 개선, 석면 제거, 내진 보강, 디지털 전환 등 미래 교육을 위한 투자에 사용하는 것이 낫다”고 말했다. 다만 “지금의 칸막이가 영원히 있어야 한다는 것은 아니다”며 추후 논의 가능성을 열어뒀다.
학교폭력에 대해서는 사법적인 해결보다 평화로운 학교 공동체를 구축해 학교폭력 총량을 줄이는 것이 중요하다고 했다. 서울교육청은 ‘2023학년도 사이좋은 관계가꿈 프로젝트’를 통해 학교폭력 예방을 추진하고 있다. 조 교육감은 “학교폭력을 사법적으로 풀지 않고 평화적으로 풀 수 있는 역량을 학교가 갖추는 것이 중요하다”며 “학부모 갈등 조정관을 모든 학교에 배치하는 등 다양한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강영연 기자 yykang@hankyung.com
조희연 서울교육감은 최근 서울교육청에서 한국경제신문과 만나 “민주주의에는 투쟁만 있는 것이 아니고 공존과 협치도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세 번째 임기 2년 차를 맞은 조 교육감은 그 어느 때보다 협력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9년 넘게 교육행정을 담당하며 교육을 정치적으로 보는 것의 위험성을 체감했기 때문이다.
그는 ‘구동존이(求同存異: 차이를 인정하고 공통점을 찾음)’의 외교 전략을 교육 정책에도 적용하자고 제안했다. 킬러 문항을 없애고, 공교육만 받으면 대학시험을 무난히 치를 수 있어야 한다는 데 다들 동의하는 만큼 그 지점에서 협력을 시작하자는 뜻이다. 조 교육감은 “이번 논의를 입시 사교육을 없애는 구조적 대책을 포함한 개혁을 추진하는 계기로 삼았으면 한다”며 “대학 서열화 문제, 대학 입시제도 문제, 2028학년도 대입제도 개선 문제 등에 대한 폭넓은 협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가 ‘더 큰 논의’가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이유는 킬러 문항을 없애는 수능개혁만으로는 입시 사교육을 줄이는 데 충분하지 않기 때문이다. 역대 정부가 강력한 사교육 대책을 추구해왔지만 번번이 풍선효과가 있었다는 점을 기억해야 한다고 했다. 한쪽을 옥죄면 다른 쪽에서 수요가 늘어난다는 뜻이다.
조 교육감은 대신 과잉경쟁을 줄이고 직업 및 산업별 소득 격차를 완화하는 구조적인 대책이 나와야 한다고 했다. 특히 대학 서열화 완화가 시급하다고 했다. 지금처럼 소위 ‘SKY(서울대·고려대·연세대)’를 정점으로 수백 개 대학이 극단으로 서열화된 상태에서 사교육 대책은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다. 조 교육감은 “한국의 대학 서열화는 심각한 수준”이라며 “독일처럼 모든 대학이 서열이 없고 특성화된 대학체계로 당장 가기는 어렵겠지만 그 중간 지점까지 가는 것까지는 목표로 할 만하다”고 설명했다.
공교육 경쟁력 강화도 필요하다고 했다. 그는 “입시 사교육은 시장에서 망하지 않기 위해 끊임없이 자신을 채찍질한다”며 “전문화된 맞춤형 교육을 학교유형·학년에 따라 세분화해 교육서비스를 제공하는 사교육을 보고 공교육도 치열한 자기성찰적 노력을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교육부가 사교육을 줄인다면서 자율형사립고(자사고)와 외국어고·과학고 등 특수목적고(특목고)를 그대로 두기로 결정한 것에 대해서는 ‘모순적’이라고 비판했다. 자사고를 희망하는 중학생의 월평균 사교육비는 일반고를 희망하는 학생의 1.7배라는 통계청 자료를 근거로 댔다. 그는 “2025년부터 고교학점제가 도입돼 절대평가가 적용되는데 그럼 학교별 내신 유불리가 줄어들 것”이라며 “자사고·특목고 진학을 위한 사교육을 더욱 자극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지방교육재정교부금에 대해서는 초중등 교육 재정을 축소해 대학 등 다른 영역에 쓰기보다 미래 교육에 투자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했다. 노후 학교를 개선하고 세계 10위권의 경제대국다운 초중등교육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그는 “교부금에 여유가 생긴 것은 일시적인 상태로 세수가 급감하면 곧 이전 수준으로 돌아간다”며 “노후 학교 개선, 석면 제거, 내진 보강, 디지털 전환 등 미래 교육을 위한 투자에 사용하는 것이 낫다”고 말했다. 다만 “지금의 칸막이가 영원히 있어야 한다는 것은 아니다”며 추후 논의 가능성을 열어뒀다.
학교폭력에 대해서는 사법적인 해결보다 평화로운 학교 공동체를 구축해 학교폭력 총량을 줄이는 것이 중요하다고 했다. 서울교육청은 ‘2023학년도 사이좋은 관계가꿈 프로젝트’를 통해 학교폭력 예방을 추진하고 있다. 조 교육감은 “학교폭력을 사법적으로 풀지 않고 평화적으로 풀 수 있는 역량을 학교가 갖추는 것이 중요하다”며 “학부모 갈등 조정관을 모든 학교에 배치하는 등 다양한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강영연 기자 yy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