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도연 파이퀀트 대표 "손바닥만 한 기기로 수질오염 측정…게이츠 재단도 반했다" [긱스]
분광(分光)의 한자는 빛을 쪼갠다는 뜻이다. 과학적으론 빛의 파장을 분석하는 기술을 말한다. 단백질부터 행성 광물 분석까지 쓰임은 넓지만 연구실 밖에선 생소하다.

스타트업 파이퀀트는 분광기 소형화 기술을 통해 물 오염도를 측정하는 작은 스캐너를 개발했다. 허리까지 오는 고가 장비가 손바닥만 하게 줄어들자 수인성 질병 피해가 큰 개발도상국에 판로가 열렸다. 피도연 파이퀀트 대표(사진)는 5일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이미 3년 전 흑자 전환에 성공했고 내년엔 매출 100억원을 달성할 예정”이라며 “파생 기술을 바탕으로 건설 현장, 헬스케어 영역에서도 존재감을 키울 것”이라고 말했다.

파이퀀트는 2015년 설립됐다. 1985년생 피 대표는 학창 시절부터 코딩을 독학해 게임을 만들던 ‘괴짜’였다. 대학에서 기계공학을 전공한 뒤 외주 개발을 하며 20대를 보냈다. 사물인터넷(IoT) 개발 분야에서 입소문이 나 다수의 정부 과제를 수행하기도 했다. 외주를 할수록 내 사업에 대한 갈망이 커졌다. 피 대표는 “창업을 결심하고선 데이터 분석이 핵심이면서도 관성 때문에 쉽사리 변하지 않는 시장을 찾았다”고 했다. 시장 조사차 분광기라는 아이템을 접한 뒤엔 무작정 3000만원짜리 기계를 샀다. 꼬박 5년간 분광기를 분석하며 기술 개발에 몰입했다.

소형화는 분광 기술의 활용 범위를 넓힐 것이라 예측했다. 다만 크기를 줄이자 빛의 파장을 잡아내는 내부 센서 성능이 떨어졌다. 파이퀀트는 이를 소프트웨어(SW) 알고리즘으로 보완했다. 센서가 잡아낸 미세한 파장을 프로그램상에서 확대해 감도를 키우는 원리다. 스캐너는 모바일 앱과 연동해 기존 분광기 대비 40배 가볍고 가격은 60분의 1 수준이 되도록 구현했다. 활용 분야는 물을 택했다. 피 대표는 “처음엔 분유 속 멜라민을 검출하려고 했는데 엄마들이 기기를 구매하는 것까진 꺼렸다”며 “의식주 중에서 더 원초적이고 근본적인 시장을 찾고자 했다”고 말했다.

개발도상국을 지원하는 빌&멀린다 게이츠재단과 국내 최초로 파트너십을 맺은 뒤 사업은 날개를 달았다. 2020년 수질 및 위생 개선 분야의 재단 파트너가 됐고, 지난해 2차 지원사업을 통과해 70만달러(약 9억원)를 받았다. 현재는 인도 갠지스강 관리 부처, 베트남 비영리단체와 유니세프 등에 수출하고 있다.

2차 목표는 파생 기술의 서비스화다. 피 대표는 “분광 증폭 알고리즘 기술은 공기 질 측정, 피부 및 식품 상태 측정 등 활용 분야가 무궁무진하다”고 강조했다. 이 기술을 적용한 공기 상태 측정기는 서울과 부산 지하철, 민간에선 현대건설 공사 현장에 납품하고 있다. 프랑스 로레알그룹과 협력해 스킨 스캐너 제품도 개발 중이다. 그는 “1년마다 하나씩 분광 기술을 적용할 수 있는 분야를 찾아 서비스를 내놓을 것”이라며 “분석을 무기로 정확한 정보를 제공해 구글을 넘어서고 싶다”고 말했다.

이시은 기자 s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