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인세율 '유럽 최저' 아일랜드, 세수 확 늘었다
-
기사 스크랩
-
공유
-
댓글
-
클린뷰
-
프린트
실효세율 6%대…기업에 천국
IT·제약사 등 1700여곳 몰려와
다국적기업 법인세 5년새 182%↑
내년 재정 지출 64억유로 증액
인프라 투자 확대·국부펀드 조성
IT·제약사 등 1700여곳 몰려와
다국적기업 법인세 5년새 182%↑
내년 재정 지출 64억유로 증액
인프라 투자 확대·국부펀드 조성
아일랜드 정부가 내년도 예산안에서 재정 지출을 64억유로(약 9조원)가량 늘리기로 했다. 인프라 투자를 확대하고 국부펀드를 조성하기 위해서다. 연간 재정지출 증가율을 전년 대비 5%로 제한하고 있는 아일랜드가 지출을 6% 늘리기로 한 것은 법인세 세수가 최근 급격하게 늘고 있어서다. 다국적 기업 유치를 위해 법인세 세율을 유럽 최저 수준으로 낮춘 것이 법인세 세수 증가 및 경제 활성화로 이어지는 선순환이 형성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아일랜드 정부는 늘어난 정부 지출 중 52억유로가량을 인프라 투자에 쓸 방침이다. 세금 감면 혜택을 위한 지원금도 11억유로 증액한다. 나머지 금액은 아일랜드 국부펀드에 출자할 예정이다.
아일랜드가 정부 지출을 늘리기로 한 것은 법인세 세수가 빠르게 증가하고 있어서다. 미국은 2021년부터 글로벌 최저한세 도입을 추진하면서 각국의 법인세율을 15% 이상으로 맞추려 했다. 그러자 다국적 기업들은 법인세율이 12.5%인 아일랜드에 법인세를 납부하기 시작했다. 일정 규모 이상의 사업장을 아일랜드에 둬야 하는 조건을 충족하려 유럽본부를 아일랜드로 옮기기도 했다.
그 덕분에 글로벌 기업이 지난해 아일랜드에 납부한 법인세는 226억유로(약 32조원)에 달했다. 5년 전 80억유로에서 182% 증가한 수치다. 법인세 세수 증가 덕분에 올해 아일랜드는 117억유로 규모의 재정 흑자를 기록할 전망이다. 아일랜드 재무부는 향후 4년간 재정흑자가 총 650억유로에 달할 것으로 전망했다.
특히 다국적 제약사가 앞다퉈 진출했다. 지난해 기준으로 세계 20대 의약품 제조사 중 19개 기업이 아일랜드에 R&D 센터 및 생산 기지를 구축했다. 이에 따라 아일랜드 총수출의 60%를 의약품이 차지하고 있다.
글로벌 정보기술(IT) 기업도 아일랜드로 몰려들었다. 구글, 애플, 인텔, 메타 등 글로벌 IT 기업들은 유럽본부를 아일랜드에 세웠다. 낮은 세율을 비롯해 유럽의 교두보이자 북미 수출의 전초기지라는 지리적 이점을 고려한 것이다. 아일랜드 투자발전청(IDA)에 따르면 아일랜드에 진출한 글로벌 기업 수는 1700여 곳에 달한다. 글로벌 기업이 아일랜드로 몰려들면서 아일랜드의 경제 성장세는 더 가팔라지고 있다. 지난해 아일랜드의 경제성장률은 12.2%(전망치)로 추산됐다. 유로존(유로화 사용 20개국) 경제성장률인 3.5%보다 세 배 이상 높다. 데모 올리어리 굿보디 수석이코노미스트는 “아일랜드에서 외국인 직접투자로 인한 고용이 5년간 8% 증가했다”며 “이 일자리들은 법인세와 더불어 아일랜드 세수 증가에 크게 기여하고 있다”고 말했다.
오현우 기자 ohw@hankyung.com
○아일랜드, 내년 정부 지출 6% 늘려
4일(현지시간) 블룸버그에 따르면 아일랜드 정부는 내년도 예산안에서 정부 지출을 작년보다 64억유로가량 증액한 912억유로로 책정했다. 전년 대비 6.1% 증가한 수치다.아일랜드 정부는 늘어난 정부 지출 중 52억유로가량을 인프라 투자에 쓸 방침이다. 세금 감면 혜택을 위한 지원금도 11억유로 증액한다. 나머지 금액은 아일랜드 국부펀드에 출자할 예정이다.
아일랜드가 정부 지출을 늘리기로 한 것은 법인세 세수가 빠르게 증가하고 있어서다. 미국은 2021년부터 글로벌 최저한세 도입을 추진하면서 각국의 법인세율을 15% 이상으로 맞추려 했다. 그러자 다국적 기업들은 법인세율이 12.5%인 아일랜드에 법인세를 납부하기 시작했다. 일정 규모 이상의 사업장을 아일랜드에 둬야 하는 조건을 충족하려 유럽본부를 아일랜드로 옮기기도 했다.
그 덕분에 글로벌 기업이 지난해 아일랜드에 납부한 법인세는 226억유로(약 32조원)에 달했다. 5년 전 80억유로에서 182% 증가한 수치다. 법인세 세수 증가 덕분에 올해 아일랜드는 117억유로 규모의 재정 흑자를 기록할 전망이다. 아일랜드 재무부는 향후 4년간 재정흑자가 총 650억유로에 달할 것으로 전망했다.
○조세 경쟁력 기반으로 대기업 유치
글로벌 최저한세 도입 추진 전에도 아일랜드는 유럽에서 법인세 부담이 낮은 것으로 유명했다. 아일랜드는 2003년부터 법인세율을 12.5%로 적용했다. 유럽 평균보다 9%포인트 낮은 수준이다. 여기에 지식재산권(IP) 관련 수익에 세금을 최대 50%까지 감면해주는 ‘지식개발 박스’ 제도를 적용하면 법인세 실효세율은 6.25%까지 낮아진다. 연구개발(R&D) 비용도 25%가량 세액 공제를 해준다. 이 덕분에 R&D 비중이 큰 기업들은 아일랜드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특히 다국적 제약사가 앞다퉈 진출했다. 지난해 기준으로 세계 20대 의약품 제조사 중 19개 기업이 아일랜드에 R&D 센터 및 생산 기지를 구축했다. 이에 따라 아일랜드 총수출의 60%를 의약품이 차지하고 있다.
글로벌 정보기술(IT) 기업도 아일랜드로 몰려들었다. 구글, 애플, 인텔, 메타 등 글로벌 IT 기업들은 유럽본부를 아일랜드에 세웠다. 낮은 세율을 비롯해 유럽의 교두보이자 북미 수출의 전초기지라는 지리적 이점을 고려한 것이다. 아일랜드 투자발전청(IDA)에 따르면 아일랜드에 진출한 글로벌 기업 수는 1700여 곳에 달한다. 글로벌 기업이 아일랜드로 몰려들면서 아일랜드의 경제 성장세는 더 가팔라지고 있다. 지난해 아일랜드의 경제성장률은 12.2%(전망치)로 추산됐다. 유로존(유로화 사용 20개국) 경제성장률인 3.5%보다 세 배 이상 높다. 데모 올리어리 굿보디 수석이코노미스트는 “아일랜드에서 외국인 직접투자로 인한 고용이 5년간 8% 증가했다”며 “이 일자리들은 법인세와 더불어 아일랜드 세수 증가에 크게 기여하고 있다”고 말했다.
오현우 기자 oh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