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소방 10명, 화재 현장서 시민 대피 돕고 물 뿌려 대형화재 막아
"몸이 먼저 반응…고깃집 연통 주기적으로 청소해 화재 예방" 당부
쉬는 날에도 빛난 소방 정신…고깃집서 불나자 달려가 초기진화
"고깃집에서 맛있게 밥을 먹고 동료들과 노래방에 갔는데, 잠시 통화하러 나갔던 동료 한 명이 다급히 돌아와서는 저희가 식사했던 고깃집에서 불이 났다고 하더라고요.

화재 소식에 몸이 먼저 반응했어요.

곧장 다 같이 식당으로 가 물을 뿌렸어요.

시민들이 다치지 않아서 다행입니다.

"
6일 강원 춘천소방서에 따르면 전날 오후 8시 35분께 춘천시 퇴계동 한 고깃집에서 불이 났다.

자욱한 연기가 순식간에 식당 전체를 뒤덮었고, 연통 사이로 불꽃이 튀는 모습도 보이는 등 자칫 큰불로 이어질 수 있는 상황이었다.

소방 인사철을 맞아 비번인 동료 7명과 회포를 풀고 있던 김영필(57·소방경) 춘천소방서 119구조대장도 이 사실을 동료에게 전해 들었다.

이들은 불이 난 고깃집에서 일찍이 식사를 마치고 인근 노래방에서 쉬는 날을 즐기던 중 소식을 접했다.

불이 났다는 이야기에 머리보다 몸이 먼저 반응했다.

이들은 즉시 119에 신고한 뒤 망설임 없이 현장으로 달려갔다.

이들이 도착했을 당시에는 고깃집 연통 한 곳에서 시작한 불이 연통관 전체에 번져 매캐한 연기를 내뿜고 있었다.

이에 김 소방경과 동료들은 식당 내부에 남아 있던 직원, 손님들을 마저 대피시킨 뒤 비치된 소화기 5개를 이용해 초기 진압에 나섰다.

쉬는 날에도 빛난 소방 정신…고깃집서 불나자 달려가 초기진화
그러나 연통관이 밀폐된 탓에 소화기로 불길을 잡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소방차가 현장에 도착하기 전까지 우선 불이 더 번지지 않게 조치하는 게 최선인 상황이었다.

김 소방경과 동료들은 대야, 플라스틱 물통 등에 물을 퍼와 불이 난 지점에 직접 물을 뿌리기 시작했다.

반바지, 반소매 차림으로 갑작스레 화재 현장에 달려온 탓에 자신들의 몸을 보호할 최소한의 장비도 없었지만, 이들은 개의치 않고 한 마음으로 초기 진화에 사력을 다했다.

당시 고깃집에 있던 양구소방서 구조대원 이광진 소방장과 강원특별자치도소방본부 소속 전재홍 소방장도 손을 보탰다.

우연히 화재 현장에 10명의 소방관이 있었던 탓이었을까.

이들의 기민한 대처 덕에 불은 더 이상 번지지 않았고, 소방차가 속속 도착하면서 소방호스로 20분 만에 완전히 불길을 잡았다.

쉬는 날에도 빛난 소방 정신…고깃집서 불나자 달려가 초기진화
손님, 직원 등이 식당 밖으로 대피하기는 했지만, 다친 사람은 없었고, 연통관 소실, 식당 벽 그을림 등 재산 피해만 발생했다.

진화 과정에서 40대 구급대원 얼굴에 불티가 튀었으나 다행히 큰 상처가 남거나 병원 치료가 필요한 수준은 아니었다.

김 소방경은 "화재라는 건 임계점이 지나면 순식간에 연쇄적으로 확 번지게 돼 있다"며 "대형화재를 막기 위해 동료들과 물을 뿌려가며 소방차가 오기 전까지 냉각 조치에 최선을 다했다"고 말했다.

지난 5월에는 춘천시 한 후평동 고깃집에서 불이 나 손님 등 50여명이 대피했는데, 김 소방경 등은 고깃집 연통에서 시작한 당시 화재를 떠올리며 초기 진압에 더 최선을 다했다고 설명한다.

김 소방경은 "고깃집 등에서 사용하는 연통에 흡착된 기름을 정기적으로 청소해주지 않으면 내벽에서 생긴 찌꺼기에 불이 붙을 수 있다"며 "화재 예방을 위해 정기적으로 연통 등을 관리해주는 게 좋다"고 당부했다.

함께 진화에 나섰던 춘천소방서 119구조대 소속 김용원 소방위, 백종효 소방장, 김석훈·홍지환·양훈철·유성규 소방교, 이정오 소방사는 "소방관이라면 당연히 했을 일"이라며 "소방관으로서 사명을 잊지 않고 시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하는 데 노력하겠다"고 했다.

식당 관계자는 "화재를 초기에 진압해준 소방대원들에게 진심으로 감사하다"고 전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