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m 높이 멋들어진 소나무숲…눈은 호강, 점수는 폭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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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시그니처 홀' 2023
(3) 여주 솔모로CC
체리코스 5번홀(파4)
화이트 티 전장 410m 파4홀
티샷 구역에서 페어웨이 안 보여
120m 앞에 있는 그늘집 넘겨야
세컨드샷 할 때도 홀컵 위치 몰라
진짜 실력 알려주는 '마의 홀'
일반 골퍼 70% 이상, 더블 보기
10년 경력 캐디 "이글을 못봤다"
선수들도 절반 이상 타수 까먹어
(3) 여주 솔모로CC
체리코스 5번홀(파4)
화이트 티 전장 410m 파4홀
티샷 구역에서 페어웨이 안 보여
120m 앞에 있는 그늘집 넘겨야
세컨드샷 할 때도 홀컵 위치 몰라
진짜 실력 알려주는 '마의 홀'
일반 골퍼 70% 이상, 더블 보기
10년 경력 캐디 "이글을 못봤다"
선수들도 절반 이상 타수 까먹어
‘진짜 핸디캡을 알려주는 골프장.’
골프 마니아들이 자주 찾는 유명 골프 커뮤니티 검색창에 솔모로CC(36홀)를 넣으면 이런 글들이 올라온다. 코스 곳곳에 서 있는 20m짜리 장송 1200그루는 페어웨이에 공을 떨어뜨리지 못한 드라이버 샷을 벌주고, 최대 3m 높이 벙커는 그린을 놓친 세컨드 샷을 응징한다.
그중에서도 체리-퍼시먼 코스의 난도는 골프업계에서 익히 들은 터였다. 상대적으로 부담이 덜한 파인-메이플 코스를 기대했지만 캐디는 체리 코스를 향해 카트를 몰았다. 곧 시그니처홀에 닿았다.
체리 5번홀(파4). 캐디가 불러주는 전장 길이에 기가 죽었다. 화이트 티에서 핀까지 411m(레드 282m, 옐로 401m, 블루 423m, 블랙 433m)라니, 드라이버와 5번 우드로 두 번 연속 정타를 맞혀야 2온이 된다. 거리만 긴 게 아니다. 티샷을 제대로 하려면 티잉 에어리어 앞을 가로막은 그늘집을 넘겨야 한다. 박정재 솔모로CC 대표는 “방문객의 70% 이상이 더블 보기, 20%가 보기를 하는 홀”이라며 “파 또는 버디를 하는 사람은 10%도 안 되니 마음을 비우는 게 좋다”고 했다.
설계 전권을 넘겨받은 김 대표는 투 트랙 전략을 짰다. 일단 파인-메이플 코스는 다른 골프장처럼 아기자기하게 꾸몄다. ‘원활한 진행’을 위해서다. 코스를 너무 어렵게 만들면 경기 진행에 오랜 시간이 걸려 수익성이 떨어지는 걸 감안했다. 대신 1년 뒤에 준공한 체리-퍼시먼 코스는 ‘명품 골프장’답게 도전적으로 설계했다.
한일CC는 2001년부터 5년에 걸친 대대적인 리노베이션을 통해 2006년 솔모로CC로 재탄생했다. ‘소나무가 많은 마을’이란 뜻의 순우리말이자 경기 여주·이천 지역의 옛 이름을 간판에 새겼다. 이때 체리코스 5번홀도 함께 바뀌었다. 원래는 그늘집 우측에 있던 티잉 에어리어를 뒤로 100m 넘게 당겼다. 티샷할 때 호텔 건물을 넘겨야 하는 세인트앤드루스 올드코스 17번홀을 ‘오마주’해 티샷으로 그늘집을 넘겨야 하는 독특한 구조를 짠 것이다.
그렇게 체리 5번홀은 남자 프로선수들도 쩔쩔매는 ‘마의 홀’이 됐다. 2011년 이곳에서 열린 한국프로골프(KPGA) 코리안투어 메리츠솔모로오픈 1라운드를 마친 선수 126명 중 절반이 넘는 73명이 파를 놓쳤다. 파는 50명, 버디는 3명뿐이었다. 2라운드에선 더 큰 참사가 벌어졌다. 더블 보기 12명, 트리플 보기 7명, 쿼드러플 보기 2명이 쏟아지며 순위가 요동쳤다. 버디는 조민근 한 명뿐이었다.
페어웨이는 ‘ㄱ’자로 꺾여 있었고 그린은 장송 사이로 삐죽 보이는 정도였다. 캐디는 “그린까지 시야를 확보한 상태에서 세컨드 샷을 하려면 티샷을 페어웨이 왼쪽으로 280m 가까이 보내야 한다”며 “이 홀에선 2온은 고사하고 3온도 어려운 이유”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곳에서만 10년 넘게 일했는데 이글은 한 번도 못 봤다”고 했다.
홀까지 100m 지점을 노리고 레이업을 했는데 그만 섕크가 났다. 공은 소나무 숲으로 사라졌다. 마음을 가다듬고 다시 레이업을 한 뒤 5온을 노렸지만 앞뒤로 짧은 그린을 놓쳤다. 6온에 2퍼트. 최근 다섯 게임(90홀) 만에 처음 낸 ‘양파’였다.
처음엔 ‘투 그린’으로 운영하던 솔모로CC는 리노베이션 때 하나로 합치면서 지금의 ‘땅콩 모양’ 그린을 갖게 됐다고 한다. 가로 길이는 넓지만 세로 길이가 짧아 거리가 맞지 않으면 그린을 놓치기에 십상이다.
‘솔모로’라는 이름답게 주요 홀 그린 뒤에 병풍처럼 서 있는 아름드리 장송들도 이 골프장에서만 볼 수 있는 특징이다. 박 대표는 “관리에만 연간 수억원이 들고, 그루당 1억원을 호가하는 나무도 있다”며 “조경사가 같은 나무를 전정 작업하러 오는 주기가 5년일 정도로 풍성한 소나무 숲은 우리 골프장에서만 볼 수 있는 특징”이라고 강조했다.
솔모로CC는 36홀을 통틀어 하루 158팀만 받는다. 티 간격은 다른 골프장처럼 7분인데 실제론 더 여유 있게 운영한다. 그래서 앞뒤 팀과 잘 마주치지 않는다. 그린피는 주중 20만원, 주말 27만원(비회원 기준)이다.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투어 대회를 여러 차례 연 파인-메이플 코스도 쉬운 편은 아니다. 이 코스에서 2014년 열린 박세리인비테이셔널에서 우승한 이민영의 스코어는 3언더파였다. 웬만한 메이저대회 우승 스코어보다 낮다.
여주=조희찬 기자 etwoods@hankyung.com
골프 마니아들이 자주 찾는 유명 골프 커뮤니티 검색창에 솔모로CC(36홀)를 넣으면 이런 글들이 올라온다. 코스 곳곳에 서 있는 20m짜리 장송 1200그루는 페어웨이에 공을 떨어뜨리지 못한 드라이버 샷을 벌주고, 최대 3m 높이 벙커는 그린을 놓친 세컨드 샷을 응징한다.
그중에서도 체리-퍼시먼 코스의 난도는 골프업계에서 익히 들은 터였다. 상대적으로 부담이 덜한 파인-메이플 코스를 기대했지만 캐디는 체리 코스를 향해 카트를 몰았다. 곧 시그니처홀에 닿았다.
체리 5번홀(파4). 캐디가 불러주는 전장 길이에 기가 죽었다. 화이트 티에서 핀까지 411m(레드 282m, 옐로 401m, 블루 423m, 블랙 433m)라니, 드라이버와 5번 우드로 두 번 연속 정타를 맞혀야 2온이 된다. 거리만 긴 게 아니다. 티샷을 제대로 하려면 티잉 에어리어 앞을 가로막은 그늘집을 넘겨야 한다. 박정재 솔모로CC 대표는 “방문객의 70% 이상이 더블 보기, 20%가 보기를 하는 홀”이라며 “파 또는 버디를 하는 사람은 10%도 안 되니 마음을 비우는 게 좋다”고 했다.
○선수들도 혀 내두른 ‘마의 홀’
솔모로CC는 1991년 한일CC라는 이름으로 문을 열었다. 조남호 한진중공업홀딩스 회장 주도로 조성됐다. 이때 조 회장은 “코스 설계는 전문가에게 일임하라”며 설계를 김명길 필드컨설턴트 대표에게 맡겼다. 김 대표는 기흥CC, 자유CC, 88CC 등을 그린 한국 골프코스 설계 분야 얼굴과 같은 인물이다.설계 전권을 넘겨받은 김 대표는 투 트랙 전략을 짰다. 일단 파인-메이플 코스는 다른 골프장처럼 아기자기하게 꾸몄다. ‘원활한 진행’을 위해서다. 코스를 너무 어렵게 만들면 경기 진행에 오랜 시간이 걸려 수익성이 떨어지는 걸 감안했다. 대신 1년 뒤에 준공한 체리-퍼시먼 코스는 ‘명품 골프장’답게 도전적으로 설계했다.
한일CC는 2001년부터 5년에 걸친 대대적인 리노베이션을 통해 2006년 솔모로CC로 재탄생했다. ‘소나무가 많은 마을’이란 뜻의 순우리말이자 경기 여주·이천 지역의 옛 이름을 간판에 새겼다. 이때 체리코스 5번홀도 함께 바뀌었다. 원래는 그늘집 우측에 있던 티잉 에어리어를 뒤로 100m 넘게 당겼다. 티샷할 때 호텔 건물을 넘겨야 하는 세인트앤드루스 올드코스 17번홀을 ‘오마주’해 티샷으로 그늘집을 넘겨야 하는 독특한 구조를 짠 것이다.
그렇게 체리 5번홀은 남자 프로선수들도 쩔쩔매는 ‘마의 홀’이 됐다. 2011년 이곳에서 열린 한국프로골프(KPGA) 코리안투어 메리츠솔모로오픈 1라운드를 마친 선수 126명 중 절반이 넘는 73명이 파를 놓쳤다. 파는 50명, 버디는 3명뿐이었다. 2라운드에선 더 큰 참사가 벌어졌다. 더블 보기 12명, 트리플 보기 7명, 쿼드러플 보기 2명이 쏟아지며 순위가 요동쳤다. 버디는 조민근 한 명뿐이었다.
○투 그린 하나로 합쳐 ‘땅콩 그린’
마음 편하게 3온을 목표로 힘을 뺐더니 오히려 스윙에 힘이 붙었다. 티샷은 그늘집을 넘어 페어웨이에 안착했다. 비거리 220m. ‘3번 우드로 잘 맞히면 2온이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캐디는 “진짜는 지금부터”라고 했다. 왜 그런 얘기를 했는지는 그늘집을 지나자마자 알 수 있었다.페어웨이는 ‘ㄱ’자로 꺾여 있었고 그린은 장송 사이로 삐죽 보이는 정도였다. 캐디는 “그린까지 시야를 확보한 상태에서 세컨드 샷을 하려면 티샷을 페어웨이 왼쪽으로 280m 가까이 보내야 한다”며 “이 홀에선 2온은 고사하고 3온도 어려운 이유”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곳에서만 10년 넘게 일했는데 이글은 한 번도 못 봤다”고 했다.
홀까지 100m 지점을 노리고 레이업을 했는데 그만 섕크가 났다. 공은 소나무 숲으로 사라졌다. 마음을 가다듬고 다시 레이업을 한 뒤 5온을 노렸지만 앞뒤로 짧은 그린을 놓쳤다. 6온에 2퍼트. 최근 다섯 게임(90홀) 만에 처음 낸 ‘양파’였다.
처음엔 ‘투 그린’으로 운영하던 솔모로CC는 리노베이션 때 하나로 합치면서 지금의 ‘땅콩 모양’ 그린을 갖게 됐다고 한다. 가로 길이는 넓지만 세로 길이가 짧아 거리가 맞지 않으면 그린을 놓치기에 십상이다.
‘솔모로’라는 이름답게 주요 홀 그린 뒤에 병풍처럼 서 있는 아름드리 장송들도 이 골프장에서만 볼 수 있는 특징이다. 박 대표는 “관리에만 연간 수억원이 들고, 그루당 1억원을 호가하는 나무도 있다”며 “조경사가 같은 나무를 전정 작업하러 오는 주기가 5년일 정도로 풍성한 소나무 숲은 우리 골프장에서만 볼 수 있는 특징”이라고 강조했다.
솔모로CC는 36홀을 통틀어 하루 158팀만 받는다. 티 간격은 다른 골프장처럼 7분인데 실제론 더 여유 있게 운영한다. 그래서 앞뒤 팀과 잘 마주치지 않는다. 그린피는 주중 20만원, 주말 27만원(비회원 기준)이다.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투어 대회를 여러 차례 연 파인-메이플 코스도 쉬운 편은 아니다. 이 코스에서 2014년 열린 박세리인비테이셔널에서 우승한 이민영의 스코어는 3언더파였다. 웬만한 메이저대회 우승 스코어보다 낮다.
여주=조희찬 기자 etwood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