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정부 보조금만 2조원…풍력 돈다발 맞은 CS윈드 [안재광의 대기만성'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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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RA 시행으로 올해부터 첨단제조세액공제 혜택
올해 시작으로 2030년까지 총 2조원 공제받을 듯
유럽도 풍력발전 확대로 대규모 일감 나와
올해 시작으로 2030년까지 총 2조원 공제받을 듯
유럽도 풍력발전 확대로 대규모 일감 나와
씨에스윈드는 풍력발전 타워를 생산하는 회삽니다. 풍력 발전기를 보면 바람개비 처럼 돌아가는 게 있고, 이걸 블레이드라고 하죠. 이걸 지탱하는 커다란 기둥 같은 게 있잖아요. 이 기둥을 만드는거죠.기둥 자체는 대단한 게 아닐 수 있어요. 그냥 철 덩리잖아요. 근데 이게 친환경 에너지인 풍력 발전을 할 때 없어선 안 되는 기둥이 되면 얘기가 달라집니다. 만들기만 하면 엄청난 대우를 받습니다.
미국 얘기 했으니까 미국이 어떻게 대우하는 지 한번 볼까요. 미국에선 인플레이션 감축법, IRA가 올해부터 본격적으로 시행되고 있어요. IRA는 많이들 들어 보셨을텐데요. 한국 법도 잘 모르는데, 무슨 미국 법까지 알아야 하는 생각도 들지만. 돈 벌려면 이거 알아야 합니다. 핵심만 간단히 짚어 보자고요.
이 법안의 핵심이 친환경 에너지를 확대하는 겁니다. 전체 예산이 7370억달러, 우리 돈으로 960조원쯤 하는데요 그 절반인 3690억달러를 에너지 안보와 기후변화에 쓰겠다고 했어요. 여기에 당연히 풍력 발전 예산도 들어있습니다. 씨에스윈드에 해당하는 것은 AMPC, '첨단제조세액공제'란 항목이에요. 풍력 발전기 설치할 때 1W당 3센트를 설치한 업체 통장에 꽂아 주거나, 세금에서 빼주거나 이런 식으로 받아갈 수 있게 했습니다. 물론 다 주는 건 아니고 미국에서 만들어야 하고 재료인 후판, 두꺼운 쇳덩이를 미국산으로 쓰고 등등 여러 조건이 달려 있습니다. 씨에스윈드는 조건이 됩니다. 우선 미국에 공장이 있어요. 2021년에 미국 콜로라도에 있는 풍력 타워 공장을 인수했거든요. 이 공장이 한해 최대 4GW의 생산 능력을 보유하고 있어요. 1GW는 10억W에 해당하니까 4GW는 40억W인데요, 여기에 3센트를 곱하면 120억센트, 100센트가 1달러니까, 1억2500만달러 입니다. 우리 돈으로 약 1630억원. 그런데 이건 공장을 완전체로 전부 돌리고, 일감도 꽉꽉 채우고, 세액공제 독식했을 때 그렇다는 것이고. 실제론 이것 보다는 적을 겁니다. 왜냐면 작년의 경우 최대 능력치 4GW의 절반인 2.2GW만 공장을 돌렸거든요. 또 씨에스윈드에 일감을 주는 원청 업체들, GE나 베스타스 같은 터빈 업체들인데요. 여기에도 10~20% 가량 셰어링, 분배도 해줘야 해요.
증권사들이 추정한 것 보면 올해 약 800억원, 내년에 1100억원 이런 식으로 공제 혜택이 매년 늘어날 것으로 추정됩니다. 또 이런 혜택을 극대화하려고 씨에스윈드도 미국 공장, 더 키우겠다고 합니다. 현재 생산능력 대비 두 배로 늘리겠다, 이런 계획을 이미 밝혔어요. 그래서 2029년에 가선 세액공제 만으로 일 년에 3000억원 가까이 받아갈 것 것이다, 또 누적으로만 2조원 이상을 타먹을 것 같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습니다. 이 정도면 미국 정부에서 거의 등 떠밀어서 제발 사업만 잘 해줘, 돈은 그냥 벌게 해줄게 이런 분위기인데요. 그럴만한게 아까 말한 IRA 법안 때문에 미국의 풍력발전 신규 설치량이 급증하고 있거든요. 올해는 8GW 정도 될 것으로 업계에선 예상하는데, 이게 2027년에는 20GW 정도로 5년 안에 2.5배나 증가한다고 봅니다. 연 평균 성장률로 잡으면 27%나 합니다. 이 목표치를 미국이 달성하려면 당연히 풍력 발전 공장도 늘려야 하고, 사람도 많이 뽑아서 투자를 해줘야 해요. 미국만 그러냐. 재생 에너지 원조는 원래 유럽 아닙니까. 미국 처럼 화끈하게 보조금을 주진 않는데, 여긴 일감을 화끈하게 주고 있어요. 유럽연합(EU)이 최근에 전체 에너지에서 재생 에너지를 어느 정도 비중으로 할 것인지 정했는데요. 원래 2030년까지 32% 하기로 했던 것을 45%로 확 높였어요. 2021년에 22% 정도 했으니까 그 두 배로 늘리겠단 겁니다. 이게 말로만, 그러니까 선언적으로만 하는 게 아니란 점이 중요해요. 목표 달성을 못 하면 나라 별로 벌금을 엄청 물리고, 또 감축 목표를 한해 한해 설정합니다. 진짜 제대로 하겠다는 의미에요. 유럽은 나라 별로 사정이 다르긴 한데 영국 같은 곳은 맨날 흐려서 태양광은 가성비가 떨어지잖아요. 그래서 풍력을 선호하는데, 땅덩이가 미국 처럼 또 크진 않아서 풍력 발전기 설치할 곳도 많진 않죠. 그래서 바다로 눈을 돌렸습니다. 해상 풍력을 잔뜩 설치하기로 했어요. 영국 뿐만 아니라 독일, 스웨덴, 노르웨이, 핀란드 처럼 바다를 접하고 있는 나라들이 해상 풍력발전 설치를 주도하고 있어요. 유럽의 해상 풍력 설치량은 2030년까지 연 평균 36%나 급증할 것이란 전망도 나오죠. 해상 풍력은 육상 풍력에 비해 기술도 높고, 단가도 높아서 수주하면 금액도 큽니다. 더 알짜란 얘깁니다. 씨에스윈드는 덴마크의 베스타스가 최대 고객인데요, 작년 매출의 절반 이상을 여기서 올렸습니다. 미국 공장도 실은 베스타스 것이었는데 씨에스윈드가 산 것이에요. 베스타스는 풍력발전 터빈 시장 글로벌 톱이죠. 시장 점유율이 17%로 2위 지멘스에 훨씬 앞서 있어요. 이런 베스타스가 유럽에서 맘 먹고 수주에 나서면 씨에스윈드의 일감이 팍팍 늘어날 겁니다. 또 작년에 대박 계약을 하나 따낸 게 있는데요. 글로벌 2위 지멘스와 4조원 짜리 계약을 맺었어요. 이게 바로 해상풍력 타워를 공급하는 겁니다. 여기에 미국의 GE, 골드윈드, 노르덱스 같은 글로벌 터빈 상위 업체들과 전부 거래하고 있어서 수주 잔고, 그러니까 일감은 계속 늘 것으로 보여요. 2023년 3월말 기준 수주 잔고가 7억3600만달러 입니다. 사실 일감이 이것 보다 원래 더 늘었어야 했는데, 코로나 터지고 러시아가 우크라이나까지 침공해서 조금 덜 늘었죠. 올해부터는 아까 말 한 대로 미국, 유럽 중심으로 일감이 많이 나올겁니다. 씨에스윈드가 작년에 매출 1조3750억원, 영업이익 420억원 실적을 냈는데요. 2023년에는 확 좋아질 것으로 증권사들이 보고 있어요. 대략 매출은 1조7000억원, 영업이익은 1500억원 정도 할 것으로 봅니다. 근데, 영업이익이 1500억원인데 미국 보조금만 800억원으로 추산하면, 미국 정부가 이익의 절반 이상을 책임져 주는 거네요. 주가도 당연히 이런 호재를 반영하고 있습니다. 올 들어서만 26% 가량 올랐고, 5년 상승률은 560%가 넘어요. 성장 산업, 성장 기업이니까. 주가가 더 오를 여지, 당연히 더 있어 보이죠. 이쯤에서 씨에스윈드, 이거 누가 세웠나 궁금해 집니다. 창업주는 김성권 회장이란 분이에요. 잘 된 기업의 창업 스토리는 대부분 사연이 많은데, 이 분도 사연이 참 많더라고요. 김성권 회장이 직장생활 하다가 뛰쳐 나와서 사업 시작한 게 1989년인데요. 서른 다섯의 나이었어요. 만 나이로요. 처음에는 건물에 들어가는 철물 자재를 팔았다고 해요. 그러다 유통만 해선 큰 돈은 못 벌겠다 생각하고 직접 만들기도 합니다. 집에 보면 방화문이 철문으로 되어 있잖아요, 혹은 문 손잡이 같은거. 이런걸 만들어서 팔아요. 그러다 더 큰 것들, 예컨대 화력발전소 굴뚝 같은 것도 만듭니다. 이게 나중에 주력 사업이 되죠. 사업이 최첨단이거나, 대단해 보이진 않았지만 그래도 잘 됐다고 해요. 그런데 1998년 IMF 사태가 찾아오죠. 사업 하는 사람들 다들 그랬듯이 김성권 회장도 굉장히 어려웠던 모양입니다. 이렇게 사업해선 안 되겠다 맘을 먹고 새로운 것을 찾은 게 풍력 발전 타워 입니다. 가만 보면 풍력발전 타워가 발전소 굴뚝하고 닮았죠. 이 분이 생각할 때 몇 가지 포인트가 있었어요. 기존에 내가 잘 했던 것을 하고, 미래 성장 산업이어야 하고, 생산은 한국이 아니라 저렴한 해외에서 한다였어요. 기존 사업을 이어 받는다는 의미에서 회사 이름도 기존의 중산, 무거운 산이란 의미인데, 이 중산의 영문 약자인 C와 S를 따서 CS윈드로 짓죠. 근데, 발전소 굴뚝은 잘 만들었는데, 풍력발전 타워는 만들어 본 경험도 없고. 또 이걸 베트남에서 만들기로 하고 공장도 짓는 중이라 공장도 사실 없었어요.
일감을 따내려 하니까 이게 참 막막했겠죠. 정주영 회장이 조선소를 처음 세울 때 공장도 없이 500원짜리에 그려진 거북선 보여주면서 유럽에서 배를 수주했다는 전설적인 일화가 있잖아요. 거의 그 수준이었어요. 미국에 사무소도 내보고, 풍력발전 업체들도 만나보고. 정주영 회장 처럼 맨땅에 헤딩 하죠. 결과는, 정주영 회장 처럼 못 할줄 알았죠. 그런데 진짜 했어요. 이 상황에서 NEG-마이콘, 나중에 베스타스에 인수하는데. 여기서 일감을 줍니다.
이 때가 2003년이었고, 이 일감을 소화하기 위해서 김성권 회장이 베트남 공장을 돌리는데요, 기쁨도 잠시였어요. 하필이면 2004년 8월에 처음 가동한 공장이 태풍으로 무너져요. 이 탓에 NEG-마이콘에 납품도 못하고 도리어 납기 위반으로 약 24억원을 물어줄 상황에 처했어요. 근데, 김성권 회장이 소송으로 싸운 게 아니라 설득에 나서서 오히려 돈을 더 받아내요. 배상금 줄 테니까 기간을 좀 더 줘라, 그리고 당신들한테 받은 일감도 다 처리 해줄게. 대신에, 미안한데, 150만달러만 투자해다오. 어치피 너네도 다른 회사에 가서 다시 만들면 시간도 더 오래 걸릴 것이고. 이거 잘 되면 우리 같이 잘 되는 거야.
이게 통했다는 게 참 신기한데. 이걸 NEG-마이콘이 받아들여서, 투자도 해주고 일감도 주죠. 이게 씨에스윈드가 성장하는 결정적인 계기였어요. 베스타스로 바뀐 지금까지도 돈독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김성권 회장이 또 대단한 게 이러면 좀 위축되어서 하나하나 사업을 키울텐데, 공장을 해외에 막 늘려요. 풍력발전 타워란 게 높이만 100미터에 달하고, 기둥 지름이 5~6미터씩 해서 이거 멀리 운반하려면 운반비가 더 들거든요. 그래서 아까 얘기한 베트남을 시작으로 2006년 중국, 2017년 말레이시아, 2018년 대만과 터키, 2021년 미국과 포루투갈에 각각 공장을 세우거나 인수합니다. 이 현지 공장들이 있기 때문에 미국이나 유럽, 아시아 국가에서 일감이 나올 때 이걸 수주하는 게 훨씬 쉬워요. 미국도 그렇지만 요즘 세계 각국이 자기 나라에서 만들고, 자기 나라 제품을 원료로 쓰고, 고용도 그 나라에서 창출하길 원하잖아요. 씨에스윈드 처럼 공장이 해외에 많으면 굉장히 유연하게 대처가 가능하겠죠. 한국에선 요즘 재생 에너지 하면 뭔가 비리의 온상 같고, 에너지 효율 떨어지는 사기 같은 이미지가 있는데요. 정치적인 색깔을 빼고 온전하게 사업으로만 보면 씨에스윈드 처럼 돈을 잘 버는 회사들도 있습니다. 씨에스윈드 임직원이 3000명 이상인데 한국에는 100여명만 있다고 해요. 한국에는 공장이 없거든요. 돈 많이 벌면 한국에도 투자 많이 하고, 고용도 많이 하면 좋겠습니다. 풍력 바람 일으키고 있는 씨에스윈드, 얼마나 큰 바람을 만들어 낼 지 눈여겨 보겠어.
안재광 기자 ahnj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