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만에 상승 반전했지만…"유의미한 변화 아냐" 덤덤한 시장 [오늘의 유가]
1%대 하락 하루만에 2% 상승 반전
감산 효과 저울질…수요부진 우려 여전
“77달러 위로 뛰어야 유의미한 변화”


최대 산유국들의 감산 계획 발표에도 내렸던 국제유가가 하루 만에 상승 마감했다. 경기침체 우려가 지속되고 있는 가운데 시장이 감산 영향을 저울질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4일(현지시간) 런던ICE거래소에서 브렌트유 9월 인도분 가격은 전일 대비 1.60달러(2.14%) 상승한 배럴당 76.25달러에 마감했다. 이날 미국은 독립기념일 연휴여서 뉴욕상업거래소서부텍사스산원유(WTI) 선물이 거래되는 뉴욕상업거래소(NYMEX)는 휴장했다.

국제유가는 러시아와 사우디아라비아가 감산 계획을 발표한 직후인 전날 1%대 하락세를 나타냈지만, 하루 만에 반전됐다. 로이터통신은 “원유 시장이 감산의 효과를 가늠해보고 있는 상황”이라고 분석했다.
하루만에 상승 반전했지만…"유의미한 변화 아냐" 덤덤한 시장 [오늘의 유가]
사우디는 하루 100만배럴(bpd) 규모의 감산 조치를 이달에 이어 다음 달까지 계속하겠다고 밝혔고, 러시아는 8월부터 하루 공급량을 50배럴씩 줄이겠다고 알렸다. 이어 아프리카 주요 산유국이자 석유수출국기구(OPEC) 소속인 알제리 역시 다음 달부터 하루 2만배럴씩 공급을 축소하겠다고 나섰다.

석유 중개업체 PVM의 타마스 바르가 애널리스트는 이들 세 국가가 예고한 감산 조치가 완전히 이행될 경우 다음 달부터 원유 공급량이 총 536만배럴 낮아질 것으로 추정했다. 이는 전 세계 석유 생산량의 5% 이상에 해당한다. 바르가 애널리스트는 “OPEC 플러스 소속 일부 국가들이 생산 할당량을 채우지 못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공급량은 더 많이 줄어들 수 있다”고 내다봤다.

TD증권의 다니엘 갈리 전략가도 “비록 유가가 즉시 뛰지는 않았더라도, 이를 더 낮은 수준까지 떨어트리지 않기 위해 사우디가 전념하고 있다는 걸 보여줬다”고 평했다.

하반기로 갈수록 원유 시장 수급이 타이트해질 거란 전망은 감산 발표 이전부터 제기되고 있었다. 코메르츠방크는 국제에너지기구(IEA) 데이터에 기반해 올 3~4분기 원유 시장에서 약 200만배럴의 공급 부족이 나타날 것이란 전망을 내놓은 바 있다.
하루만에 상승 반전했지만…"유의미한 변화 아냐" 덤덤한 시장 [오늘의 유가]
그러나 이 같은 공급 요인에도 불구하고 수요 부진 우려가 워낙 강한 상태여서 당분간 국제유가가 유의미하게 뛸 가능성은 작다는 지적이다. 석유 시장 컨설팅 업체인 리포우오일어소시에이츠의 앤드류 리포우 사장은 “재정 안정성 유지를 위해 배럴당 80달러를 목표로 삼은 사우디의 조치는 명백히 예방적이고 선제적”이라면서도 “러시아의 감산 계획은 증명될 필요가 있으며, 고금리에 따른 수요 압박이 계속되고 있다”고 말했다.

미 외환중개업체인 오안다(OANDA)의 크레이그 얼람 애널리스트는 “(산유국들의) 감산 발표는 석유 시장에 큰 변화를 가져오지 못했다”며 “배럴당 77달러 이상 수준으로 오른 뒤에야 뭔가 바뀌었다는 걸 암시할 것이며, 그렇지 않으면 박스권 장세가 지속될 것”이라고 짚었다.

산유국들의 감산 발표 자체가 곧 수요 우려가 걷히지 못하고 있다는 신호라는 해석도 있다. 로이터의 에너지 분야 칼럼니스트인 클라이드 러셀은 “올해 전 세계 석유 수요가 200만배럴 넘게 늘어날 거란 예측은 상당 부분 중국의 경제 회복에 기대고 있었으나, 중국의 회복세는 불안정하다”며 “수요 증가를 기대하는 낙관론이 흔들리고 있다는 걸 산유국들이 스스로 확인시켜준 셈”이라고 했다.

장서우 기자 suwu@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