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9월부터 고용허가 비자(E9)로 입국하는 비전문 외국인 근로자는 사업장을 바꿀 때 특정 권역에서만 가능하다. 지금은 처음 입국할 때 허가받은 업종 내에서라면 전국 어디든 이동할 수 있지만 앞으로는 이동을 제한하는 것이다. 외국인 근로자의 잦은 이직에 따른 고용주와의 갈등과 지방의 노동력 부족을 줄이기 위한 조치다.

▶본지 7월 4일자 A1, 4면 참조

정부 외국인력정책위원회는 5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사업장 변경 제도 등에 대한 개선 방안’을 의결했다. 구체적으로 외국인 근로자가 사업장을 변경할 때 수도권, 충청권, 전라·제주권 등 특정 권역 내에서만 허용할 방침이다.

예컨대 외국인 근로자가 충청권 사업장에서 일하기로 하고 비자를 받았다면 이후에도 충청권에서만 사업장을 옮길 수 있다. 인력난이 심한 조선업종 등에서는 세부 업종 내에서만 사업장 변경을 허용할 방침이다.

외국인 근로자의 사업장 변경 사유, 횟수, 이력도 사용자에게 제공할 계획이다. 또 외국인 근로자가 사용자 잘못이 아닌 사유로 사업장을 변경할 경우 해당 사업장의 내국인 구인 노력 의무기간을 면제해주기로 했다. 현행 고용허가제에서는 외국인 근로자를 고용하려면 제조업은 14일, 농축산업은 7일간 내국인을 대상으로 구인 노력을 해야 하는데 이를 완화한 것이다.

한 사업장에서 2년 이상 일하면 '출국 의무' 면제

정부가 사업주에게 외국인 근로자의 사업장 변경 횟수·사유·이력을 제공하는 건 태업 등 ‘꼼수’를 통해 자주 사업장을 옮기는 외국인 근로자가 늘고 있기 때문이다. 외국인 근로자의 잘못으로 사업장을 옮겼다면 그 이력을 사업주에게 알리겠다는 게 정부 방침이다. 반대로 사업장에서 임금을 체불하거나 외국인 근로자 이직률이 비정상적으로 높다면 해당 사업장 정보도 외국인 근로자에게 제공한다.

장기근속 외국인 근로자에게는 재입국 특례 등 인센티브를 준다. 먼저 재입국 특례 요건을 대폭 완화한다. 현재 외국인 근로자는 한국 입국 후 4년10개월이 지나면 한 차례 출국해야 하며 6개월 이후 재입국이 가능하다. 다만 동일 사업장에서 계속 근무한 경우엔 1개월 뒤 재입국할 수 있는 특례가 제공된다. 정부는 앞으로 이 특례를 외국인 근로자가 최초 근무한 사업장에서 1년 이상 근무하면 허용할 방침이다. 숙련 외국인의 장기 근속을 유도하기 위해서다.

또 외국인고용법을 개정해 동일 사업장에서 2년 이상 근무하면 출국·재입국 절차 없이 계속 한국에서 일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장기근속 특례’ 제도를 신설하고 올해 안에 시행할 방침이다.

외국인 공공기숙사를 설치하는 지방자치단체에는 지자체의 사업장별 외국인력 고용 한도를 높이기로 했다. 곽용희 기자

곽용희 기자 ky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