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관계는 인정…법정 좁아 일부 피고인은 방청석서 심문받아

임차인을 속여 총 2천억원대 전세 보증금을 가로챈 일당의 총책이 5일 법정에서 "사실관계는 대체로 인정하지만 전세 보증금을 가로챌 의도는 없었다"며 변호인을 통해 공소 사실을 부인했다.

이른바 '구리 전세사기 사건' 일당 26명에 대한 첫 재판이 이날 의정부지법 남양주지원에서 형사2단독 최영은 판사 심리로 열렸다.

일당 가운데 부동산컨설팅업체 대표이자 총책인 고모(41)씨를 비롯한 이 업체 임원 2명, 허위 임대인, 알선책 등 구속 피고인 5명은 수의를 입고 법정에 나왔다.

이 업체 직원과 분양대행업자, 공인중개사 등 불구속 피고인 21명도 함께 출석했다.

법정이 좁아 피고인석에는 변호인들이 자리했다.

방청석이 16개에 불과해 피고인들은 앉거나 서서 심문받았으며 자리를 정돈하는 데만 10여분 소요됐다.

재판부는 "사건이 병합되면서 법정을 준비 못 했다"며 "다음 재판부터는 큰 법정에서 진행하겠다"고 말했다.

피고인이 많은 탓에 재판부가 이름과 생년월일, 주소 등을 확인하는데도 30분 이상 걸렸다.

'구리 전세사기' 첫 재판…총책, 보증금 편취 혐의 부인
이들은 2020년 11월부터 지난해 9월까지 역할을 분담해 수도권 일대에서 '무자본 갭투자' 방식으로 서울 670채, 경기 158채, 인천 100채 등 오피스텔과 빌라 928채를 사들인 뒤 전세 보증금 2천434억원을 가로챈 혐의다.

검찰은 부동산컨설팅업체 임직원, 허위 임대인, 알선책 등 20명에게 사기 혐의를, 공인중개사 6명에게 공인중개사법 위반 혐의를 각각 적용, 이런 내용의 공소사실을 설명했다.

이날 재판에서 피고인 가운데 고씨 등 부동산컨설팅업체 임직원은 편취 의도가 없거나 공범이 아닌 방조범일 뿐이라고 주장하며 공소사실을 부인했다.

나머지는 공소 사실을 인정하거나 진술을 다음 기일로 미뤘다.

재판부는 "피고인들이 재판 5일 전 공소장을 받아야 하지만 일부는 아직 공소장을 못 보거나 1∼4일 사이 받았다"며 진술 연기를 받아들였다.

이날 재판은 일부 피해자가 배상신청인 자격으로 방청했으나 소동은 없었다.

다음 재판은 다음 달 19일 열린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