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올린 선율에 실어 아내를 먼 곳으로 보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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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올리니스트 김응수 독주회
피아니스트 아내가 계획한 공연
암으로 세상 떠나자 대신 연주
비탈리의 샤콘느 등 슬픈 노래로
20년간 함께 살아온 채문영 보내
공연 수익금은 장학금으로 기부
아내 제자들이 직접 피아노 반주
피아니스트 아내가 계획한 공연
암으로 세상 떠나자 대신 연주
비탈리의 샤콘느 등 슬픈 노래로
20년간 함께 살아온 채문영 보내
공연 수익금은 장학금으로 기부
아내 제자들이 직접 피아노 반주
바이올리니스트 김응수와 피아니스트 채문영이 결혼한 것은 2003년이다. 서울예고 선후배 사이인 두 사람은 유럽에서 유학 생활 중에 부부의 연을 맺었다. 형편은 넉넉지 않았다. 오로지 상금 때문에 음악대회에 나가기도 했다. 결혼 1년 만에 받아온 스페인 마리아 카날스 듀오 소나타 부문 우승컵은 가족의 영광이면서 생활고의 증거였다. 서로를 인생과 예술의 동반자로 생각하며 살아온 부부에게 몇 년 전 절망적인 소식이 찾아왔다. 채문영이 암에 걸린 것이다.
지난 4월 유방암으로 소천(향년 45세)한 채문영은 할 일이 하나 있었다. 서울 예술의전당에서 열기로 한 독주회다. 남편 김응수는 채문영의 공연에 자신이 나섰다. 그는 지난달 30일 서울 예술의전당 리사이틀홀에서 연주회를 열었다. ‘삶의 흔적(Spuren des Lebens)’을 주제로 20년간 부부로 함께한 삶과 예술의 동반자 흔적을 기렸다.
노래는 구슬펐다. ‘지상에서 가장 슬픈 곡’이라고 불리는 비탈리의 ‘샤콘느’를 연주했다. 사연 없이 들어도 g단조의 구슬픈 바이올린 선율이 가슴을 먹먹하게 하는 곡이다. 그는 마치 울 것 같은 표정으로 과감한 보잉(활 긋기)을 해 보였다. 누가 뭐라 하지 않아도 절절한 사부곡(思婦曲)이었다. 그는 비탈리의 샤콘느를 연주하고 고조된 슬픔 탓에 공연을 이어가지 못했다. 잠시 시간을 가진 뒤 감정을 추르스고 나서야 바흐의 바이올린을 위한 파르티타 제2번 샤콘느를 이어갈 수 있었다.
이날 김응수는 비탈리와 바흐뿐만 아니라 크라이슬러, 슈만 등의 작품을 연주했다. 크라이슬러의 ‘프렐류디움 앤 알레그로’와 슈만의 ‘3개의 로맨스’는 아내와의 추억이 담긴 곡이다. 두 사람은 이 곡을 여러 차례 함께 연주했다. 같이 발매한 앨범의 수록곡이기도 했다.
마지막 곡인 슈만의 바이올린 소나타 3번에는 두 사람의 이상(理想)을 담았다. 슈만은 평론지 ‘음악신보’를 창간해 신인 음악가를 소개하고 선배 음악가를 재조명하는 등 음악계 발전을 위해 노력했다. 슈만처럼 앞으로 음악계 발전을 위해 노력을 이어가겠다는 취지로 이 곡을 선정했다고 한다.
앙코르곡은 모차르트 바이올린 소나타 35번 3악장이었다. 20년 전 스페인에서 부부가 함께 출전해 우승한 곡이다. 김응수는 채문영과 함께 많은 역경을 헤쳐왔다고 했다. 그는 두 차례 안면마비를 겪었지만 그때마다 아내의 격려로 다시 일어설 수 있었다. 그는 “누구나 다 겪을 일이겠지만, 제겐 너무나 이르게 찾아왔다”며 가슴 아파했다.
그는 100분여간 파워풀하면서도 다채로운 소리로 심금을 울렸다. 낮은 음역에서는 첼로처럼 풍성하고 깊었고, 화음이 이어지는 부분에서는 마치 피아노처럼 구조적이었다. 피아노 반주는 아내를 대신해 그의 친구와 제자들이 나누어 맡았다.
김응수는 “음악은 예술가를 위한 것도 있지만 모두를 위한 선물”이라며 “나와 아내 모두 음악가이기에 선후배 음악가와 음악을 사랑하는 사람들을 위한 재단을 만드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그는 후배 음악가들과 함께 청중을 위한 음악회를 매년 개최할 계획이라고도 했다. 이날 공연 수익금과 후원금 역시 음악도를 위한 장학금으로 기부할 예정이다.
최다은 기자 max@hankyung.com
지난 4월 유방암으로 소천(향년 45세)한 채문영은 할 일이 하나 있었다. 서울 예술의전당에서 열기로 한 독주회다. 남편 김응수는 채문영의 공연에 자신이 나섰다. 그는 지난달 30일 서울 예술의전당 리사이틀홀에서 연주회를 열었다. ‘삶의 흔적(Spuren des Lebens)’을 주제로 20년간 부부로 함께한 삶과 예술의 동반자 흔적을 기렸다.
노래는 구슬펐다. ‘지상에서 가장 슬픈 곡’이라고 불리는 비탈리의 ‘샤콘느’를 연주했다. 사연 없이 들어도 g단조의 구슬픈 바이올린 선율이 가슴을 먹먹하게 하는 곡이다. 그는 마치 울 것 같은 표정으로 과감한 보잉(활 긋기)을 해 보였다. 누가 뭐라 하지 않아도 절절한 사부곡(思婦曲)이었다. 그는 비탈리의 샤콘느를 연주하고 고조된 슬픔 탓에 공연을 이어가지 못했다. 잠시 시간을 가진 뒤 감정을 추르스고 나서야 바흐의 바이올린을 위한 파르티타 제2번 샤콘느를 이어갈 수 있었다.
이날 김응수는 비탈리와 바흐뿐만 아니라 크라이슬러, 슈만 등의 작품을 연주했다. 크라이슬러의 ‘프렐류디움 앤 알레그로’와 슈만의 ‘3개의 로맨스’는 아내와의 추억이 담긴 곡이다. 두 사람은 이 곡을 여러 차례 함께 연주했다. 같이 발매한 앨범의 수록곡이기도 했다.
마지막 곡인 슈만의 바이올린 소나타 3번에는 두 사람의 이상(理想)을 담았다. 슈만은 평론지 ‘음악신보’를 창간해 신인 음악가를 소개하고 선배 음악가를 재조명하는 등 음악계 발전을 위해 노력했다. 슈만처럼 앞으로 음악계 발전을 위해 노력을 이어가겠다는 취지로 이 곡을 선정했다고 한다.
앙코르곡은 모차르트 바이올린 소나타 35번 3악장이었다. 20년 전 스페인에서 부부가 함께 출전해 우승한 곡이다. 김응수는 채문영과 함께 많은 역경을 헤쳐왔다고 했다. 그는 두 차례 안면마비를 겪었지만 그때마다 아내의 격려로 다시 일어설 수 있었다. 그는 “누구나 다 겪을 일이겠지만, 제겐 너무나 이르게 찾아왔다”며 가슴 아파했다.
그는 100분여간 파워풀하면서도 다채로운 소리로 심금을 울렸다. 낮은 음역에서는 첼로처럼 풍성하고 깊었고, 화음이 이어지는 부분에서는 마치 피아노처럼 구조적이었다. 피아노 반주는 아내를 대신해 그의 친구와 제자들이 나누어 맡았다.
김응수는 “음악은 예술가를 위한 것도 있지만 모두를 위한 선물”이라며 “나와 아내 모두 음악가이기에 선후배 음악가와 음악을 사랑하는 사람들을 위한 재단을 만드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그는 후배 음악가들과 함께 청중을 위한 음악회를 매년 개최할 계획이라고도 했다. 이날 공연 수익금과 후원금 역시 음악도를 위한 장학금으로 기부할 예정이다.
최다은 기자 max@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