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고성능 반도체와 전기차 등에 쓰이는 주요 광물인 갈륨과 게르마늄에 대해 수출 제한 조치를 단행했다. 다음달부터 이들 원료를 반출하려면 상무부 허가를 받아야 한다. 미국 주도의 반도체 수출통제에 맞불을 놓은 것이다. 재닛 옐런 미국 재무장관의 방중을 앞두고 이번 조치를 지렛대 삼아 협상력에 우위를 가져가려는 의도가 읽힌다. 미·중 갈등이 격화하고, 글로벌 공급망 재편이 가속화하면서 중국이 국가안보 측면에서 핵심 광물을 전략적으로 활용할 것은 불 보듯 뻔하다. 갈수록 대상 품목이 늘고 국가도 확대될 것이다.

이처럼 현실화한 중국의 자원 무기화는 한국에 커다란 위협이다. 광물 수요의 95%를 수입하는 우리나라의 중국 의존도가 절대적이기 때문이다. 4차 산업혁명에 필수적인 10대 전략 핵심 광물 가운데 2차전지 양극재 소재인 수산화리튬의 84%, 황산코발트의 97%, 탄산망간 100%, 음극재 소재인 천연·인조흑연 각각 72%, 87% 등 대부분이 중국산이다. 반도체 연마제인 희토류(54%)와 전기차와 풍력발전기 모터의 핵심인 영구자석 네오디뮴(86%)의 주 수입원도 중국이다. 2년 전 요소수 대란은 비할 바가 아니다. 중국의 수출통제가 우리 산업을 마비시키고 경제를 뒤흔드는 사태가 언제든 일어날 수 있다.

그런데도 민간의 해외 자원 개발을 촉진하기 위한 세액공제는 2013년 일몰 후 재입법이 지지부진한 게 현실이다. 발등의 불로 떨어진 광물 공급망 확보는 민간 단독으로 대응하기 어렵다. 이명박 정부 후 끊긴 자원 외교를 복구해 아프리카, 남미 등 자원 부국으로 수입처를 다각화해야 한다. 미국이 주도하는 13개국 핵심광물안보파트너십(MSP)과 호주가 주도하고 25개국이 참여하는 핵심광물작업반 협력 체계도 적극 활용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