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상반기 삼성전자 투자 수익률이 30%를 넘어가자 반도체 종목을 더 담아야 할지, 차익을 실현해야 할지 고민하는 투자자가 늘고 있다. 전문가들은 “과거 반도체 산업이 턴어라운드하는 시기엔 주가도 최소 2년 이상 장기 상승했다”며 “하반기에도 반도체가 시장을 주도할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과거에 없던 미·중 패권 경쟁 등 변수를 고려할 때 상장지수펀드(ETF) 등을 활용한 분산 투자를 고려해야 한다는 조언도 나왔다.
30% 오른 삼성전자, 더 살까…"반도체 최소 2년 간다"

“주가 상승 단 6개월로 끝나지 않을 것”

4일 블룸버그통신, 삼성증권 등에 따르면 최근 10년간 반도체 산업의 실적 반등은 두 차례 있었다. 우선 2012년 미국 금융위기, 남유럽 ‘PIGS(포르투갈 이탈리아 스페인)’ 재정위기, 중국 경기 침체 등의 복합위기가 해소되면서 메모리 반도체 수요가 크게 늘었다. 그 결과 2012년 하반기부터 2014년 말까지 약 2년6개월 동안 필라델피아 반도체지수에 포함된 기업들의 전체 이익은 83%, 주가는 평균 128% 올랐다. 두 번째 대세 상승기는 데이터센터용 반도체 수요 등에 힘입어 2016년 하반기부터 시작됐다. 약 2년간 반도체 기업들의 전체 이익은 120% 증가했고 필라델피아 반도체지수는 150% 상승했다.

업계에선 메모리 반도체 업황이 상반기 바닥을 친 것으로 보고 있다. 전균 삼성증권 연구원은 “필라델피아 반도체지수가 이제 본격적으로 상승 사이클에 진입했다”며 “적어도 올해와 내년에는 이익 사이클에 의한 강세가 기대된다”고 말했다.

생성형 인공지능(AI) 등 혁신 기술이 나오면서 새로운 반도체 수요가 증가하고 있다. 업계에선 2012년 대화면 스마트폰, 2016년 데이터센터와 비견되는 혁신 기술이라는 기대가 퍼지고 있다.

분산 투자로 리스크 낮춰야

특정 기업이나 섹터에 집중하는 건 리스크가 크다는 지적도 있다. 반도체 기술을 둘러싼 미·중 패권 갈등 등 시장이 예측할 수 없는 변수 때문이다. 이에 따라 반도체 밸류체인에 분산 투자할 것을 추천하는 전문가가 늘고 있다. 김정현 신한자산운용 ETF사업본부장은 “안갯속에서 벗어나는 상황에서는 어떤 기업이 상대적으로 잘될지 예측이 힘들기에 분산 투자가 유효할 수 있다”며 “개별 종목 투자는 상승 추세를 충분히 관찰한 후 나서는 게 합리적”이라고 말했다.

상반기 그래픽처리장치(GPU) 세계 1위 업체인 엔비디아가 196% 뛴 데 비해 TSMC(29.14%), 인텔(25.78%), 퀄컴(12.02%) 등 다른 반도체 기업의 주가 상승률은 상대적으로 높지 않았다. 글로벌 반도체를 골고루 담는 ETF 상품인 ‘ACE 글로벌반도체TOP4 Plus Solactive’에 투자했다면 65.83% 수익을 거둘 수 있었다. 국내에서도 상반기 HPSP 주가는 116.85%, SK하이닉스는 55.75% 상승했는데, 리노공업은 2.65% 오르는 데 그쳤다. 같은 기간 ‘TIGER Fn반도체Top10’은 44.95%, ‘KODEX Fn시스템 반도체’는 40.95% 올랐다. 반도체 소부장(소재·부품·장비)도 상황이 다르지 않다. 지난 4월 25일 상장한 ‘SOL 반도체소부장FN’은 약 2개월 사이 24.81% 올랐다. 같은 기간 이 ETF에 포함된 개별 종목들은 8~60% 수익률 편차를 보였다.

성상훈 기자 upho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