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대통령실 비서관 출신 차관 내정자들에게 “저에게 충성하지 말고 헌법 정신에 충성해달라”고 당부한 것으로 전해졌다. 장·차관이 모두 외부 출신 인사로 채워진 통일부에 대해서는 “‘북한 지원부’에서 달라질 때가 됐다”고 지적했다.

2일 대통령실 관계자는 “윤 대통령이 지난달 28일 신임 차관에 내정된 대통령실 비서관 5명과 만찬을 함께하면서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의 근간이 되는 헌법 정신 수호에 최선을 다해달라’며 이 같은 주문을 했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검사 시절인 2013년 국회 국정감사에서 “저는 사람에게 충성하지 않습니다”라고 발언해 눈길을 끈 바 있다.

윤 대통령은 차관 내정자들에게 “정권이 바뀌었는데도 전혀 움직이지 않고, 조금 버티다 보면 또 (정권이) 바뀌지 않겠냐고 생각하는 공무원들은 정부가 아니라 국회로 가야 한다”며 국정 운영을 뒷받침하는 과감한 인사 결정을 당부하기도 했다. 정부 각 부처는 이번주부터 실·국장급 이하 인사를 단행할 전망이다. 일부 부처는 1급 공무원 전원이 사표를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통령실도 차관 인사로 공석이 된 비서관에 대한 후속 인선을 단행할 예정이다. 우선 국정기획비서관에는 부속실에 근무하던 강명구 선임행정관이 내정됐다. 강 행정관은 지난 대선에서 윤석열 캠프 일정총괄팀장을 맡았다. 국정과제비서관에는 직업 공무원 출신인 김종문 국무조정실 규제조정실장, 국토교통비서관에는 길병우 국토교통부 도시정책관, 과학기술비서관에는 최원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우주항공청설립추진단장이 유력하다.

신임 통일비서관에는 북한 인권 전문가인 김수경 한신대 교수가 내정됐다. 김 교수는 동아일보 기자 출신으로 미국 스탠퍼드대에서 사회학 박사 학위를 받은 뒤 통일연구원 연구위원 등을 지냈다. 통일부는 교수 출신 장관 후보자와 외교관 출신 차관 내정자에 이어 대통령실 비서관까지 외부 인사로 채워진 것을 충격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이에 대해 윤 대통령은 “그동안 통일부는 마치 대북 지원부와 같은 역할을 했는데 그래서는 안 된다”며 “우리가 지향해야 하는 통일은 남북한 모든 주민이 더 잘사는 통일, 더 인간답게 살 수 있는 통일이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고 김은혜 대통령실 홍보수석이 전했다. 차기 총선 출마를 위해 사의를 밝힌 최철규 국민통합비서관 후임에는 이창진 선임행정관이 승진 임명된다.

윤 대통령은 조만간 방송통신위원장,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등 장관급과 통계청장 등 차관급 외청장을 포함한 ‘2차 개각’도 단행할 전망이다.

오형주 기자 oh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