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집에는 하루 종일 집사를 기다리는 고양이가 두 마리 있습니다. 집에 돌아가면 강아지처럼 뛰어 나와 반겨주는 모습에 가끔 감동하기도 합니다.

‘세상에, 나를 이렇게 변함없이 좋아해주는 생명체가 있다니!’ 하면서 말이지요.

사랑이 아무리 움직이는 것이라 해도 집사를 향한 고양이의 사랑은 놀랍게도 한결같습니다. 물론 강아지도 그렇지요. 반려동물과 가족처럼 지내다 보면 서로 다른 언어를 사용하면서도 묘하게 소통이 되는 것을 경험합니다. 어떻게 사람의 말을 알아듣는 것인지 알 수 없지만 신기한 소통임은 분명합니다.

사실 요즘은 텔레비전이나 휴대폰도 말을 하고, 심지어 밥솥까지 말을 하는 세상이라, ‘아무튼 소통’을 기준으로 의미를 확장시키면 강아지, 고양이에 이어 이런저런 전자제품까지도 반려존재 범위에 들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지금도 아침에 눈을 떠서 제일먼저 하는 일이 시간이나 날씨를 묻느라 휴대폰에게 말을 거는 일이니까요. 이렇게 우리 주변엔 점점 더 ‘다양한’ 가족과 이웃이 늘어날 것 같습니다.

팬들이 부르는 이름으로 ‘가오갤’인 영화 <가이언즈 오브 갤럭시>에는 정말 ‘다양한’ 가족, 친구, 이웃이 등장합니다. 실로 인간이 상상할 수 있는 온갖 종류의 생명들이 등장하지요. 올드팝을 사랑하는 지구인, 천재적인 발명가 라쿤과 자신을 그루트라고 ‘말하는’ 나무에 이르기까지. 이렇게 다양한 존재들이 ‘하나의 팀’을 이룹니다.

그들 모두는 자신만의 스토리가 있고, 그 스토리 속에 아픔도 있습니다. 또 자신만의 능력도 있지요. 강한 성격 차이로 충돌할 때도 많고, 저마다의 생각이 달라 때로는 상황을 어렵게 만들기도 합니다. 그래서 어떤 때는 고집스런 판단 때문에 팀 전체를 위기에 빠트리기도 하죠.

하지만 어떤 일이 생기든, 이들은 서로가 ‘가족’이라는 생각만큼은 버리지 않습니다. 특히 위기 앞에서 더욱 그렇습니다. 자신만의 주특기를 조화롭게 발휘하여 문제를 해결해 내고 말지요. 이렇게 맨날 툭탁거리긴 하지만, 이토록 다른 존재들이 모여서 가족과도 같은 끈끈한 팀조직을 만들 수 있는 비결은 무엇일까요?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 그루트가 마침내 새로 뱉은 한마디
서로 완전 다른 존재들이지만 공유하는 가치가 있고, 마음을 열어 소통하기를 주저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다양성이 힘을 발휘할 수 있는 요건은 바로 소통이기 때문이죠.

최근 글로벌 트렌드인 ESG의 측면에서 보자면, 그리고 ESG경영을 실천하는 기업들이 특히 신경을 쓰고 실천해야 하는 덕목은 ‘다양성 실현’일겁니다. 다양성은 건강한 생태계를 가늠하는 지표기도 하죠. 기업이나 지역 사회를 일종의 생태계라고 볼 때, 다양성이 있다는 것은 곧 그 기업이나 지역 사회가 건강하다는 뜻입니다. 획일화된 시스템은 외부 충격에 대해 취약하기 쉬우니까요.

사람들이 조금씩 다르다는 것은 인류 전체의 미래를 위해서는 축복이 아닐 수 없습니다. 획일화된 조직이나 시스템이 외부 충격에 취약하다는 것은 변화에 대한 적응력이 약하다는 말과 같습니다. 특히나 요즘처럼 세상이 하루가 다르게 변화해갈 때 변화에 취약하다는 말은 어떤 의미를 가질까요? 지속가능성을 중요하게 여기는 오늘날 다양성이 매우 중요한 가치인 까닭일 겁니다.

최근 개봉한 디즈니 영화 <인어공주>의 주인공은 우리가 어린 시절 그림책에서 보았던 백인 공주가 아닌 흑인 배우인데, 그 또한 ESG경영을 실천하는 글로벌 기업 디즈니의 다양성 실현 때문입니다.

‘히어로나 왕자와 공주가 왜 항상 백인이어야 할까’를 생각하면 까만 피부의 인어공주는 전혀 문제가 없지요. 문제는 바로 소통일 것입니다. 짧게는 수년 동안, 길게는 수십 년 동안 공유되었던 인어공주 이야기의 문맥이란 것이 있는데 그 이미지가 단박에 교정될 수 있을까요? 다양성의 가치를 아무리 강조하더라도 2023년 개봉한 <인어공주>의 흥행실패는 어쩌면 모든 유색인종들에게 오히려 깊은 상처를 남긴 셈입니다.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 그루트가 마침내 새로 뱉은 한마디
다양성을 생각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말 중 하나가 ‘차이의 존중’입니다. 다름을 인정하자는 것이죠. 그런데 그 차이의 ‘존중’이 빛을 발하려면 무엇보다 ‘소통’이 되어야 합니다. ‘소통 없는 차이의 인정’은 존중이 아니라 그저 무시일 가능성이 높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점을 잘 보여준 영화가 바로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입니다. 파란색 피부든 초록색 피부든, 외계인이든 지구인이든, 동물이든 식물이든, 심지어 사이보그든 로봇이든, 싸울 때 싸우더라도 무시나 외면은 절대 없죠.

'가오갤’ 시리즈3의 마지막 부분에는 언제나 ‘나는 그루트’라고 말하던 나무가, 각자 자신의 길을 가기로 한 가족 같은 동료들에게 ‘우리는 그루트’라고 말하는 대목이 있습니다. 저는 바로 이 말을 들으며 저의 고양이들을 떠올렸는데요. 가장 약한 존재를 기준으로 소통하는 것, 이것이 바로 다양성 실현의 출발점일 것 같습니다.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 그루트가 마침내 새로 뱉은 한마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