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세계그룹의 부동산 개발 투자를 이끄는 신세계프라퍼티가 회사채 대신 신종자본증권을 발행해 눈길을 끌고 있다. 대규모 개발 프로젝트로 재무 건전성이 악화할 것을 대비해 선제적으로 자본 확충에 나선 것이다. 선호도가 떨어지는 A급 신종자본증권이지만 산업은행의 지원사격으로 대규모 투자수요 확보에 성공했다는 평가다.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신세계프라퍼티는 지난달 29일 3000억원어치의 사모 신종자본증권을 발행했다. 3년 뒤 콜옵션 조건이 달렸다. 확보한 자금은 차환과 운영 비용 등으로 활용할 방침이다. 이번 신종자본증권의 신용등급은 A급으로 매겨졌다.

통상 자금 조달이 필요한 기업은 회사채 발행에 나서지만 신세계프라퍼티는 이례적으로 신종자본증권을 택했다. 회사채와 달리 신종자본증권은 회계상 ‘부채’가 아닌 ‘자본’으로 인정돼 재무 건전성 지표 개선에 일시적으로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모회사인 이마트의 지원이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는 것도 신종자본증권을 택한 배경이다. 신세계프라퍼티의 지분의 100%를 보유한 이마트는 2017년부터 유상증자를 통해 7350억원을 지원했다. 그러나 최근 이베이코리아와 스타벅스코리아를 인수해 재무 부담이 커진 상황이다. 이마트의 차입금은 2020년 말 6조1799억원에서 올해 3월 말 11조2731억원 대로 두 배 가까이 늘었다.

다만 신종자본증권은 회사채보다 이자 비용이 많이 들고 콜옵션 도래에 따른 중도 상환에 대비해야 한다는 점이 부담이다. 회사 측은 개발 사업이 궤도에 오른 뒤 외부 투자를 유치하면 3년 뒤 콜옵션 시행에는 큰 무리가 없다고 보고 있다.

신세계프라퍼티는 조달한 자금을 스타필드 청라와 동서울터미널 등 추진 중인 대규모 개발 사업에 투입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 회사는 지난해 2월엔 미국 와이너리 ‘셰이퍼 빈야드’를 3000억원에 인수했다. 이 과정에서 총차입금이 2018년 말 214억원에서 올해 3월 말 1조3043억원으로 증가했다.

신세계프라퍼티는 이번 신종자본증권 발행시 산업은행의 지원 사격을 받아 대규모 투자수요를 확보했다. 일반적으로 A급 기업의 신종자본증권은 시장에서 인기가 떨어지는 편이다. 하지만 산업은행이 인수단으로 참여하면서 모집 부담을 줄였다.

한 증권사 회사채 발행 담당자는 “인수단에 산은이 포함되면서 이번 신종자본증권에 대한 증권가의 투자심리가 개선됐다”며 “연 6% 중후반의 고금리 이자 수혜를 누릴 수 있다는 점에서 투자자들로부터 좋은 반응을 얻었다”고 말했다.

장현주 기자 blackse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