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양제철소 3열연공장. 사진제공=포스코
광양제철소 3열연공장. 사진제공=포스코
"다섯 개의 용광로에서 하루 약 6만t의 쇳물을 생산합니다."

지난달 30일 방문한 포스코 광양제철소 관계자는 "하루에 일반 자동차 6만대를 만들 수 있는 양"이라며 이같이 소개했다. 전남 광양에 위치한 이곳은 자동차 강판을 전문으로 생산하는 공장이다. 면적은 여의도 7배(647만평)에 달해 단일 규모로는 세계에서 가장 크다.
오는 10월 1단계 준공을 앞 둔 광양제철소 Hyper NO 공장 건설 현장 모습. 사진제공=포스코
오는 10월 1단계 준공을 앞 둔 광양제철소 Hyper NO 공장 건설 현장 모습. 사진제공=포스코
광양제철소는 지난해 약 820만t의 자동차 강판을 생산해 국내외 주요 자동차, 부품사에 공급했다. 전 세계 자동차 판매량이 연간 8000만대 수준이므로 지난해 판매된 자동차 10대 중 1대꼴로 포스코가 생산한 자동차 강판을 사용한 셈이다.

이날 방문한 곳은 철강 반제품인 슬래브를 압연해 코일로 만드는 3열연 공장과 초고강도 강판 '기가 스틸'을 생산하는 7CGL, 언론에 처음 공개된 전기 강판 공장 건설 현장이다.
"포스코만 만들 수 있다"…'전기 강판' 생산 광양제철소 가보니 [현장+]
첫 번째로 방문한 3열연 공장. 두꺼운 널빤지 형태의 슬래브를 얇고 긴 철판, 열연 제품으로 만드는 곳이다. 공장 안으로 들어서자 1200℃에 달하는 슬래브의 뜨거운 열기가 느껴졌다. 안전을 위해 3층 높이에서 공정을 살펴봤지만, 슬래브가 옆을 지나갈 때면 깜짝 놀라 몸을 돌려 피하게 될 정도로 뜨거웠다.

슬래브는 회전하는 롤 사이를 통과하며 얇고 길어진다. 현장 관계자는 45mm 이상 두께에서 신용카드 두께인 1.2mm까지 얇아진다고 설명했다.
"포스코만 만들 수 있다"…'전기 강판' 생산 광양제철소 가보니 [현장+]
압연 공정을 거치고 얇아진 슬래브는 두루마리 휴지처럼 돌돌 말린 형태의 코일로 가공한다. 열연 제품은 건축 자재와 파이프 등 산업체에서 가장 많이 사용된다. 열연 제품을 실온에서 더 얇게 가공한 냉연 제품은 열연코일과 달리 매끈한 은색 빛을 띈다. 냉연제품은 일반 가전제품이나 드럼, 자동차 프레임으로 사용되고 냉연 제품 표면에 아연을 도금한 제품은 고급 가전제품과 사무기기, 자동차 외장 등에 활용된다.
광양제철소에서 자동차용 기가스틸을 주력으로 생산하는 4도금공장CGL(Continuous Galvanizing Line, 용융아연도금라인) 전경. 사진제공=포스코
광양제철소에서 자동차용 기가스틸을 주력으로 생산하는 4도금공장CGL(Continuous Galvanizing Line, 용융아연도금라인) 전경. 사진제공=포스코
다음으로 방문한 곳은 꿈의 강판이라 불리는 초고강도 강판 '기가 스틸'을 생산하는 7CGL이다.
기가 스틸은 강판의 양쪽 끝을 잡아당겼을 때 늘어나는 인장 강도가 1기가 파스칼(GPa)급 강판을 뜻한다. 손바닥만 한 크기의 강판으로도 1t짜리 준중형차 1500대 하중을 견딜 수 있을 만큼 단단하다는 설명이다.
광양제철소 4도금공장 7CGL 내부.사진제공=포스코
광양제철소 4도금공장 7CGL 내부.사진제공=포스코
용융아연도금강판 공장(CGL)은 고급자동차용 소재인 초고장력강판(AHSS·Advanced High Strength Steel) 생산에 특화돼있다. 고장력 강판인 AHHS는 일반 자동차 강판과 비교해 차체 중량이 30%가량 가볍다. 주행 가능 거리와 충돌 시 배터리 안전을 위해 경량화와 충돌 안정성이 중요한 전기차에 주로 활용된다.

포스코는 전기차 중심으로 전환하는 자동차 산업에 대응해 기가 스틸 생산량을 늘려나가기로 했다. 또한 고강도 소재 복합 가공이 가능한 해외 가공센터를 확대하는 등 안정적 공급체계를 구축해나갈 계획이다.
오는 10월 1단계 준공을 앞 둔 광양제철소 Hyper NO 공장 건설 현장. 사진제공=포스코
오는 10월 1단계 준공을 앞 둔 광양제철소 Hyper NO 공장 건설 현장. 사진제공=포스코
마지막으로 찾은 전기 강판 공장 건설 현장은 이날 처음으로 언론에 공개됐다. 전기 강판 공장은 곧바로 제품을 만들어낼 것처럼 공사가 대부분 마무리됐다. 현장 관계자는 "곧 시운전 가능한 상태"라고 설명했다.

전기 강판 공장 역시 전기차의 전비를 높이는 게 핵심이다. 이곳에서는 전비에 중요한 구동모터용 무방향성 전기강판을 생산할 예정이다.

무방향성 전기 강판은 모터의 코어 철심에서 발생하는 전력 손실, 즉 철손량에 따라 등급을 나눈다. 철손값이 3.5W/kg 이하인 경우 '하이퍼 엔오(Hyper NO·고효율 무방향성 전기강판)'로 구분한다. 철손값이 낮은 하이퍼 엔오로 구동모터를 제작하면 모터 효율이 상승한다. 전기 에너지를 회전 에너지로 바꾸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에너지 손실은 일반 전기 강판 대비 30% 이상 적다.
포스코모빌리티솔루션이 포스코의 고효율 무방향성 전기강판을 사용해 제작한 구동모터용 코아.사진제공=포스코
포스코모빌리티솔루션이 포스코의 고효율 무방향성 전기강판을 사용해 제작한 구동모터용 코아.사진제공=포스코
안형태 투자엔지니어링실 하이퍼 엔오 능력증대TF팀장은 "전기 강판은 국내 철강사 중 포스코만 생산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포스코가 현재 생산 가능한 하이퍼 엔오 두께는 0.15mm이다. 국내 유일의 전기 강판 생산 기술력에 최신 설비 도입으로 생산 가능 두께를 최대 0.1mm까지 낮춘다는 계획이다. 전기 강판은 두께가 얇아질수록 모터가 회전할 때 발생하는 소음과 열 등 전기 에너지 손실이 낮아져 모터의 효율이 좋아진다.

전기 강판 공장은 오는 10월 1단계 준공 예정이며 지난 3일부터 시운전을 시작했다. 내년 10월 2단계 준공이 완료되면 포항과 광양을 합쳐 연간 40만t의 하이퍼 엔오를 생산하게 된다. 전기차 500만대의 구동모터 코어를 만드는 데 쓰일 수 있는 양에 해당한다.

광양=신용현 한경닷컴 기자 yonghy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