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PRO] 주력사업 구조조정 나선 LG화학…친환경 대장주로 진화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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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CC 설비 매각설까지…정유사가 매수자로 나설 가능성 제기돼
정체성 변화로 따라 주가 재평가되려면…"고객사 다변화해야"
전남 여수에 있는 LG화학의 NCC 2공장 전경.  한경 DB
전남 여수에 있는 LG화학의 NCC 2공장 전경. 한경 DB
LG화학이 범용 플라스틱을 만드는 기초소재 부문의 구조조정에 나섰습니다. 업황 부진을 견디지 못하고 본업을 축소시키는 건데, 증권가의 반응은 환호에 가깝습니다. 성장 기대감이 큰 2차전지 분야와 고부가 플라스틱에 집중하면 주가가 재평가될 수 있다는 기대에서입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2일 LG화학은 68만원에 거래를 마쳤습니다. 직전 거래일인 1일 3.60% 상승한 뒤 상승분의 일부를 반납했습니다. 반면 또 다른 석유화학 기업인 롯데케미칼은 상승분의 대부분을 토해냈고, 대한유화는 지난달 종가보다 더 아래로 내려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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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비 매각설에 부정 안 해…“정유‧화학 업계 재편 가능성”

LG화학의 주가가 다른 석유화학 기업과 비교해 차별화된 건 2차전지 양극재를 만드는 첨단소재 부문의 성장에 대한 기대 때문입니다. 특히 LG화학은 최근 석유화학 사업을 하는 기초소재 부문에서 경쟁력이 떨어지는 분야에 대한 구조조정을 추진하면서 2차전지 관련 사업이 더 부각되고 있습니다.

노국래 LG화학 석유화학사업본부장은 지난달 19일 사업부 임직원에게 보낸 메일을 통해 “범용 사업 중 경쟁력이 없는 한계 사업에 대해서 구조조정을 늦출 수 없다”며 “가동 중지, 사업 철수, 지분 매각으로 사업구조를 재편하고 인력 재배치를 추진하겠다”고 말했습니다.

최근에는 여수의 납사분해설비(NCC) 2공장을 매각할 가능성도 제기됐습니다. 이에 대한 한국거래소의 조회공시 요구에 LG화학은 “석유화학 사업의 경쟁력 강화와 사업가치 제고를 위해 다양한 방안을 검토 중이나, 아직 구체적으로 결정된 바는 없다”고 답했습니다. 부정하지 않은 셈이죠.

LG화학이 범용 플라스틱을 만드는 사업의 구조조정의 나선 배경은 시황 부진의 장기화입니다. NCC에서 가장 먼저 생산되는 에틸렌(플라스틱 원료) 스프레드(제품 가격에서 원료비 등을 뺀 수익성 지표)는 장기간 손익분기점에도 못 미치고 있습니다. 코로나 팬데믹 이후 중국을 중심으로 에틸렌 생산설비 증설 러시가 이뤄진 탓에 공급이 수요를 크게 웃돌고 있어서죠.

석유화학 시황이 바닥을 쳤는지 여부에 대해서는 증권가 안에서도 의견이 갈립니다. 황규원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작년 4분기를 바닥으로 완만하고 길게 회복해나갈 것으로 전망합니다. 반면 정경희 키움증권 연구원은 “적어도 내년까지 업황 바닥이 지속될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정유‧화학 업계 재편 가능성을 제기한 조현렬 삼성증권 연구원의 분석도 눈길을 끕니다. 여수 NCC 2공장 매각설이 제기됐을 때 매각 대금이 워낙 큰 탓에 매수자가 나올 수 있겠느냐는 우려가 제기된 바 있기 때문입니다. 조현렬 연구원은 “전기차 침투율 가속화에 따른 원유 수요의 구조적인 변화로 원유의 화학제품 생산 활용 확대가 예상된다”며 “화학설비 확대가 필요한 상황(매수자‧정유업체)과 기존 화학사업에 대한 효율화가 필요한 상황(매도자‧화학업체)의 유인이 부합될 전망”이라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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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환경소재로 정체성 바뀌는 중”…주가 재평가 가능성은?

정유‧화학 업계 재편이 실제로 이뤄진다면 LG화학은 업계 재편의 배경과 결과에 모두 관여하게 됩니다. 운송용 석유제품 수요를 줄이는 전기차에 들어가는 2차전지 관련 사업을 키우면서, 석유화학 사업의 비중을 줄일 수 있어서입니다.

최근 LG화학은 2차전지 소재 사업 확장에 열을 올리고 있습니다. 2028년까지 모두 10조원을 투자해 현재 12만톤(t)인 연간 양극재 생산능력을 47만톤까지 확대할 계획입니다. LG에너지솔루션이 한국, 중국, 미국, 유럽 등 ‘글로벌 4각 생산체제’를 구축한 데 맞춰 LG화학의 생산 역량 확충이 이뤄지는 중입니다. 작년부터 미국 테네시주에 연산 12만톤 규모의 양극재 공장을 짓고 있습니다. 올해는 중국 화유코발트와 합작해 새만금에 전구체(양극재 생산에 들어가는 중간재료) 공장을 건설하겠다는 계획을 내놨습니다. 헝가리에서는 일본 도레이와 합작한 분리막 원단 공장이 지어지는 중입니다.

경쟁자가 늘어나는 화학 시장에서 발을 빼면서 성장하는 2차전지 사업에 집중하는 모습을 두고 최고운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배터리와 친환경 소재 분야로 기업 아이덴티티(정체성)가 바뀌고 있는 점이 중요한 투자 포인트”라고 평가합니다.

그는 “아직 첨단소재 부문의 매출이 석유화학의 절반 수준이고 양극재 이익이 대부분 자회사에서 나오고 있어 성장 모멘텀에 대해 화학업종 밸류에이션을 적용받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첨단소재 부문의 외형을 키우고, 양극재 구매처를 다변화하면 주가가 재평가될 가능성도 있다는 말입니다.

물론 LG화학도 양극재를 외부 판매를 적극적으로 추진 중입니다. 이동욱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작년부터 외부 고객사들에게 샘플을 공급하고 품질 테스트를 진행했다”며 “올해부터는 의미 있는 양극재 외부 판매 비중 확대가 예상된다”고 전했습니다.

한경우 기자 cas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