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대떡 3세'가 만든 와인바…광장시장을 MZ명소로 바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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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ver Story
와인바, 빈티지 샵…전통시장의 재발견
와인바, 빈티지 샵…전통시장의 재발견
![광장시장의 ‘히든아워’ 루프톱 모습.](https://img.hankyung.com/photo/202307/AA.33903532.1.jpg)
가장 오래된 시장에서 힙한 관광지로 ‘광장시장’
![광장시장의 디저트 맛집 ‘어니언’.](https://img.hankyung.com/photo/202307/AA.33898267.1.jpg)
광장시장에 들어서면 여기저기서 고소한 기름 냄새가 진동한다. 빈대떡, 김밥, 육회 등 다양한 먹거리가 가득한 이곳은 통행로 정중앙에도 노포가 줄지어 있다. 외국인과 전국 각지에서 몰려온 사람들로 1년 내내 붐빈다. 그동안 시장에서 1층에만 머물렀다면 이번에는 위층으로 눈길을 돌려보자. 사람들이 크게 주목하지 않던 시장 4층에 숨겨진 와인바가 하나 있다.
좁은 계단을 따라 올라가면 모던한 분위기의 붉은 간판 ‘히든아워’가 나타난다. 창문 너머로는 광장시장의 아케이드와 상점들이 내려다보이고, 옥상으로 올라가면 탁 트인 전경과 함께 남산타워가 보인다. 방금까지의 왁자지껄함이 생각나지 않을 정도로 조용하고 차분하다. 원래 봉제사들이 작업실로 쓰던 곳인데, 봉제산업이 점차 쇠퇴하면서 버려지다시피 한 이곳이 와인바로 탈바꿈한 것.
히든아워의 가장 큰 매력은 시장 음식을 재해석해 개발한 메뉴들이다. 고추육회, 구운간장치킨, 양무침 등 스몰디시 위주로 구성돼 있다. 음식별로 어울릴 만한 와인도 추천받을 수 있다. 히든아워에서만 맛볼 수 있는 ‘히든아워 레드와인 1905’를 포함해 다양한 와인이 기다리고 있다.
![광장시장 그로서리 스토어 ‘365일장’.](https://img.hankyung.com/photo/202307/AA.33903534.1.jpg)
히든아워와 365일장은 모두 박가네빈대떡의 3세 추상미 대표가 기획했다. “유행을 좇는 사람들도 전통시장을 찾아오게 하고, 전통시장에서 먹거리뿐만 아니라 다양한 잡화를 즐길 수 있도록 하고 싶다”는 열망에서 출발했다. 그가 꾸민 공간에선 전통시장의 현대적인 매력이 물씬 풍긴다.
고물과 보물 사이 ‘동묘시장’, 젊은 입맛 입힌 ‘망원시장’
!['빈대떡 3세'가 만든 와인바…광장시장을 MZ명소로 바꾸다](https://img.hankyung.com/photo/202307/AA.33903533.1.jpg)
젊은이들의 발길이 이어지면서 서울 지하철 1·6호선 동묘앞역 6번 출구 인근에도 맛집들이 생겼다. 골목에서 디트로이트 피자와 수제맥주를 판매하는 ‘동묘가라지’와 그 옆의 와인바 ‘동묘마케트’에서는 퇴근 후 간단한 술자리를 찾는 직장인과 개성 넘치는 착장의 패션 피플들을 자주 볼 수 있다.
같은 6호선에 있는 망원시장은 가장 현대화된 전통시장이라는 별명이 있다. 1975년 망원동 골목의 점포들이 모이면서 생겨난 이 시장은 홍대입구, 합정 등 ‘핫플레이스’와 가까워 서울 서쪽 상권 발달과 함께 규모가 커졌다. 지금은 배달 서비스, 여행 캐리어 보관 서비스, 통역 서비스까지 소비자를 위한 편의 기능을 제공하고 있다.
미쉐린 가이드도 주목하는 시장 맛집
전 세계 맛집을 한데 모아 책으로 내는 미쉐린 가이드도 전통시장의 맛집을 찾는다. ‘미쉐린가이드 서울 2023’에 등재된 시장 맛집은 두 곳. 광장시장의 부촌육회와 영천시장의 대성집 별관이다. ‘스타’를 받지는 못했지만 합리적인 가격에 음식을 제공한다는 ‘빕 구르망’으로 선정됐다.1965년 부촌 식당으로 개업한 부촌육회는 1980년대부터 갈비탕과 함께 전라도식 육회를 선보이기 시작했다. 이후 손님들의 입맛에 맞추기 위해 고추장 양념에 버무리는 전라도식 육회를 참기름과 배를 넣은 서울식 육회로 바꿨다. 매일 아침 공급받는 신선한 국내산 소고기를 사용한다. 대성집은 해장국집으로 시작해 현재 도가니탕 전문점이 됐다. 뽀얗고 맑은 국물에 고기가 붙은 도가니와 쫄깃한 힘줄이 풍성하게 들어 있다. 특제 간장 소스에 찍어 먹길 권한다.
‘미쉐린 가이드 2024’는 내년 2월에 나온다. 서울뿐만 아니라 부산 편도 처음으로 내놓을 예정이다. 어떤 새로운 시장 맛집이 미쉐린 평가원의 입맛을 사로잡고 있을까.
한경제 기자 hanky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