칭다오서 '포스트 코로나' 3국 협력 포럼…"한중일협력 초심 지켜야"
中왕이 "한중일 전략적 자주성 필요"…'美에 밀착' 한일 견제(종합)
중국의 외교라인 1인자인 왕이 공산당 중앙정치국 위원(당 중앙 외사판공실 주임)은 한·중·일이 각자 전략적 자주 의식을 가져야 한다며 한·일을 향해 미국 주도의 대중국 포위에 동참하지 말 것을 촉구했다.

중국 매체 펑파이에 따르면 왕 위원은 3일 중국 산둥성 칭다오에서 열린 '한중일 3국 협력 국제포럼' 행사에서 행한 연설에서 "우리는 독립·자주를 견지하고 단결자강해야 한다"며 "우리는 일본과 한국이 세계 각국과 관계를 발전시키는 것을 존중하지만, 어떤 관계도 가까운 이웃을 억제하거나 포위하는 데 사용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어 "중일한 3국과 아시아 각국은 개방된 지역주의를 실천하고 포용적인 아시아의 가치를 고취하며, 전략적 자주 의식을 배양하고 지역의 단결과 안정을 유지하며, 냉전사고의 권토중래를 배격하고 패권·패도의 위협을 받지 않고 자국과 자기 지역의 운명을 자신의 손에 확실히 쥐고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왕 위원은 또 20년 전 중일한 3국이 동아시아 협력을 강화하고 지역과 세계의 평화와 번영을 수호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는 첫 공동선언을 했다고 소개했다.

그는 "이것이 3국 협력의 초심이자 사명"이라며 한중일 3자 협력의 "초심과 사명을 견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왕 위원의 이 같은 발언은 비록 미국을 직접 거명하지는 않았지만, 대중국 견제의 수위를 높이고 있는 미국과 공조를 강화하고 있는 한·일에 궤도 수정을 촉구한 것으로 풀이된다.

왕 위원은 "개별 역외 강대국은 지정학적 사익을 도모하기 위해 이념적 차이를 의도적으로 선전하고, 각종 배타적인 소그룹을 결성해 협력 대신 대립을, 단결 대신 분열을 도모하고 있다"며 사실상 미국에 비판의 날을 세웠다.

이어 "이런 추세를 방치하면 3국 협력의 원활한 추진을 심각하게 방해할 뿐만 아니라 지역 정세의 긴장·대립을 심화시킬 것"이라고 부연했다.

또 "아시아는 우리의 공동 거주지이고, 3국은 이사할 수 없는 가까운 이웃"이라며 "시대의 기로에 서서 세 나라는 전략적 집중력을 유지하고 시대의 흐름을 파악하며 역사의 지혜를 흡수하고, 3국 협력의 올바른 방향을 확고히 유지해야 한다"고 말했다.

아울러 왕 위원은 중국에 이웃을 선하게 대하는 전통이 있기에 중국은 강대국이 걸어온 팽창과 약탈의 전철을 밟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포럼이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3국 협력에 초점을 맞춘 것은 시의적절했다"며 "늘 비바람이 지나간 뒤 햇빛이 찾아오듯 중·일·한은 반드시 기회를 움켜쥐고 손잡고 나아가 세 나라와 지역에 더 많은 공헌을 해야 한다"고 부연했다.

한편 왕 위원은 이날 영상으로 인사말을 한 박진 한국 외교부 장관에게 산둥성에 위치한 태산을 함께 등반하자고 제안했다.

왕 위원은 "박 장관이 서울 북한산을 함께 오르자고 제안을 한 것에 감사한다"며 "당연히 나는 다시 한번 박 장관이 산둥에 와서 함께 태산에 올라 함께 천하를 보며 우리 시야를 넓히고 우리의 노력 방향을 명확히 하자고 제안한다"고 말했다.

박 장관은 지난해 8월 산둥성 칭다오에서 당시 외교부장이었던 왕 위원과 회담한 바 있다.

한중일 협력사무국과 중국공공외교협회, 칭다오시 정부 공동 주최로 열린 이날 포럼에서는 '포스트 코로나 시대 한중일 협력 재활성화: 전략소통·경제무역 연결·민심상통(相通)'을 주제로 각국 전직 관료와 전문가 등이 머리를 맞댔다.

행사 주최 측인 한중일 협력사무국과 중국공공외교협회는 각국 정부와 연결된 기관이어서 이번 행사에서의 논의는 앞으로 한중일 3국 정상회의 개최 등 정부 차원의 협력 추진에도 참고가 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서울에 본부를 둔 한중일 협력사무국은 한·중·일 3국 협력체제 산하의 각종 협의체 운영을 지원하고 협력 사업을 발굴·지원하는 등의 역할을 맡는 3국 정부 간의 국제 협의체다.

2010년 5월 한중일 정상회의 합의에 따라 2011년 9월 공식 출범했으며, 세 국가가 돌아가며 2년씩 사무총장을 맡는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