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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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간제 근로자가 근로계약 기간이 1년 미만이라는 이유로 무기계약직 근로자에게 지급되는 처우개선수당을 받지 못했다면 ‘차별적 처우’에 해당한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4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1부는 서울시가 중앙노동위원회를 상대로 낸 차별시정 재심판정취소 소송 상고심에서 원고 승소로 판결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 재판부는 “불리한 처우가 무기계약직과 비교해 기간제근로자만이 가질 수 있는 속성을 원인으로 하는 경우 ‘기간제근로자임을 이유로 한 불리한 처우’에 해당한다”고 판시했다.

서울의 한 고등학교는 출산휴가를 떠난 행정실 무기계약직 근로자 A씨를 대체하기 위해 B씨를 교육공무직 기간제 근로자로 채용했다. 근로계약 기간은 2016년 2월부터 같은 해 5월까지였다. 이후 A씨가 육아휴직을 신청하면서 학교 측은 B씨와 2016년 6월부터 이듬해 6월까지 근로계약 기간을 추가했다. B씨는 두번째 근로계약이 시작된 2016년 6월부터 같은 해 11월까지 장기근무가산금, 가족수당, 자녀학비보조수당 등이 포함된 처우개선수당을 받았다.

하지만 교육청의 ‘2016년 교육공무직원 처우개선수당 업무지침’이 문제가 됐다. 해당 지침은 근로계약 기간 1년 미만 및 기준일 이전 계속근로기간 1년 미만인 근로자는 처우개선수당 지급 대상에서 제외하도록 했다. 학교 측은 회계감사에서 “지침 적용기준일(2016년 3월 1일) 당시 B씨의 근무기간이 1년 미만임으로 수당 지급 대상이 아니다”는 지적을 받고 B씨에게 지급한 수당을 환수했다. B씨는 다음해 3월 1일이 돼서야 ‘계속 근로기간 1년 이상인 경우’에 해당하게 돼 수당을 지급받기 시작했다.

기간제법 제8조 제1항은 "사용자는 기간제 근로자임을 이유로 해당 사업 또는 사업장에서 동종 또는 유사한 업무에 종사하는 무기계약직 근로자에 비해 차별적 처우를 해서는 안 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B씨는 서울지방노동위원회에 “학교 측의 처분이 ‘차별적 처우’에 해당한다”며 시정 신청을 제기했으나 기각됐다. 이후 B씨는 중앙노동위원회에 재심을 신청해 차별적 처우에 해당한다는 판정을 받아냈다. 서울시는 이에 불복해 중노위를 상대로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1·2심은 서울시의 손을 들어줬다. 원심 재판부는 “해당 차별은 ‘1년 미만의 단기 근로계약을 체결한 기간제 근로자’라는 점 때문에 생긴 것”이라며 “오직 ‘기간제 근로자’이기 때문이라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중노위가 이 사건의 재심에서 기간제 근로자에 대한 차별적 처우를 전제한 것 자체가 잘못됐다는 얘기다.

하지만 대법원은 “무기계약직 근로자와 달리 기간제근로자만이 ‘근로계약 기간이 1년 미만’이라는 속성을 가질 수 있다”며 “기간제근로자 중 일부 근로계약 기간이 1년 미만인 사람만이 이 사건 처우개선수당을 지급받지 못한다고 하더라도 이는 기간제 근로자임을 이유로 한 불리한 처우에 해당한다”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다만 장기근무가산금은 계속근로기간이 1년 미만인 무기계약직 근로자도 받지 못할 수 있는 만큼 파기환송심에서 이 부분도 ‘불리한 처우’에 해당하는지 심리하라”고 덧붙였다.

민경진/곽용희 기자 m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