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력 보유 여성 과학자들이 한국 미래 산업 경쟁력 강화의 핵심”
=문애리 WISET 이사장 인터뷰

“과학기술 분야 심각한 인력난을 해결할 수 있는 효과적인 방법 중 하나는 이공계 경력 보유 여성의 연구 현장 복귀 입니다.”

문애리 한국여성과학기술인육성재단(WISET) 이사장(사진)은 4일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구체적인 수치를 근거로 들며 한국 과학계 경쟁력 강화 방안에 대해 이같이 말했다. WISET는 ‘여성과학기술인 육성 및 지원에 관한 법률’에 따라 설립된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소관 공공기관이다. 문 이사장은 작년 11월 취임했다.

문 이사장은 “과기정통부 조사 결과 한국은 심각한 저출산 문제로 인해 2028년까지 자연·공학 계열 전공 과학기술인재가 적정 수요보다 4만7000명이 부족하다”고 했다. 이어 “장기적으로 봤을 때 시스템반도체, 전기·수소차 등 미래차 분야 부족한 인력 수요는 최대 14만4000명 이상”이라고 강조했다.

문 이사장은 임신과 출산, 육아 등을 거치면서 현장을 떠나야 했던 여성 인재가 현장에 돌아오게 하는 것에 국가 경쟁력이 달렸다고 했다. 그는 “이공계 학·석·박사 학위를 갖고도 임신과 출산 이후 경력이 중단된 여성이 18만8000명에 달한다”며 “이들이 현장에 복귀해 정착할 수만 있다면 부족한 인력 수요를 상당 부분 채울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문 이사장인 자신의 경험에 기반해 여성 과학자들이 겪는 현장의 어려움을 설명했다. 서울대 약학과를 졸업한 그는 미국 아이오와 주립대 생화학·생물리학 박사 과정 중 자녀 임신 소식을 알았다고 했다. 문 이사장은 “임신 사실을 알고도 연구를 하기 위해서 어쩔 수 없이 납으로 만들어진 앞치마를 두르고 태아에 위험할 수 있는 방사성 동위원소를 다루는 실험을 하거나 유독한 화학 물질을 다뤄야 했다”고 설명했다.

힘들게 미국에서 박사 학위를 얻었음에도 여성 과학자는 육아 때문에 연구를 중단할 수도 있다는 편견으로 인해 자리를 잡는데 오랜 시간이 걸렸다는 그는 “후배들은 어려움 없이 연구 활동을 계속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싶다”고 했다.

이를 위해 현재 WISET에서는 여성 과학기술인 경력 단절 방지 및 경력 복귀 프로그램을 다수 운영하고 있다. 연구 프로젝트 대체 인력 지원 사업, 연구개발 경력복귀 지원사업 등이다. 올해 11월에는 대한여성과학기술인회, 한국여성과총과 함께 처음으로 합동 대한민국여성과학기술인대회도 개최하고 다양한 의견 수렴의 장을 마련할 예정이다.

문 이사장은 “혁신적인 일과 가정 양립 정책이 나올 수 있도록 노력해 앞으로는 WISET과 같은 재단의 필요성이 없어지게 하는 것이 궁극적인 목표”이라고 했다. 김진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