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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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의 압박이 실제 라면 가격 인하로 이어지는 과정에서 국내 1위 라면기업인 농심의 주가가 곤두박질쳤다. 증권가에서는 올해 농심의 영업이익이 2~3% 정도 줄어들 것이란 전망과 함께, 해외 사업의 성장세까지 고려하면 저가매수 기회라는 조언도 나온다.

○부총리 발언 이후 7% 하락

정부 압박에 라면값 내린 농심…급락한 주가, 저가매수 기회?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1일 농심은 40만70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추 부총리가 지난달 18일 한 방송에 출연해 국제 밀 가격 하락을 이유로 라면 가격을 인하했으면 좋겠다고 말한 이후 7.08% 하락했다.

가격 인하 압박이 이뤄진지 9일만에 농심이 신라면과 새우깡의 출고가를 각각 4.5%와 6.9% 내리겠다고 발표했다. 발표 직후에는 불확실성 해소로 인식돼 주가가 반등하기도 했지만, 다시 힘이 빠졌다.

라면업계는 인플레이션(물가 상승)이 심했던 작년 원재료비 상승을 이유로 잇따라 가격을 올렸다. 이번에 인하되기 직전 신라면 가격은 2020년 대비 19.35% 비쌌다. 가격을 올린 뒤 국제 밀 가격이 진정되면서 올해 수익성이 크게 개선될 것으로 기대됐다.

○“올해 영업이익 전망 2~3% 하향”

증권가는 이번 가격 인하 영향이 농심의 올해 영업이익 전망치를 2~3% 하향시킬 수준으로 보고 있다. 박상준 키움증권 연구원은 “농심의 출고가 인하로 올해 연간 매출액 전망치는 180억~190억원 하향하지만, 소맥분 가격도 5% 인하돼 연간 비용을 최소 80억원 정도 절감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증권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집계된 농심의 올해 연간 영업이익 컨센서스(전망치 평균)는 1974억원이다. 아직 가격 인하를 반영한 전망치 하향조정은 이뤄지지 않았다.

라면 수요 증가가 구조적이기에 주가의 우상향 추세가 지속될 것이란 전망도 눈길을 끈다. 익명을 요구한 애널리스트는 “평소 식사를 저렴하게 해결해 아낀 돈으로 명품 의류를 사는 ‘소비 양극화’ 트렌드로, 경기가 회복돼도 라면 수요 확대가 계속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마진이 줄어도 판매량이 늘면 이익 규모가 커질 수 있다. 이번 주가 하락을 저가매수 기회로 활용할 수 있다는 말이다.

심은주 하나증권 연구원은 이번 농심의 주가 하락에 대해 “실적 전망치가 하향 조정되는 것보다, 실적 가시성 저하에 대한 우려가 작용하고 있다는 판단”이라며 단기 저점으로 역사적 주가순자산비율(PBR)의 중간 수준(0.8배)인 35만원을 점쳤다.

○해외법인 가파른 성장세도 돋보여

국내보다 빠르게 성장하는 해외법인에 주목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한 자산운용사 대표는 “가격 인상이 올해 주가 상승 요인이었다면 모든 라면업체 주가가 올랐어야 했다”며 “농심의 주가가 독보적인 상승세를 보인 건 해외시장 확대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미국 현지법인인 농심아메리카의 올해 1분기 매출은 전분기 대비 39.7% 증가한 1586억원, 순이익은 637.8% 급증한 119억원을 기록했다. 미국에서 라면이 저렴한 한끼 식사로 인기를 끌자, 농심은 현지 2공장의 가동률을 높이고 대형마트인 샘스클럽을 비롯해 입점 채널을 확대하고 있다.

농심 관계자는 “농심의 국내와 해외 매출 비중은 6 대 4까지 높아졌다”며 “조만간 해외 매출 비중이 절반을 넘어설 것”이라고 말했다.

한경우 기자 cas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