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경제 키운 부동산, 이젠 최대 리스크로…금융까지 전이 가능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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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시장 침체…지방정부 재정난 갈수록 심각
토지사용권 수입 1년새 23%↓
천진·지린성 감소율 60% 넘어
구이저우성 18년째 재정 적자
은행 부동산 관련 채무 25%
헝다 등 개발업체 잇단 디폴트
주택 판매액 19개월 연속 감소
토지사용권 수입 1년새 23%↓
천진·지린성 감소율 60% 넘어
구이저우성 18년째 재정 적자
은행 부동산 관련 채무 25%
헝다 등 개발업체 잇단 디폴트
주택 판매액 19개월 연속 감소
부동산시장 침체가 촉발한 중국 지방정부의 재정난이 갈수록 심각해지고 있다. 부동산 개발은 그 자체로도 중국 경제 성장을 이끌어온 데다 지방정부 재정을 매개로 또 다른 성장 동력인 인프라 투자까지 지원해 왔다. 금융업까지 밀접하게 얽혀 있다는 점에서 부동산 위기는 중국 경제의 최대 난제로 지목된다.
구이저우성의 지난해 말 기준 부채는 1조2470억위안이다. 작년 전체 재정 수입액인 3192억위안의 네 배다. 구이저우성의 작년 지출은 5849억위안으로, 적자가 2657억위안에 달했다. 구이저우성이 연간 회계 자료를 공표하기 시작한 2005년부터만 따져도 18년 연속 적자가 이어진 것이다.
문제는 구이저우성이 부채를 줄일 가능성이 매우 작다는 점이다. 재정 수입의 60% 이상을 차지하는 토지사용권 수입이 부동산시장 침체 탓에 감소세로 돌아섰기 때문이다. 공산국가인 중국은 지방정부가 관내 토지 소유권을 보유하며, 경매 등을 통해 70년 연한의 토지사용권을 매각한다. 구이저우성의 지난해 토지사용권 매각 수입은 1950억위안으로 전년 대비 3.3% 감소했다. 코로나19 시국에도 늘어나던 토지사용권 수입이 줄어든 것이다. 그런데도 토지사용권 매각액이 구이저우성 재정수입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021년 59%에서 지난해 61%로 오히려 늘어났다. ‘제로 코로나’ 방역으로 경기가 침체하면서 세수가 13%나 줄었기 때문이다.
토지사용권 매각액이 감소한 지방정부는 구이저우만이 아니다. 중국 31개 성·시 가운데 상하이, 하이난성, 네이멍구자치구를 제외한 28곳의 토지사용권 수입이 지난해 감소했다. 톈진과 지린성, 칭하이성은 감소율이 60%를 넘었다. 중국 전체 토지사용권 수입은 6조6854억위안으로 2021년보다 23.3% 줄었다.
지방정부는 토지사용권 수입으로 인프라 사업을 벌여 지역경제 성장을 유도해 왔다. 부동산이 무너진다는 건 부동산·인프라·수출의 3대 축 가운데 두 개가 흔들린다는 의미다. 지방정부는 산하 은행을 압박해 부동산업체에 저리 대출해주도록 유도하기도 한다. 부동산업체가 토지사용권을 많이 사야 정부 수입이 늘어나기 때문이다. 이는 결과적으로 부동산 침체가 금융업 위기로 이어질 수밖에 없는 구조를 고착화했다. 중국 은행의 자산에서 부동산 관련 채무 비중은 25%에 달한다.
중국 공산당과 정부는 과도한 집값 상승이 빈부격차를 확대하고 출생률까지 떨어뜨린다고 보고 지난해 하반기부터 강력한 규제에 나섰다. 과도한 부동산 의존도를 낮추고, 시중 자금이 첨단 산업으로 흐르도록 한다는 목적도 있었다. 부채 비율 등을 기준으로 신규 대출을 제한하자 헝다처럼 빚에 의존해 사업을 확장해온 부동산업체들이 줄줄이 디폴트(채무불이행)에 빠졌다. 자금력이 바닥난 업체들이 공사를 제때 마치지 못하고 인도 시기를 넘기자 주택 구매자들은 주택담보대출 상환 거부 운동을 벌였다. 이는 주택 구매 심리를 더 악화시켰고, 월간 신규 주택 판매액이 2021년 7월부터 올 1월까지 19개월 연속으로 전년 동월 대비 감소하는 결과로 이어졌다.
8월 말 새 학년을 시작하는 중국은 6월이 부동산 시장의 최성수기다. 그런 6월의 신규 주택 판매가 2021년 1조2829억위안, 작년 7239억위안에서 올해 5267억위안으로 줄었다. 중국인의 부동산 구매 심리가 극도로 위축됐다는 분석이다.
중국은 부동산 대신 민간 소비를 경제 성장의 동력으로 제시하고 있다. 숑웨이 미국 프린스턴대 경제학 교수는 이에 대해 “내수 시장이 커지려면 소비자가 자신감을 갖고 경제를 이끌 수 있어야 하는데, 이는 국가가 경제를 주도하는 중국과 맞지 않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작년 말 기준 중국 지방정부 채무 잔액은 35조618억위안으로 코로나19 직전인 2019년 말 21조3072억위안에서 약 1.6배로 급증했다. 중국 정부는 여전히 지방정부 부채가 ‘통제 가능한 수준’이라고 주장한다. 관영 통신사인 신화사는 재정부 관계자를 인용해 “전반적으로 중국의 재정 상태는 건전하고 안정적이며 위험에 대응할 충분한 능력이 있다”고 보도했다.
베이징=강현우 특파원 hkang@hankyung.com
○31개 도시 중 28곳 토지사용 수입 감소
5일 중국 현지 매체에 따르면 최근 남서부 구이저우성에서 지방정부 재정난을 드러내는 상징적인 사건이 발생했다. 구이저우성의 지난해 1인당 국내총생산(GDP)은 2만164위안(약 370만원)으로, 중국 31개 성·시 중 28위다. 빈곤 지역이기 때문에 재정에서 부동산이 차지하는 비중이 크다. 구이저우성 산하 발전연구센터는 지난 4월 주요 도시의 부채 특별조사 결과를 홈페이지에 공개했다. 구이저우성 스스로 부채를 해결할 수 없으며, 중앙정부의 실질적 지원이 필요하다는 내용이었다. 논란이 커지자 발전연구센터는 하루 만에 글을 삭제했다.구이저우성의 지난해 말 기준 부채는 1조2470억위안이다. 작년 전체 재정 수입액인 3192억위안의 네 배다. 구이저우성의 작년 지출은 5849억위안으로, 적자가 2657억위안에 달했다. 구이저우성이 연간 회계 자료를 공표하기 시작한 2005년부터만 따져도 18년 연속 적자가 이어진 것이다.
문제는 구이저우성이 부채를 줄일 가능성이 매우 작다는 점이다. 재정 수입의 60% 이상을 차지하는 토지사용권 수입이 부동산시장 침체 탓에 감소세로 돌아섰기 때문이다. 공산국가인 중국은 지방정부가 관내 토지 소유권을 보유하며, 경매 등을 통해 70년 연한의 토지사용권을 매각한다. 구이저우성의 지난해 토지사용권 매각 수입은 1950억위안으로 전년 대비 3.3% 감소했다. 코로나19 시국에도 늘어나던 토지사용권 수입이 줄어든 것이다. 그런데도 토지사용권 매각액이 구이저우성 재정수입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021년 59%에서 지난해 61%로 오히려 늘어났다. ‘제로 코로나’ 방역으로 경기가 침체하면서 세수가 13%나 줄었기 때문이다.
토지사용권 매각액이 감소한 지방정부는 구이저우만이 아니다. 중국 31개 성·시 가운데 상하이, 하이난성, 네이멍구자치구를 제외한 28곳의 토지사용권 수입이 지난해 감소했다. 톈진과 지린성, 칭하이성은 감소율이 60%를 넘었다. 중국 전체 토지사용권 수입은 6조6854억위안으로 2021년보다 23.3% 줄었다.
○지방 성장동력 인프라 사업도 흔들
부동산 개발업체가 토지사용권을 구매해 대규모 아파트 단지를 짓는 게 중국 부동산산업의 전형적인 업태다. 건축, 철강, 전자, 금융 등 연관 산업에 미치는 영향까지 더하면 부동산 개발이 중국 GDP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5%에 육박한다는 게 일반적인 분석이다.지방정부는 토지사용권 수입으로 인프라 사업을 벌여 지역경제 성장을 유도해 왔다. 부동산이 무너진다는 건 부동산·인프라·수출의 3대 축 가운데 두 개가 흔들린다는 의미다. 지방정부는 산하 은행을 압박해 부동산업체에 저리 대출해주도록 유도하기도 한다. 부동산업체가 토지사용권을 많이 사야 정부 수입이 늘어나기 때문이다. 이는 결과적으로 부동산 침체가 금융업 위기로 이어질 수밖에 없는 구조를 고착화했다. 중국 은행의 자산에서 부동산 관련 채무 비중은 25%에 달한다.
중국 공산당과 정부는 과도한 집값 상승이 빈부격차를 확대하고 출생률까지 떨어뜨린다고 보고 지난해 하반기부터 강력한 규제에 나섰다. 과도한 부동산 의존도를 낮추고, 시중 자금이 첨단 산업으로 흐르도록 한다는 목적도 있었다. 부채 비율 등을 기준으로 신규 대출을 제한하자 헝다처럼 빚에 의존해 사업을 확장해온 부동산업체들이 줄줄이 디폴트(채무불이행)에 빠졌다. 자금력이 바닥난 업체들이 공사를 제때 마치지 못하고 인도 시기를 넘기자 주택 구매자들은 주택담보대출 상환 거부 운동을 벌였다. 이는 주택 구매 심리를 더 악화시켰고, 월간 신규 주택 판매액이 2021년 7월부터 올 1월까지 19개월 연속으로 전년 동월 대비 감소하는 결과로 이어졌다.
8월 말 새 학년을 시작하는 중국은 6월이 부동산 시장의 최성수기다. 그런 6월의 신규 주택 판매가 2021년 1조2829억위안, 작년 7239억위안에서 올해 5267억위안으로 줄었다. 중국인의 부동산 구매 심리가 극도로 위축됐다는 분석이다.
○“중앙이 나서야”
학계에선 중앙정부가 지방정부 재정 위기 해결에 나서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리다오쿠이 칭화대 중국경제사상실천연구소 소장은 “중앙정부가 지방정부 부채를 상당 부분 인수하고 앞으로 지방정부의 채권 발행 절차를 강화해야 한다”고 제안했다.중국은 부동산 대신 민간 소비를 경제 성장의 동력으로 제시하고 있다. 숑웨이 미국 프린스턴대 경제학 교수는 이에 대해 “내수 시장이 커지려면 소비자가 자신감을 갖고 경제를 이끌 수 있어야 하는데, 이는 국가가 경제를 주도하는 중국과 맞지 않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작년 말 기준 중국 지방정부 채무 잔액은 35조618억위안으로 코로나19 직전인 2019년 말 21조3072억위안에서 약 1.6배로 급증했다. 중국 정부는 여전히 지방정부 부채가 ‘통제 가능한 수준’이라고 주장한다. 관영 통신사인 신화사는 재정부 관계자를 인용해 “전반적으로 중국의 재정 상태는 건전하고 안정적이며 위험에 대응할 충분한 능력이 있다”고 보도했다.
베이징=강현우 특파원 h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