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렌지 유니폼 빼곤 다 바꿨다…파울러, 1610일 만에 정상
-
기사 스크랩
-
공유
-
댓글
-
클린뷰
-
프린트
PGA 로켓 모기지 클래식
2019년 우승 이후 185위 추락
비거리 늘리려 무리하게 스윙
'옛 스승' 하먼 찾아 단점 교정
13년지기 캐디·5승 퍼터도 교체
2019년 우승 이후 185위 추락
비거리 늘리려 무리하게 스윙
'옛 스승' 하먼 찾아 단점 교정
13년지기 캐디·5승 퍼터도 교체
리키 파울러(35·미국)는 로리 매킬로이(34·북아일랜드), 더스틴 존슨(39·미국)과 함께 2010년대 미국프로골프(PGA)투어를 이끈 스타 군단의 일원이었다. 잘생긴 얼굴과 화려한 패션, 재치 있는 언변 덕분에 한때 ‘섹시 스포츠 스타 1위’에 이름을 올리기도 했다. ‘다섯 번째 메이저 대회’로 불리는 플레이어스 챔피언십 우승(2015년)을 포함해 5승을 거뒀고, 세계랭킹도 4위로 올랐다.
전성기는 2019년 초까지였다. 2019년 2월 피닉스오픈을 끝으로 우승 소식이 끊기더니, 지난해엔 세계랭킹이 185위까지 추락했다. 전문가들은 ‘근육맨’ 사이에 낀 파울러가 ‘작은 몸’(175㎝·68㎏)의 한계에 부딪혔다는 평가를 내놨다. 파울러는 당시 한 인터뷰에서 “사람들은 자신의 슬럼프가 짧기를 바라지만 때로는 생각보다 훨씬 길어지곤 한다. 나 역시 (부진이 길어지자) 재기를 확신하기 어려웠다”고 털어놨다.
파울러가 1610일 만에 우승컵을 들어 올렸다. 3일(한국시간) 미국 미시간주 디트로이트GC(파72·7370야드)에서 열린 PGA투어 로켓 모기지 클래식(총상금 880만달러) 최종 라운드에서 합계 24언더파 264타를 적어냈다. 파울러는 동타를 기록한 애덤 해드윈(36·캐나다), 콜린 모리카와(26·미국)와 연장전에 들어갔고, 18번홀(파4)에서 진행된 연장 첫 홀에서 약 3.5m 버디 퍼트를 성공하며 4년5개월 만에 PGA투어 통산 여섯 번째 트로피를 들어 올렸다. 우승 상금은 158만4000달러(약 20억8000만원)다.
어떤 스포츠에서건, 전성기가 한참 지난 선수가 세계 최고 무대를 접수하는 건 흔치 않은 일이다. 파울러에게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그를 오랫동안 지켜본 조너선 야우드 교섭가는 “많은 걸 바꾼 게 눈에 보인다”며 “한때 최고수였던 선수가 이렇게 큰 변화를 준다는 건 웬만한 배짱으론 힘든 일”이라고 했다. “파울러가 2010년부터 입기 시작한 푸마의 오렌지 색깔 옷만 빼곤 다 바꿨다”는 얘기가 골프계에서 나온다.
파울러는 먼저 트레이드 마크와 같았던 스윙을 바꿨다. 스윙 교정을 위해 자존심을 버리고 옛 코치인 부치 하먼에게 ‘SOS’를 쳤다. 한때 타이거 우즈를 가르친 거물급 코치다. 웬만해선 자신이 사는 라스베이거스를 벗어나지 않는 하먼이지만, 자존심을 접고 찾아온 파울러를 돕기 위해 그가 있는 플로리다주를 찾는 수고를 마다하지 않았다. 올해 초 파울러의 우승을 예고한 하먼은 “파울러의 능력을 봤을 때 재기를 확신했다”고 말했다.
골프매거진에 따르면 파울러는 스윙 교정 전에는 ‘보잉’(백스윙 톱에서 왼손목이 손바닥 쪽으로 꺾이는 것)이 두드러지는 스윙을 했다. 이 동작은 비거리를 극대화하는 데 도움이 된다. 체구가 작은 파울러가 거구 사이에서 살아남기 위한 비책이었다. 하지만 임팩트 타이밍이 맞지 않으면 공이 우측으로 밀린다. 파울러는 하먼과 스윙 교정을 하면서 손목 꺾임을 최소화했고, ‘정석’에 가까운 스윙 궤도를 되찾으면서 비거리까지 놓치지 않는 스윙을 만들어냈다.
두 번째로는 13년간 함께한 캐디 조 스코브론과 지난해 결별했다. 그리고 대학 때까지 골프 선수를 했던 현 캐디인 리키 로마노와 손을 잡았다. 파울러는 “형제와도 같았던 스코브론과 헤어지는 건 쉬운 결정이 아니었다”며 “변화가 필요했다”고 돌아봤다.
지난 5승을 거둘 때 함께한 일(ㅡ)자 형태의 ‘블레이드형 퍼터’도 내려놨다. 대신 그는 올 시즌부터 ‘말렛’ 형태의 오디세이 버사 제일버드 퍼터를 사용했다. 단종된 이 퍼터는 그의 캐디가 쓰던 퍼터와 같은 모델이다. 파울러는 우연찮은 기회에 시타를 했다가 마음에 쏙 들어 제조사에 특별 제작을 요청했다.
지난해 평균 이득 타수:퍼팅(SG:퍼팅)에서 -0.253을 기록해 최하위에 머물렀던 파울러는 퍼터를 바꾼 올해 이 부문 30위(0.423타)까지 순위를 끌어 올렸다. 단종됐던 이 퍼터는 파울러 덕분에 중고 시장에서 수백만원에 거래될 정도로 인기다. 제조사는 최근 ‘한정판’으로 재출시하기로 했다.
지난달 메이저대회 US오픈에서 3라운드까지 공동 선두를 달리는 등 부활 조짐을 보여온 파울러는 이날 결정적인 순간마다 잠자던 ‘승부사 본능’을 깨웠다. 먼저 연장전에 가기 위해 버디가 꼭 필요했던 정규 라운드 마지막 18번홀에서 파울러는 러프에서 친 샷을 홀 옆 약 3m 지점에 붙인 뒤 버디를 잡았다. 이어진 연장전에서도 티샷이 오른쪽으로 크게 치우쳐 드롭 후 러프에서 두 번째 샷을 했지만, 이를 홀 근처에 붙여 홀로 버디를 잡고 우승을 자축했다. 반면 훨씬 더 유리한 곳에서 샷을 한 모리카와는 두 번째 샷을 그린 너머로 쳤고, 해드윈 역시 6.5m 버디 퍼트를 놓치면서 파울러에게 우승컵이 돌아갔다.
조희찬 기자 etwoods@hankyung.com
전성기는 2019년 초까지였다. 2019년 2월 피닉스오픈을 끝으로 우승 소식이 끊기더니, 지난해엔 세계랭킹이 185위까지 추락했다. 전문가들은 ‘근육맨’ 사이에 낀 파울러가 ‘작은 몸’(175㎝·68㎏)의 한계에 부딪혔다는 평가를 내놨다. 파울러는 당시 한 인터뷰에서 “사람들은 자신의 슬럼프가 짧기를 바라지만 때로는 생각보다 훨씬 길어지곤 한다. 나 역시 (부진이 길어지자) 재기를 확신하기 어려웠다”고 털어놨다.
파울러가 1610일 만에 우승컵을 들어 올렸다. 3일(한국시간) 미국 미시간주 디트로이트GC(파72·7370야드)에서 열린 PGA투어 로켓 모기지 클래식(총상금 880만달러) 최종 라운드에서 합계 24언더파 264타를 적어냈다. 파울러는 동타를 기록한 애덤 해드윈(36·캐나다), 콜린 모리카와(26·미국)와 연장전에 들어갔고, 18번홀(파4)에서 진행된 연장 첫 홀에서 약 3.5m 버디 퍼트를 성공하며 4년5개월 만에 PGA투어 통산 여섯 번째 트로피를 들어 올렸다. 우승 상금은 158만4000달러(약 20억8000만원)다.
어떤 스포츠에서건, 전성기가 한참 지난 선수가 세계 최고 무대를 접수하는 건 흔치 않은 일이다. 파울러에게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그를 오랫동안 지켜본 조너선 야우드 교섭가는 “많은 걸 바꾼 게 눈에 보인다”며 “한때 최고수였던 선수가 이렇게 큰 변화를 준다는 건 웬만한 배짱으론 힘든 일”이라고 했다. “파울러가 2010년부터 입기 시작한 푸마의 오렌지 색깔 옷만 빼곤 다 바꿨다”는 얘기가 골프계에서 나온다.
파울러는 먼저 트레이드 마크와 같았던 스윙을 바꿨다. 스윙 교정을 위해 자존심을 버리고 옛 코치인 부치 하먼에게 ‘SOS’를 쳤다. 한때 타이거 우즈를 가르친 거물급 코치다. 웬만해선 자신이 사는 라스베이거스를 벗어나지 않는 하먼이지만, 자존심을 접고 찾아온 파울러를 돕기 위해 그가 있는 플로리다주를 찾는 수고를 마다하지 않았다. 올해 초 파울러의 우승을 예고한 하먼은 “파울러의 능력을 봤을 때 재기를 확신했다”고 말했다.
골프매거진에 따르면 파울러는 스윙 교정 전에는 ‘보잉’(백스윙 톱에서 왼손목이 손바닥 쪽으로 꺾이는 것)이 두드러지는 스윙을 했다. 이 동작은 비거리를 극대화하는 데 도움이 된다. 체구가 작은 파울러가 거구 사이에서 살아남기 위한 비책이었다. 하지만 임팩트 타이밍이 맞지 않으면 공이 우측으로 밀린다. 파울러는 하먼과 스윙 교정을 하면서 손목 꺾임을 최소화했고, ‘정석’에 가까운 스윙 궤도를 되찾으면서 비거리까지 놓치지 않는 스윙을 만들어냈다.
두 번째로는 13년간 함께한 캐디 조 스코브론과 지난해 결별했다. 그리고 대학 때까지 골프 선수를 했던 현 캐디인 리키 로마노와 손을 잡았다. 파울러는 “형제와도 같았던 스코브론과 헤어지는 건 쉬운 결정이 아니었다”며 “변화가 필요했다”고 돌아봤다.
지난 5승을 거둘 때 함께한 일(ㅡ)자 형태의 ‘블레이드형 퍼터’도 내려놨다. 대신 그는 올 시즌부터 ‘말렛’ 형태의 오디세이 버사 제일버드 퍼터를 사용했다. 단종된 이 퍼터는 그의 캐디가 쓰던 퍼터와 같은 모델이다. 파울러는 우연찮은 기회에 시타를 했다가 마음에 쏙 들어 제조사에 특별 제작을 요청했다.
지난해 평균 이득 타수:퍼팅(SG:퍼팅)에서 -0.253을 기록해 최하위에 머물렀던 파울러는 퍼터를 바꾼 올해 이 부문 30위(0.423타)까지 순위를 끌어 올렸다. 단종됐던 이 퍼터는 파울러 덕분에 중고 시장에서 수백만원에 거래될 정도로 인기다. 제조사는 최근 ‘한정판’으로 재출시하기로 했다.
지난달 메이저대회 US오픈에서 3라운드까지 공동 선두를 달리는 등 부활 조짐을 보여온 파울러는 이날 결정적인 순간마다 잠자던 ‘승부사 본능’을 깨웠다. 먼저 연장전에 가기 위해 버디가 꼭 필요했던 정규 라운드 마지막 18번홀에서 파울러는 러프에서 친 샷을 홀 옆 약 3m 지점에 붙인 뒤 버디를 잡았다. 이어진 연장전에서도 티샷이 오른쪽으로 크게 치우쳐 드롭 후 러프에서 두 번째 샷을 했지만, 이를 홀 근처에 붙여 홀로 버디를 잡고 우승을 자축했다. 반면 훨씬 더 유리한 곳에서 샷을 한 모리카와는 두 번째 샷을 그린 너머로 쳤고, 해드윈 역시 6.5m 버디 퍼트를 놓치면서 파울러에게 우승컵이 돌아갔다.
조희찬 기자 etwood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