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율 낮아도 세수 급증한 아일랜드, 정부지출 64억유로 더 늘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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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 정부지출 9조원 가량 증액
전년 대비 6% 증가
법인세 세수 급증하며 인프라 투자 확대
전년 대비 6% 증가
법인세 세수 급증하며 인프라 투자 확대
아일랜드 정부가 내년 예산안에서 정부 지출을 64억 유로(약 9조원)가량 증액하기로 결정했다. 법인세 세수가 급격히 늘어나면서 인프라 투자에 나선 것이다. 낮은 세율을 바탕으로 투자 유치에 성공하며 세수가 확장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아일랜드 재무부는 재정 규칙을 위반한 것이 아니라는 입장이다. 마이클 맥그레스 재무부 장관은 "가계의 생활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선 재정 지출을 늘리는 수밖에 없다"며 "전략적으로 인플레이션에 대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일랜드 재무부는 늘어난 정부지출을 바탕으로 52억 유로가량을 인프라 투자에 쓸 방침이다. 세금 감면 혜택을 위한 지원금도 11억유로 증액한다. 나머지 금액은 아일랜드 국부펀드에 출자할 예정이다.
아일랜드가 정부 지출을 늘려도 재정 부담이 덜한 이유는 법인세 세수가 급격히 증가하고 있어서다. 법인세 세수가 확장하면서 올해 아일랜드는 117억 유로 규모의 재정 흑자를 기록할 전망이다. 아일랜드 재무부는 향후 4년간 재정흑자가 총 650억유로에 달할 것으로 전망했다. 지난해부터 다국적 기업의 법인세 납부액이 급격히 증가했다. 글로벌 기업이 작년 아일랜드에 납부한 법인세는 226억유로(약 32조원)에 달했다. 5년 전 80억유로에서 182% 증가한 수치다. 아일랜드 정부가 '횡재(Windfall)' 법인세를 거둬들였다는 평가다. 올 상반기에도 법인세 세수는 전년 동기 대비 20% 증가한 106억유로를 기록했다
미국 재무부가 2021년부터 글로벌 최저한세 도입을 추진하면서 아일랜드 세수가 급격히 증가했다. 미 재무부는 글로벌 법인세의 최저한세를 15%로 맞추려 했다. 다국적 기업들은 12.5%로 세율이 낮은 아일랜드에 법인세를 납부하기 시작했다. 일정 규모 이상의 사업장을 아일랜드에 둬야 하는 조건을 충족시키려 유럽본부를 아일랜드로 옮기기도 했다.
미국 조세재단에 따르면 '국제 조세 경쟁력 지수' 법인세 부문에서 아일랜드는 세계 4위에 올랐다. 조세 경쟁력은 법인세·소득세·소비세·재산세·국제조세 5가지를 비교·분석하는데, 조세 부담이 낮고 과세체계가 단순할수록 경쟁력이 높은 것으로 평가된다.
실효세율도 유럽에서 가장 낮은 수준이다. 아일랜드는 2003년부터 법인세율을 연 12.5%로 적용했다. 유럽 평균보다 9% 낮은 수준이다. 여기에 지식재산권(IP) 특례제도인 '지식 개발 박스'를 적용하면 법인세 실효세율은 6.25%까지 낮아진다. IP 수익에 대한 세금을 최대 50%까지 감면해주는 제도다. 연구개발(R&D) 비용도 25%가량 세액 공제를 해준다. 다국적 기업이 대거 아일랜드에 터를 잡은 이유다.
R&D 비중이 큰 기업들은 아일랜드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 특히 다국적 제약사가 앞다퉈 진출했다. 지난해 기준으로 세계 20대 의약품 제조사 중 19개 기업이 아일랜드에 R&D 센터 및 생산 기지를 구축했다. 이에 따라 아일랜드 총수출의 60%를 의약품이 차지하고 있다. 의약산업에서 창출한 고용자 수는 2만 5000여명에 이른다. 사실상 유럽의 의료허브가 된 셈이다.
정보기술(IT) 기업도 아일랜드로 몰려들었다. 구글, 애플, 인텔, 메타 등 글로벌 IT기업은 유럽본부를 아일랜드에 세웠다. 낮은 세율을 비롯해 유럽의 교두보이자 북미 수출의 전초기지라는 지리적 이점을 고려한 것이다. 아일랜드 투자발전청(IDA)에 따르면 아일랜드에 진출한 글로벌 기업 수는 1700여 곳에 달한다.
성장으로 인한 과실은 재투자로 이어졌다. 아일랜드는 올해 국부펀드를 설립했다. 120억유로를 출자한 뒤 매년 40억유로 이상 납입할 예정이다. 연간 수익률을 5%로 추정하게 되면 2035년까지 운용자산(AUM) 규모가 1420억유로에 이를 전망이다.
국부펀드에서 창출한 수익은 재정 건전성 회복에 쓸 전망이다. 아일랜드는 2008년 금융위기를 겪은 뒤 국내총생산(GDP) 대비 정부 부채 비율을 대폭 줄여왔다. 금융위기 여파로 2013년까지 GDP 대비 부채 비율은 123%에 달했지만 지난해 49% 수준으로 떨어졌다.
맥그레스 장관은 "국부펀드로 인해 아일랜드 재정이 한층 안전해질 것"이라며 "국부펀드는 아무 때나 쓸 수 있는 비자금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오현우 기자 ohw@hankyung.com
아일랜드, 내년 정부지출 6% 늘려
4일(현지시간) 블룸버그에 따르면 아일랜드 정부는 내년도 예산안에서 정부 지출을 작년보다 64억 유로가량 증액한 912억유로로 책정했다. 전년 대비 6.1% 상승한 수치다. 2021년 아일랜드 정부가 정한 공공지출 증가율(5%) 규칙을 깨트린 것이다.아일랜드 재무부는 재정 규칙을 위반한 것이 아니라는 입장이다. 마이클 맥그레스 재무부 장관은 "가계의 생활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선 재정 지출을 늘리는 수밖에 없다"며 "전략적으로 인플레이션에 대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일랜드 재무부는 늘어난 정부지출을 바탕으로 52억 유로가량을 인프라 투자에 쓸 방침이다. 세금 감면 혜택을 위한 지원금도 11억유로 증액한다. 나머지 금액은 아일랜드 국부펀드에 출자할 예정이다.
아일랜드가 정부 지출을 늘려도 재정 부담이 덜한 이유는 법인세 세수가 급격히 증가하고 있어서다. 법인세 세수가 확장하면서 올해 아일랜드는 117억 유로 규모의 재정 흑자를 기록할 전망이다. 아일랜드 재무부는 향후 4년간 재정흑자가 총 650억유로에 달할 것으로 전망했다. 지난해부터 다국적 기업의 법인세 납부액이 급격히 증가했다. 글로벌 기업이 작년 아일랜드에 납부한 법인세는 226억유로(약 32조원)에 달했다. 5년 전 80억유로에서 182% 증가한 수치다. 아일랜드 정부가 '횡재(Windfall)' 법인세를 거둬들였다는 평가다. 올 상반기에도 법인세 세수는 전년 동기 대비 20% 증가한 106억유로를 기록했다
미국 재무부가 2021년부터 글로벌 최저한세 도입을 추진하면서 아일랜드 세수가 급격히 증가했다. 미 재무부는 글로벌 법인세의 최저한세를 15%로 맞추려 했다. 다국적 기업들은 12.5%로 세율이 낮은 아일랜드에 법인세를 납부하기 시작했다. 일정 규모 이상의 사업장을 아일랜드에 둬야 하는 조건을 충족시키려 유럽본부를 아일랜드로 옮기기도 했다.
조세경쟁력 기반으로 대기업 유치
전문가들은 아일랜드 법인세가 급증한 것은 일시적인 현상이 아니라고 분석했다. 코로나19가 창궐하기 이전부터 법인세 세수가 늘어나기 시작해서다. 유럽에서 가장 낮은 수준의 법인세율과 간단명료한 세금 체계 덕에 글로벌 기업으로부터 투자 유치에 성공했다는 평가다.미국 조세재단에 따르면 '국제 조세 경쟁력 지수' 법인세 부문에서 아일랜드는 세계 4위에 올랐다. 조세 경쟁력은 법인세·소득세·소비세·재산세·국제조세 5가지를 비교·분석하는데, 조세 부담이 낮고 과세체계가 단순할수록 경쟁력이 높은 것으로 평가된다.
실효세율도 유럽에서 가장 낮은 수준이다. 아일랜드는 2003년부터 법인세율을 연 12.5%로 적용했다. 유럽 평균보다 9% 낮은 수준이다. 여기에 지식재산권(IP) 특례제도인 '지식 개발 박스'를 적용하면 법인세 실효세율은 6.25%까지 낮아진다. IP 수익에 대한 세금을 최대 50%까지 감면해주는 제도다. 연구개발(R&D) 비용도 25%가량 세액 공제를 해준다. 다국적 기업이 대거 아일랜드에 터를 잡은 이유다.
R&D 비중이 큰 기업들은 아일랜드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 특히 다국적 제약사가 앞다퉈 진출했다. 지난해 기준으로 세계 20대 의약품 제조사 중 19개 기업이 아일랜드에 R&D 센터 및 생산 기지를 구축했다. 이에 따라 아일랜드 총수출의 60%를 의약품이 차지하고 있다. 의약산업에서 창출한 고용자 수는 2만 5000여명에 이른다. 사실상 유럽의 의료허브가 된 셈이다.
정보기술(IT) 기업도 아일랜드로 몰려들었다. 구글, 애플, 인텔, 메타 등 글로벌 IT기업은 유럽본부를 아일랜드에 세웠다. 낮은 세율을 비롯해 유럽의 교두보이자 북미 수출의 전초기지라는 지리적 이점을 고려한 것이다. 아일랜드 투자발전청(IDA)에 따르면 아일랜드에 진출한 글로벌 기업 수는 1700여 곳에 달한다.
경제성장세 더 가팔라져
글로벌 기업이 아일랜드로 몰려들면서 경제 성장세는 더 가팔라지고 있다. 지난해 아일랜드의 경제성장률은 12.2%(전망치)로 추산됐다. 유로존(유로화 사용 20개국) 경제성장률인 3.5%보다 3배 이상 높다. 데모 올리어리 굿바디 수석이코노미스트는 아일랜드에서 외국인 직접투자로 인한 고용이 5년간 8% 증가했다며 “이 일자리들은 법인세와 더불어 아일랜드의 세수 증가에 크게 기여하고 있다”고 말했다.성장으로 인한 과실은 재투자로 이어졌다. 아일랜드는 올해 국부펀드를 설립했다. 120억유로를 출자한 뒤 매년 40억유로 이상 납입할 예정이다. 연간 수익률을 5%로 추정하게 되면 2035년까지 운용자산(AUM) 규모가 1420억유로에 이를 전망이다.
국부펀드에서 창출한 수익은 재정 건전성 회복에 쓸 전망이다. 아일랜드는 2008년 금융위기를 겪은 뒤 국내총생산(GDP) 대비 정부 부채 비율을 대폭 줄여왔다. 금융위기 여파로 2013년까지 GDP 대비 부채 비율은 123%에 달했지만 지난해 49% 수준으로 떨어졌다.
맥그레스 장관은 "국부펀드로 인해 아일랜드 재정이 한층 안전해질 것"이라며 "국부펀드는 아무 때나 쓸 수 있는 비자금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오현우 기자 oh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