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년 전 릴케는 BTS급 스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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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년간 릴케 연구한 김재혁 교수
번역 시집 <두이노의 비가> 출간
번역 시집 <두이노의 비가> 출간
“이 시집에는 라이너 마리아 릴케의 역사가 녹아 있습니다. 릴케가 서정시의 정수라면, <두이노의 비가>는 그 릴케의 정수예요.”
최근 <두이노의 비가>를 번역·출간한 김재혁 고려대 독문학과 교수(64·사진)는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이같이 말했다. 김 교수는 “서정시는 체험을 바탕으로 쓰는 시이고, 릴케는 숱한 여행과 방랑을 시로 남겼다”며 “초기 사랑시, <기도시집> 같은 명상시, 이후 조각가 로댕의 비서로 일하며 쓴 사물시 등을 거쳐 완성한 게 <두이노의 비가>”라고 설명했다.
1875년 체코 프라하에서 태어난 릴케는 ‘20세기 최고 서정시인’으로 불린다. <두이노의 비가>에는 ‘제1비가’부터 ‘제10비가’까지 총 10편의 시가 실려 있다. 구상부터 완성까지 10년이 걸린 대작이다. 김 교수는 “릴케는 지금으로 치면 BTS 같은 아이돌”이라며 “1923년 나온 <두이노의 비가> 초판을 1만 부나 찍었을 정도”라고 했다.
릴케의 역작이자 김 교수의 역작이다. 김 교수는 릴케 연구로 박사 학위를 받은 뒤 40년간 릴케의 시를 연구·번역해 왔다. 2000년 출판사 책세상의 릴케 전집에 싣기 위해 이 시집을 번역한 그는 약 20년 만에 완전히 새로운 번역을 내놨다. 그 사이 인터넷이 발달해 시집 초판, 릴케의 친필본과 재현본 등을 수집할 수 있었다.
문장부호까지 되살렸다. 김 교수는 “당시 시는 낭독을 전제로 했고, 시의 흐름을 파악하는 데 문장부호는 큰 역할을 한다”고 했다. 세미콜론(;) 등 한국어 독자에게 낯선 문장부호는 책의 2부에 실은 전문 해설에서 그 의미를 상세히 들려준다.
1994년 ‘현대시’로 등단한 시인인 김 교수는 과거 자신의 시 ‘번역의 유토피아’에 이렇게 적었다. “누군가의 마음을 건넌다는 것은/늘 실패한 첫사랑입니다.” 그에게 번역과 시란 실패할 줄 알면서도 사랑하는 일이다. 김 교수는 “시 번역은 불가능해도 해야 하는 일”이라며 “텍스트는 번역을 통해 완성돼간다”고 했다. 번역가의 적극적 해석을 통해 시의 가능성이 확장된다고 보기 때문이다. 그는 “가장 무책임한 번역은 사전에 나온 대로 낱말만 바꿔놓는 것으로, 그건 번역기를 돌리는 거나 마찬가지”라며 “때로는 욕먹을 각오를 하고 시를 읽을 또 하나의 방법을 제시하는 게 번역가가 가진 책무”라고 강조했다.
구은서 기자 koo@hankyung.com
최근 <두이노의 비가>를 번역·출간한 김재혁 고려대 독문학과 교수(64·사진)는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이같이 말했다. 김 교수는 “서정시는 체험을 바탕으로 쓰는 시이고, 릴케는 숱한 여행과 방랑을 시로 남겼다”며 “초기 사랑시, <기도시집> 같은 명상시, 이후 조각가 로댕의 비서로 일하며 쓴 사물시 등을 거쳐 완성한 게 <두이노의 비가>”라고 설명했다.
1875년 체코 프라하에서 태어난 릴케는 ‘20세기 최고 서정시인’으로 불린다. <두이노의 비가>에는 ‘제1비가’부터 ‘제10비가’까지 총 10편의 시가 실려 있다. 구상부터 완성까지 10년이 걸린 대작이다. 김 교수는 “릴케는 지금으로 치면 BTS 같은 아이돌”이라며 “1923년 나온 <두이노의 비가> 초판을 1만 부나 찍었을 정도”라고 했다.
릴케의 역작이자 김 교수의 역작이다. 김 교수는 릴케 연구로 박사 학위를 받은 뒤 40년간 릴케의 시를 연구·번역해 왔다. 2000년 출판사 책세상의 릴케 전집에 싣기 위해 이 시집을 번역한 그는 약 20년 만에 완전히 새로운 번역을 내놨다. 그 사이 인터넷이 발달해 시집 초판, 릴케의 친필본과 재현본 등을 수집할 수 있었다.
문장부호까지 되살렸다. 김 교수는 “당시 시는 낭독을 전제로 했고, 시의 흐름을 파악하는 데 문장부호는 큰 역할을 한다”고 했다. 세미콜론(;) 등 한국어 독자에게 낯선 문장부호는 책의 2부에 실은 전문 해설에서 그 의미를 상세히 들려준다.
1994년 ‘현대시’로 등단한 시인인 김 교수는 과거 자신의 시 ‘번역의 유토피아’에 이렇게 적었다. “누군가의 마음을 건넌다는 것은/늘 실패한 첫사랑입니다.” 그에게 번역과 시란 실패할 줄 알면서도 사랑하는 일이다. 김 교수는 “시 번역은 불가능해도 해야 하는 일”이라며 “텍스트는 번역을 통해 완성돼간다”고 했다. 번역가의 적극적 해석을 통해 시의 가능성이 확장된다고 보기 때문이다. 그는 “가장 무책임한 번역은 사전에 나온 대로 낱말만 바꿔놓는 것으로, 그건 번역기를 돌리는 거나 마찬가지”라며 “때로는 욕먹을 각오를 하고 시를 읽을 또 하나의 방법을 제시하는 게 번역가가 가진 책무”라고 강조했다.
구은서 기자 k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