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부터 이어진 대출금리 인상 효과로 KB 신한 하나 농협 우리 등 5대 금융지주가 올해 상반기 사상 최대인 11조원대 순이익을 낸 것으로 추정된다. 하지만 연체율 상승에 따른 충당금 추가 적립 등으로 하반기엔 실적 악화가 불가피할 것이란 예상이 많다. 5대 금융지주는 하반기엔 리스크 관리와 비은행 포트폴리오 확대를 통한 수익구조 다변화에 집중한다는 방침이다.

KB·신한 리딩뱅크 경쟁

5대 금융지주, 하반기엔 리스크 관리 집중
4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금융은 오는 14일 서울 광장동 워커힐호텔에서 윤종규 회장을 비롯한 그룹 경영진 27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2023년 하반기 경영전략회의’를 연다. 윤 회장이 지난 1월 상반기 경영전략회의 때 경기 침체 가능성에 대비한 ‘핵심 경쟁력 확보’를 주문한 만큼 하반기에도 수익성 위주의 ‘내실 경영’을 강조할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다.

5대 금융지주, 하반기엔 리스크 관리 집중
11월 20일 임기 만료를 앞둔 윤 회장이 ‘리딩뱅크(1등 금융지주)’ 수성을 위한 그룹 차원의 중장기 비전을 제시할 가능성도 있다. 지난해 신한금융에 리딩뱅크 자리를 내준 KB금융은 올 1분기 1조4976억원의 당기순이익을 내면서 신한금융(1조3880억원)을 제치고 1등 금융지주 자리를 탈환했다.

신한금융은 그룹 모태인 신한은행 창업일(1982년 7월 7일)을 기념해 7일까지 신한문화 발전 방향을 논의하는 ‘신한컬쳐위크’를 진행한다. 진옥동 신한금융 회장은 지난 3일 첫 순서로 신한라이프를 찾아 ‘고객 신뢰’를 최우선 가치로 제시했다. 진 회장은 “재무적 1등보다 고객으로부터 인정받는 것이 진정한 일류”라며 고객 보호를 위한 ‘내부통제 책무구조도’ 조기 도입 계획을 밝혔다. 그는 신한카드와 신한투자증권 등 주요 계열사에서도 특강을 통해 이런 경영이념을 강조할 방침이다.

느긋한 ‘농협’·다급한 ‘우리’

은행과 증권사 보험사 등 주요 계열사의 실적 호조로 올 1분기에 2021년 4분기 이후 다섯 분기 만에 처음으로 우리금융을 제치고 ‘빅4 금융지주’에 오른 농협금융은 20~21일 주요 계열사 최고경영자(CEO)가 참석한 가운데 하반기 경영전략회의를 연다. 올 1월 취임한 뒤 첫 분기부터 실적 개선에 성공한 이석준 농협금융 회장은 하반기에도 자산관리(WM) 역량 강화와 연체율 등 건전성 관리에 집중할 것을 강조할 계획이다.

증권·보험사 인수합병(M&A)에 사활을 걸고 있는 우리금융도 이달 14일 ‘하반기 경영전략회의’를 한다. ‘기업금융 명가’ 재건과 ‘비은행 계열사 경쟁력 확보’를 목표로 3월 취임한 임종룡 우리금융 회장이 그룹 성장전략에 대한 논의를 진행할 전망이다. 우리금융은 비은행 계열사 부진 여파로 올 1분기 당기순이익(9137억원)이 농협금융(9471억원)에 뒤져 체면을 구겼다. 실적 개선 차원에서 긴축 경영 카드를 꺼낼 가능성도 제기된다. 임 회장은 최근 계열사 CEO들에게 “하반기 경영 여건 악화에 대비하라”며 각사별 비용 절감 방안 마련을 지시하기도 했다.

하나금융 그룹에선 핵심 계열사인하나은행이 지난달 30일부터 이틀간 인천 청라 하나글로벌캠퍼스에서 임원 워크숍을 열었다. 하나은행은 기업대출 확대를 통해 올 1분기 9707억원의 순이익을 올려 국민·신한(각각 9315억원), 우리은행(8595억원) 등을 제치고 은행권 순이익 1위에 올랐다. 함영주 하나금융 회장이 ‘1등 전략’을 강조하고 있는 만큼 하반기에도 우량 기업 중심의 대출자산 확대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김보형 기자 kph21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