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바이오에피스의 자가면역치료제 하드리마
삼성바이오에피스의 자가면역치료제 하드리마
연 매출 24조원 규모에 달하는 세계 1위 의약품 ‘휴미라(성분명 아달리무맙)’ 미국 시장을 놓고 후속 바이오시밀러(바이오의약품 복제약) 간 경쟁이 본격 막이 올랐다. 휴미라는 류마티스 관절염, 크론병, 궤양성 대장염 등 자가면역 질환 치료제다. 휴미라 특허가 지난달 30일을 기점으로 만료되면서 미국 화이자, 독일 베링거인겔하임, 스위스 노바티스 자회사 산도즈 등 쟁쟁한 글로벌 기업들과 국내 삼성바이오에피스 셀트리온 등이 한꺼번에 제품을 출시하면서 맞붙게 된 것이다. 삼성바이오에피스는 유럽 시장에서 선두를 차지한 처방 실적을 바탕으로 최대 85%까지 할인된 제품으로 공격 마케팅에 들어갔다. 셀트리온은 파트너사 없이 현지 직접 판매의 강점을 바탕으로 5% 할인된 제품으로 현지 공략에 나섰다.

정반대 가격 전략 보인 삼성-셀트리온

3일 바이오업계에 따르면 이달 들어 휴미라 바이오시밀러를 출시했거나 조만간 출시 예정인 회사는 삼성바이오에피스(제품명 하드리마), 셀트리온(유플라이마)를 비롯해 베링거인겔하임(실테조), 화이자(아브릴라다), 코헤러스(유심리), 비아트리스(훌리오), 프레제니우스카비(아이다시오), 산도즈(하이리모즈) 등 8곳이 넘는다. 삼성바이오에피스는 휴미라 바이오시밀러 제품 '하드리마'를 지난 1일 미국 시장에 출시했고 셀트리온은 '유플라이마'를 2일 출시했다. 두 회사는 모두 이날(3일) 국문 보도자료를 배포했다.

삼성바이오에피스와 셀트리온은 정반대의 가격 전략을 구사해 눈길을 끌고 있다. 하드리마의 가격(2회 투여분 기준)은 1038달러로 책정됐다. 휴미라의 한달분 가격이 6922달러인 것을 고려하면 85% 정도 낮은 금액이다. 삼성바이오에피스 관계자는 "소비자의 접근성을 확대하기 위해 공격적으로 마케팅하겠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이는 '휴미라 대전'에 참가해 가격을 공개한 제품 가운데 두 번째로 낮은 금액이다. 가장 낮은 가격은 미국 바이오기업 코헤러스의 제품(유심리)으로 995달러로 책정해 할인 폭이 86%에 달한다.

셀트리온은 휴미라보다 5% 할인된 6576달러로 책정했다. 셀트리온이 고가를 고수한 배경엔 제품 판매에 보험사의 등재가 미치는 영향이 큰 미국 시장 특성이 반영돼 있다. 향후 처방약급여관리업체(PBM)와 협상에서 좋은 성과를 도출하기 위해 미국 시장에서 합법인 리베이트 등 마케팅 비용을 고려해 일부러 넉넉한 가격을 책정한 것이란 분석이다. 경쟁사도 이 때문에 '투트랙' 전략을 쓰기도 한다. 지난 1월 미국 내 첫 휴미라 바이오시밀러(암젠비타)를 선보인 암젠은 오리지널 대비 5% 할인가와 55% 할인가 등 두 가지로 판매 중이다. 산도즈 역시 5% 할인가와 81% 할인가로 제품을 구성했다. 베링거인겔하임의 제품(실테조)은 5~7% 낮은 것으로 알려졌다.

휴미라는 미국 애브비가 개발한 블록버스터 신약으로 전 세계 매출 1위 바이오의약품이다. 작년 매출만 212억3700만달러(27조4100억원)이며, 이중 미국 시장 비중만 약 186억 달러(약 24조원)로 88%에 달한다. 미국 시장에서 점유율이 5%만 나와도 매출이 1조원이 넘기 때문에 글로벌 바이오기업들은 휴미라 바이오시밀러 시장에 사활을 걸고 있다.

유럽서 1~2위 처방 실적 쌓은 삼성 "우리 목표는 미국서도 1등"

삼성바이오에피스의 바이오시밀러 하드리마의 강점은 유럽 시장에서 입증된 선두권 처방 실적과 함께 △고농도와 저농도 제품을 모두 판매한다는 것 △환자에게 통증을 유발하는 구연산염이 제거됐다는 점 △주사기 바늘 커버에 천연고무를 제거해(라텍스 프리) 알레르기 우려가 없다는 점 등이다. 삼성은 2018년 유럽에서 먼저 휴미라 바이오시밀러 시장이 열릴 때부터 현지에 '임랄디'제품을 출시해 암젠과 함께 바이오시밀러 시장 선두를 다투는 '톱티어'기업으로 자리매김했다. 유럽에서 특허가 풀리자 휴미라 점유율은 40% 수준까지 떨어졌다. 삼성은 유럽 시장을 포함해 전 세계 24개 시장에 이 제품을 공급하고 있고 5100명이 넘는 환자들의 실제 처방 임상 연구 데이터를 보유하고 있다. 지난 1분기까지 임랄디 유럽 누적 매출만 9억3000만달러(약 1조2200억원)에 달한다.

고한승 삼성바이오에피스 사장은 "지난 4년 동안 엄격한 품질 관리 및 공급망 관리를 통해 미국 외 시장에서 약 680만개를 공급했으며 미국 환자들에게도 하드리마를 제공할 수 있게 되어 기쁘다”며 “하드리마가 미국에서 자가면역질환으로 고통받는 환자들의 치료 접근성을 확대하기를 바란다”고 전했다.

하드리마는 미국 FDA 허가를 받은 최초의 고농도 바이오시밀러다. 고농도 제품은 저농도보다 약간 가격이 높지만, 약물 투여량이 절반에 불과하면서도 치료 효과는 같아 시장에서 인기를 끌고 있다. 휴미라 시장의 80%는 고농도 제품이 차지하고 있다. 고농도, 저농도를 모두 판매하는 바이오시밀러도 삼성이 유일하다. 삼성바이오에피스 관계자는 "구연산염, 라텍스가 없는 것뿐만이 아니라 환자를 위해 특별히 설계된 자동주사기도 반응이 좋았다"며 "자체적으로 미국 의료지 설문조사 결과 굉장히 높은 선호도가 나왔다"고 말했다.

삼성의 목표는 현지 선두권이 되는 것이다. 박상진 삼성바이오에피스 커머셜본부장(부사장)은 "유럽 휴미라 바이오시밀러시장에서 삼성은 국가별로 암젠과 1등, 2등을 다툴 정도로 현지 선두권으로 인정받고 있다"며 "미국에서도 1등 아니면 2등 안에 들어갈 자신이 있다"고 말했다.

상온서 오래 보관 가능한 셀트리온 제품 "40%커버하는 보험시장 등재가 목표"

셀트리온 제품 유플라이마의 강점은 직접 판매체제여서 제품 매출이 회사 수익성으로 바로 이어진다는 점이다. 유럽에서 오랜 직접판매 경험을 갖춘 셀트리온은 작년 8월 미국 법인을 인수해 현지 직판체제를 갖췄다. 유플라이마는 유럽에선 최초로 2022년 고농도 제품에 대한 승인을 받았다. 또한 상온에서 오리지널이나 경쟁사 제품보다 2배 이상 긴 유효 기간(최대 30일)을 유지하는 것도 강점이다. 구연산염 제거, 라텍스 프리도 환자의 편의성과 안전성을 높인 부분이다. 조나단 케이 미국 매사추세츠 의대 교수는 "FDA로부터 승인받은 아달리무맙 바이오시밀러들 가운데 구연산염이 없고 고농도 제형인 치료제는 소수에 불과한데, 이를 모두 갖춘 제품"이라고 평가했다. 토마스 누스비켈 셀트리온헬스케어 미국 법인 최고상업책임자(CCO)는 “세계 최초 항체 바이오시밀러 램시마를 비롯한 다양한 의약품을 글로벌 전역에 성공적으로 출시한 경쟁력을 보유하고 있는 만큼, 미국에서도 현지 법인의 커머셜 역량을 적극 활용해 유플라이마 처방 확대를 이끌 것"이라고 말했다.

두 회사의 남은 과제는 보험사 등재와 병원 마케팅이다. 미국의 의료보험시장은 사보험, 한국 건강보험과 비슷한 공보험이 있는데 어떤 약이든 보험사에 등재돼야 제품 판매가 원활하게 이뤄진다. 삼성바이오에피스와 오가논이 미국 보험시장 점유율이 높은 PBM와 계약했는지는 알려지지 않았다. 하지만 현지 점유율이 높은 다수의 메이저업체와 거래선은 이미 확보해 PBM 계약 리스크는 없는 것으로 업계는 전망하고 있다. 셀트리온 역시 현재 다수의 PBM과 협상을 진행 중이며 미국 인구의 40%를 커버하는 보험 시장에 등재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한편 셀트리온은 미국 식품의약국(FDA) 및 캐나다 보건청에 자가면역질환 치료제 '스텔라라(성분명 우스테키누맙)' 바이오시밀러 'CT-P43'의 품목허가 신청을 각각 완료했다. 북미 지역은 우스테키누맙의 세계 최대 시장으로 전체 우스테키누맙 시장 규모 약 23조1010억원 가운데 80%인 약 18조5198억원이 북미시장이다.

안대규 기자 powerzani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