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밀전시 암호코드 1305 - 퐁피두 센터 휴대품 보관소에서 생긴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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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te] 이혜원의 파리통신
예술은 늘 실험의 연속이다. 그 연속된 시도과 ‘재미있는 해프닝’ 안에서 다수의 사람들이 환호하는 새로운 반향이 일어나고 그것은 점점 고착화되어 또하나의 틀로 자리 잡는다. 그리고 그 잡힌 틀 안 에서 다시 파격적인 이벤트가 일어나고 그로 인해 생겨나는 변화들은 계속해서 미술의 흐름과 역사에 변주를 준다. 일례로 전시 공간의 변화도 그렇다. 계속해서 작업을 보여줄 장소들을 찾고, 또 좀 더 새롭게 보여주기 위한 예술가들의 끊임없는 도모가 예술의 변향을 가져왔다.
1863년 5월 15일, 파리 엘리제궁 안에선 나폴레옹 3세에 의한 ‘Salon des refusés(낙선전)’이 개최되었다. 아카데믹한 미술을 지향하는 살롱전의 엄격하고 보수적인 심사에서 대거 탈락한 3000여 명의 항의로, 말 그대로 작품 전시를 거절당한 작가들의 전시회가 열린것이다. 이 근대 미술의 획기적인 사건은 가장 화제가 된 그림을 출품했던 마네를 중심으로 젊은 화가들이 모여 인상파를 형성하는 계기가 되었다. 당시 충격적이고 새로웠던 인상주의 작품들은 이제 우리가 ‘미술관’ 하면 자연스레 떠올리는 권위있는 전시 공간에 역사적으로 인정받은 작품으로 오래도록 걸리게 되었다.
그리고 그 미술관의 위엄을, 2005년 영국 출신의 현대 예술가 뱅크시는 대영박물관에 소를 사냥하고 쇼핑하는 원시인이 그려진 돌을 몰래 진열하고, 미국 자연사 박물관에 미사일 딱정벌레를 전시하는 식으로 휘저었다. 그 외에도 루브르 박물관, 메트로폴리탄 박물관, 브루클린 박물관, 뉴욕현대미술관 등의 대형미술관과 박물관에 도둑 전시를 진행하면서, 허가받지 않은 장소에 대한 전시라는 독단적이고 실험적인 시도를 했다. 현대의 많은 젊은 아티스트들은 이러한 시도에 영향 받아 공식적으로 전시가 허가되지 않은 공사장, 주차장, 카센터, 폐건물의 옥상, 화장실 등이나 화이트 큐브가 아닌 공간에 몇시간, 혹은 며칠 동안만 작품을 설치하며 이름없는 신생 예술가들의 발디딜 곳을 찾아 호소하고 있다. 신생 큐레이터와 함께하거나 아직 학교를 재학 중이거나 갓 졸업장을 받은 어린 예술가들끼리 뜻을 모은 이 프로젝트들은, 예술계의 다듬어진 틀이나 규정을 뒤틀며, 무명의 작업과 아직은 존재감이 미미한 아티스트들이 예술계에서 조금이라도 더 버텨내기 위해 스스로에게 하는 인공호흡같은 것이다.
퐁피두 센터(Centre national d'art et de culture Georges-Pompidou)는 오르세나 루브르보다는 현재 우리의 시대에 가까운 예술을 소개하는 미술관이다. 하지만 이곳 또한 이미 상대적으로 저명한 현대예술인들이 규모가 꽤 큰 작업들을 널찍한 공간에 전시하고 있으며, 그 작품간의 설치 여백이 안정감과 여유로 느껴지곤 한다. 그리고 그 밑 1층에는 티켓 발권을 하고 옷이나 가방들의 소지품을 맡기는 장소가 있다. 지난 5월초 한 소셜미디어 계정에는 ‘cloakroom_1305’라는 이름으로 이 공간에 대한 소개와 뜻이 숨어 있는 단어들이 단발적으로 게시되었다 사라지곤 했다. 그리고 날짜가 다가올 수록 전시에 대한 공지와 스포일러들을 공개하며 사람들이 관심을 가질 수 있도록 유도했다.
수많은 사람들이 오가는 퐁피두 센터, 비록 보러 오는 전시는 각자 다를지라도 모두 휴대품을 맡기러 이곳에 오게 된다는 것에 착안한 전시다. 5월 13일 낮 12시부터 이 공간에는 보관되어 있는 다른 물품들과 위화감이 들면서도 어우러지는듯 묘한 느낌을 가진 오브제들이 하나 둘 나타나기 시작했다. 입구에는 캐비닛의 번호와 작업의 의미를 유추할 수 있는 작가의 설명이 쓰여진 팜플릿이 비치되어 있어 그걸 보면서 번호를 따라가 작품을 보는 것이 마치 보물찾기를 하는 듯 흥미롭다. 커다란 공간에 큰 부피의 작품이 설치되고 그 위 하이라이트 조명을 받는 여유와 위압감이 있는 전시와는 다르게 투명 캐비넷 안의 설치 작업은 작고 납작하거나 유연한 형태의 작업이다. 좁은 공간에 꼭 맞 거나 틈이 없이 끼어있는 모습으로 그 형태가 작가들의 현상황을 대변해주고 있는 듯했다. 또 이런 전시공간의 특징을 십분 이용하여 직접 비밀번호를 해제하고 작품을 만지거나 변형하며 참여할 수 있는 형태가 많아 전시를 관람하는 사람들도 소지품을 보관하러온 사람들처럼 캐비넷을 열고 닫는 행위를 하며 자연스럽게 섞인 모습이 굉장히 신선하고 재밌었다.
옷과 신발, 모자 모양으로 접은 위조 달러 지폐가 붙어 있는 캐비닛은 쪽지로 비밀번호를 알 수 있어 작품을 하나씩 가져갈 수 있기도 하고 또 반대로 진짜나 종이 화폐를 접어 작품 사이에 놓고 갈 수도 있다. 가짜와 진짜의 경계, 화폐의 가치, 다른 사람들이 손댈 수 없는 잠금장치의 시스템이 깨진 이 작은 공간은 어쩐지 묘한 기분이 들기도하고 종이인형의 방을 들여다 보는 듯한 귀여움도 느껴진다. 전시된 사진 작업 중에는 공간의 크기 제한에 맞춰 천에 인화된, 공중에 팽팽하게 당겨진 이미지들 이 많이 보여 공간과 설치가 주는 긴장감과 재질의 유연함이 동시에 느껴지기도 했다.
조각 또한 일상에서의 사물 등을 가져와 작업한 것이 많아 어느 것이 보관중인 소지품인지, 작품인지 헷갈리는 재치있는 설치도 보였다. 다른 미술관의 어느 작가, 어느 작품에 대한 특이한 형식의 약도나, 숨겨진 디테일에 대한 노트가 비밀스럽게 써져있는 작업도 있었고, 볼펜도 비치되어 있어 직접 참여도 할 수 있었다. 이 특별한 전시의 관람객은 전시에 참여한 작가들이 갤러리 입문의 턱, 전시 공간에 대한 정의를 부수고 이 공간에 비집고 들어 왔듯이, 이곳에서 주도적으로 작업이 설치된 공간의 벽을 허물고 직접적인 신체의 접촉으로 작품을 느낀다. 바로 그 곳, 옷가지만 겨우 들어갈 그 협소한 공간에 오늘날 젊은 작가들의 새로운 흐름을 주도하고자 하는 열정과 자신을 알리고자 하는 간절함이 잔뜩 구겨져 들어가 있었다.
1863년 5월 15일, 파리 엘리제궁 안에선 나폴레옹 3세에 의한 ‘Salon des refusés(낙선전)’이 개최되었다. 아카데믹한 미술을 지향하는 살롱전의 엄격하고 보수적인 심사에서 대거 탈락한 3000여 명의 항의로, 말 그대로 작품 전시를 거절당한 작가들의 전시회가 열린것이다. 이 근대 미술의 획기적인 사건은 가장 화제가 된 그림을 출품했던 마네를 중심으로 젊은 화가들이 모여 인상파를 형성하는 계기가 되었다. 당시 충격적이고 새로웠던 인상주의 작품들은 이제 우리가 ‘미술관’ 하면 자연스레 떠올리는 권위있는 전시 공간에 역사적으로 인정받은 작품으로 오래도록 걸리게 되었다.
그리고 그 미술관의 위엄을, 2005년 영국 출신의 현대 예술가 뱅크시는 대영박물관에 소를 사냥하고 쇼핑하는 원시인이 그려진 돌을 몰래 진열하고, 미국 자연사 박물관에 미사일 딱정벌레를 전시하는 식으로 휘저었다. 그 외에도 루브르 박물관, 메트로폴리탄 박물관, 브루클린 박물관, 뉴욕현대미술관 등의 대형미술관과 박물관에 도둑 전시를 진행하면서, 허가받지 않은 장소에 대한 전시라는 독단적이고 실험적인 시도를 했다. 현대의 많은 젊은 아티스트들은 이러한 시도에 영향 받아 공식적으로 전시가 허가되지 않은 공사장, 주차장, 카센터, 폐건물의 옥상, 화장실 등이나 화이트 큐브가 아닌 공간에 몇시간, 혹은 며칠 동안만 작품을 설치하며 이름없는 신생 예술가들의 발디딜 곳을 찾아 호소하고 있다. 신생 큐레이터와 함께하거나 아직 학교를 재학 중이거나 갓 졸업장을 받은 어린 예술가들끼리 뜻을 모은 이 프로젝트들은, 예술계의 다듬어진 틀이나 규정을 뒤틀며, 무명의 작업과 아직은 존재감이 미미한 아티스트들이 예술계에서 조금이라도 더 버텨내기 위해 스스로에게 하는 인공호흡같은 것이다.
퐁피두 센터(Centre national d'art et de culture Georges-Pompidou)는 오르세나 루브르보다는 현재 우리의 시대에 가까운 예술을 소개하는 미술관이다. 하지만 이곳 또한 이미 상대적으로 저명한 현대예술인들이 규모가 꽤 큰 작업들을 널찍한 공간에 전시하고 있으며, 그 작품간의 설치 여백이 안정감과 여유로 느껴지곤 한다. 그리고 그 밑 1층에는 티켓 발권을 하고 옷이나 가방들의 소지품을 맡기는 장소가 있다. 지난 5월초 한 소셜미디어 계정에는 ‘cloakroom_1305’라는 이름으로 이 공간에 대한 소개와 뜻이 숨어 있는 단어들이 단발적으로 게시되었다 사라지곤 했다. 그리고 날짜가 다가올 수록 전시에 대한 공지와 스포일러들을 공개하며 사람들이 관심을 가질 수 있도록 유도했다.
수많은 사람들이 오가는 퐁피두 센터, 비록 보러 오는 전시는 각자 다를지라도 모두 휴대품을 맡기러 이곳에 오게 된다는 것에 착안한 전시다. 5월 13일 낮 12시부터 이 공간에는 보관되어 있는 다른 물품들과 위화감이 들면서도 어우러지는듯 묘한 느낌을 가진 오브제들이 하나 둘 나타나기 시작했다. 입구에는 캐비닛의 번호와 작업의 의미를 유추할 수 있는 작가의 설명이 쓰여진 팜플릿이 비치되어 있어 그걸 보면서 번호를 따라가 작품을 보는 것이 마치 보물찾기를 하는 듯 흥미롭다. 커다란 공간에 큰 부피의 작품이 설치되고 그 위 하이라이트 조명을 받는 여유와 위압감이 있는 전시와는 다르게 투명 캐비넷 안의 설치 작업은 작고 납작하거나 유연한 형태의 작업이다. 좁은 공간에 꼭 맞 거나 틈이 없이 끼어있는 모습으로 그 형태가 작가들의 현상황을 대변해주고 있는 듯했다. 또 이런 전시공간의 특징을 십분 이용하여 직접 비밀번호를 해제하고 작품을 만지거나 변형하며 참여할 수 있는 형태가 많아 전시를 관람하는 사람들도 소지품을 보관하러온 사람들처럼 캐비넷을 열고 닫는 행위를 하며 자연스럽게 섞인 모습이 굉장히 신선하고 재밌었다.
옷과 신발, 모자 모양으로 접은 위조 달러 지폐가 붙어 있는 캐비닛은 쪽지로 비밀번호를 알 수 있어 작품을 하나씩 가져갈 수 있기도 하고 또 반대로 진짜나 종이 화폐를 접어 작품 사이에 놓고 갈 수도 있다. 가짜와 진짜의 경계, 화폐의 가치, 다른 사람들이 손댈 수 없는 잠금장치의 시스템이 깨진 이 작은 공간은 어쩐지 묘한 기분이 들기도하고 종이인형의 방을 들여다 보는 듯한 귀여움도 느껴진다. 전시된 사진 작업 중에는 공간의 크기 제한에 맞춰 천에 인화된, 공중에 팽팽하게 당겨진 이미지들 이 많이 보여 공간과 설치가 주는 긴장감과 재질의 유연함이 동시에 느껴지기도 했다.
조각 또한 일상에서의 사물 등을 가져와 작업한 것이 많아 어느 것이 보관중인 소지품인지, 작품인지 헷갈리는 재치있는 설치도 보였다. 다른 미술관의 어느 작가, 어느 작품에 대한 특이한 형식의 약도나, 숨겨진 디테일에 대한 노트가 비밀스럽게 써져있는 작업도 있었고, 볼펜도 비치되어 있어 직접 참여도 할 수 있었다. 이 특별한 전시의 관람객은 전시에 참여한 작가들이 갤러리 입문의 턱, 전시 공간에 대한 정의를 부수고 이 공간에 비집고 들어 왔듯이, 이곳에서 주도적으로 작업이 설치된 공간의 벽을 허물고 직접적인 신체의 접촉으로 작품을 느낀다. 바로 그 곳, 옷가지만 겨우 들어갈 그 협소한 공간에 오늘날 젊은 작가들의 새로운 흐름을 주도하고자 하는 열정과 자신을 알리고자 하는 간절함이 잔뜩 구겨져 들어가 있었다.
퐁피두 센터의 휴대품 보관소
작업인줄 알았던 누군가의 소지품 Clélia Guy - Livre d’amour qui se glisse à la ceinture
퐁피두 센터 5층에서 다른 작품들을 거치고, 끼고 돌고, 뒤로하고,
앞으로 나아가서 니키 드 생팔 을 찾아갈 수 있는 약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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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loakroom - Vestiaire- Guardarropa 의 전시장 안내도, 퍼포먼 스 시간안내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