男도 드라이버 잡는 한국서 가장 긴 파3
솔모로CC의 주인공이 체리코스 5번홀(파4)이라면, 체리코스와 퍼시몬코스 1번홀(사진)은 ‘주연급 조연’으로 불린다. 한국에서 가장 긴 파3홀이란 타이틀을 달고 있어서다. 국내에서 몇 안 되는 ‘드라이버로 티샷하는 파3홀’로도 통한다.

퍼시몬 1번홀의 전장은 짧은 파4홀급이다. 블랙티에서 치면 224m를 날려야 홀에 이른다. 블루티에선 214m, 주말 골퍼가 치는 화이트티에선 202m다. 시니어티(184m)와 레이디티(152m)에서도 드라이버를 들어야 하는 거리다.

거리만 거슬리는 게 아니다. 티잉 에어리어 양옆을 벽처럼 가로막고 있는 약 20m 높이 장송들은 드라이버를 잡은 골퍼에게 상당한 압박감을 준다. 캐디는 “드라이버로 때린 공의 절반 이상은 홀에 못 미쳐 떨어진다”며 “자신의 드라이버 비거리가 200m 이상이라고 믿었던 골퍼들이 이 홀에서 현실을 깨닫는다는 걸 빗대 ‘진실의 홀’로 불리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드라이버를 들어야 하는 만큼 홀인원은 잘 나오지 않는다. 2~3년에 한 번 정도 나온다고 한다. 재미있는 건 이렇게 어려운 홀의 ‘1호 홀인원’ 주인공이 2005년 이곳에서 생애 처음 라운드를 한 회사원이었다는 점이다. 그에게 퍼시몬 1번홀은 생애 첫 라운드이자, 생애 첫 티샷이었다. 키 192㎝, 몸무게 94㎏ 거구였던 주인공은 화이트티에서 5번 아이언으로 잊을 수 없는 생애 첫 번째 샷을 날렸다. 당시 그는 이 사연으로 신문에 나오기도 했다.

솔모로CC에서 주목해야 할 또 하나의 코스는 체리코스 3번홀(파4)이다. 이 홀 그린 앞에는 국내에서 가장 깊은 벙커로 알려진 높이 3m짜리 ‘직벽 벙커’가 입을 벌리고 있다. 공을 빠뜨리면 모래 벽을 바라보고 샷을 해야 한다고 해서 붙은 별명이다. 한 캐디는 “10명 중 9명은 벙커에서 탈출하는 것을 포기하고 나온다”며 “벙커샷이 자신 없는 골퍼라면 차라리 그린을 넘길 생각으로 한 클럽 길게 치는 게 낫다”고 조언했다.

여주=조희찬 기자 etwood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