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회사의 금융거래 정보 보존 의무 기간 확대 법안을 놓고 논란이 일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이 “상속·증여세 포탈을 제대로 조사하지 못하고 있다”며 보존 기간을 5년에서 15년으로 확대하는 방안을 추진하면서다. 하지만 보존 기간을 늘리면 “개인의 기본권에 해당하는 개인정보 자기결정권을 과도하게 제한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3일 금융권에 따르면 국회 정무위원회는 4일 법안심사소위원회를 열어 이용우 민주당 의원이 작년 11월 대표 발의한 ‘금융실명거래 및 비밀보장에 관한 법률’(금융실명법) 일부 개정안을 심사한다. 이 개정안은 상속·증여세 탈세 방지를 위해 금융회사에 금융거래 정보를 15년 동안 의무적으로 보존하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현행 국세기본법에 따르면 국세청은 세금 포탈이 의심되는 경우 납세자의 15년치 금융거래 정보를 조사할 권한이 있지만, 금융사는 국세청의 자료 제출 요구에 5년 전까지의 금융거래 정보만 제출한다. 상법상 금융사에 부과된 의무 보존 기간은 보통 5년(최장 10년)이기 때문이다. 이에 국가의 정당한 조세부과권을 확보하기 위해 금융사의 보존 의무 기간을 15년으로 확대해야 한다는 게 민주당의 주장이다.

하지만 반론도 만만치 않다. 소수의 탈세범을 잡기 위해 개인의 금융거래 정보 보존 기간을 일괄 확대하면 국민의 기본권(개인정보 자기결정권)이 제한된다는 이유에서다. 금융권도 정부 업무인 국세 징수를 이유로 민간 금융사에 의무를 부과하는 것은 부당하다고 지적한다. 금융거래 저장량이 늘어나면 금융사는 데이터센터 확충 등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다.

정부 내부에서도 의견이 엇갈린다. 국세청은 금융실명법 개정안을 반기지만 금융위원회는 “조세 포탈이 금융사와 관련된 행위로 보기 어려운 만큼 (금융실명법이 아니라) 상법 또는 국세기본법을 개정하는 방안 등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며 신중론을 펴고 있다.

정의진 기자 justj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