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 연구개발(R&D) 예산 30조원의 집행 성적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차관급 조직인 과학기술혁신본부가 매긴다. 혁신본부는 19개 부처, 174개 사업을 대상으로 한 ‘R&D 중간평가’ 결과를 지난달 말 내놨다. 사업 소관 부처가 1차 자체 평가를 한 뒤 혁신본부가 2차로 상위 평가를 한 결과다.

자체 평가에서 174개 사업 가운데 97.2%(169개)가 우수 또는 보통 등급을 받았다. 미흡 판정을 받은 사업은 2.8%에 불과했다. 국토교통부의 철도 배전선로 케이블 무선 안전감시 기술 개발, 산업통상자원부의 재생에너지 디지털트윈 기반 구축, 중소벤처기업부의 제주 지역특화산업 육성, 해양수산부의 심해저 광물자원 기술 개발, 환경부의 정보통신기술(ICT) 기반 환경영향평가 개발 등 다섯 가지다. 상위 평가 대상 97개 사업 가운데 89개(92%)는 ‘적절하다’고 평가받았다. “R&D는 하면 무조건 성공”이란 속설이 수치로 증명된 셈이다.

국내 대학과 연구소의 기초연구비를 책임지는 과기정통부 산하 한국연구재단도 구조적으로 평가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 2021년 감사원은 재단이 2019년 일반대 143곳, 전문대 97곳에 8536억원을 지급한 대학혁신지원사업 성과 관리가 부실하다고 지적했다. 2017년부터 4년간 일반대 55곳, 전문대 15곳에 지원한 8837억원 규모 산학협력선도대학(LINC 플러스)도 같은 문제가 있었다.

교수 1명에게 매년 8억원씩 9년간 몰아주는 리더연구, 10명 안팎 그룹에 매년 14억~20억원을 7년간 주는 선도연구 사업 등에 대한 추적도 이뤄지지 않고 있다. 이들 사업을 관리하는 연구재단 프로젝트매니저(PM)를 대학교수가 맡기 때문이다. PM 위에 국책연구본부장, 기초연구본부장, 인문사회연구본부장 등도 모두 교수다. 이들은 몇 년 임기를 마친 뒤 대학에 돌아간다. 심판과 감독, 선수가 모두 하나인 구조다. 연구재단의 올해 예산은 9조7376억원이다. 2017년 이전엔 4조원대였는데 문재인 정부를 거치면서 예산이 두 배로 급증했다.

이해성 기자 ih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