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정치인 빼고 공청회 열자"…'오염수 괴담'에 뿔난 어민
“정치인의 ‘오염수 괴담’ 선동은 직무유기다.”

일본 후쿠시마 제1원전 오염처리수를 정쟁에 이용하는 정치인들을 규탄하기 위해 오는 10일 부산역 앞에 모이기로 한 어민들이 내건 호소문 문구다. 국내 최대 어민 단체인 한국연안어업인중앙회(중앙회)는 “멀쩡한 바다에 핵폭탄 터진 듯 참담한 심정”이라며 어민들을 규합하기로 했다.

어민들이 생업을 접어두고 거리에 나서기로 한 건 후쿠시마 처리수가 정치 쟁점화되는 것을 더 이상 묵과할 수 없다는 절박함에서다. 더불어민주당은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최종 보고서를 ‘깡통 보고서’로 매도하며 철야 농성과 단식 투쟁 등을 이어가고 있다.

처리수 문제로 기자와 만난 어민들은 하나같이 “정치인들이 어민의 생존에는 무관심하다”며 “자기들끼리 싸우고 있다”고 입을 모았다. 어민들을 위한 대책보다는 상대 진영을 이기는 데만 혈안이 됐다는 얘기다. 중앙회는 지난달 28일 서울 여의도 여야 당사를 찾아 처리수 문제를 정쟁화하지 말아 달라고 호소했지만 소용없었다. 중앙회 관계자는 “정치인들은 자기 논리만 펼 뿐 대응책은 뒷전”이라며 “죄 없는 어민들만 죽어가고 있다”고 울먹였다.

세계 각국의 전문가들이 참여해 2년에 걸쳐 과학적으로 검증한 IAEA 최종 보고서가 나왔지만, 민주당의 ‘오염처리수 정치’는 멈출 줄 모른다. 민주당 일부 의원은 6일 외신기자 간담회에서 “IAEA 보고서는 문제가 많다”며 일본이 처리수 방류를 철회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박광온 원내대표도 이날 “오염처리수 해양 투기 저지를 위한 17시간 비상 행동에 돌입하겠다”고 했다. ‘처리수 배출 체계를 종합 검토한 보고서’라는 과학자들의 의견은 철저히 외면당했다. 민주당이 ‘비상 행동’을 어민들과 함께한다는 얘기도 듣지 못했다.

국민의힘도 이 문제를 정쟁 도구로 삼긴 마찬가지다. 김영선 의원은 서울 노량진수산시장을 찾아 광어가 담긴 수조물을 손으로 떠 마시는 기행을 했다. 야권에서 비판이 일자 김 의원은 “튀겨지는지 ‘뇌송송’되는지 보라고 먹어본 것”이라고 말했다. 과거 광우병과 사드(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 괴담을 비꼰 것이지만, 처리수를 정쟁의 수단으로밖에 보지 않는 김 의원의 모습에 어민들의 억장은 무너졌다. “정치인은 이제 지긋지긋하다”는 푸념이 괜히 나오는 게 아니다. 어민들은 “정치인을 뺀 국민 공청회를 열어 처리수 문제를 과학적으로 논의하자고 할 생각”이라고 했다. 정치 혐오는 다름 아니라 정치인 스스로 만들어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