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우디아라비아가 수십억달러 규모의 스포츠 전문 투자회사를 세울 계획이라고 파이낸셜타임스(FT)가 6일 보도했다. 축구 골프 등에서 낸 성과를 테니스 등 다른 분야로 확장해 나가겠다는 계획이다.

FT는 이 문제에 정통한 소식통 2명을 인용해 “사우디 정부는 축구와 테니스를 비롯한 다른 스포츠 분야에서 추가 인수, 투자, 합작사 설립 등에 나설 의향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보도했다.

투자사 설립에 필요한 자금은 6500억달러(약 847조원)를 굴리는 사우디국부펀드(PIF)에서 조달할 전망이다. 석유를 팔아 번 돈으로 사업 다각화에 속도를 내고 있는 셈이다.

PIF는 최근 몇 년 새 여러 스포츠 분야에 투자해 성과를 냈다. 지난해 미국프로골프(PGA) 투어의 대항마로 꼽히는 LIV골프를 출범시켰고, 올해 6월 PGA투어와 LIV골프, DP월드투어(옛 유러피언투어)의 합병으로 탄생하게 될 새 법인의 지분을 상당 부분 확보하며 업계 큰손으로 떠올랐다.

같은 달 PIF는 자국 4개 축구구단의 지분 75%를 사들였다. PIF는 사우디 프로축구리그를 세계 10위권으로 키우겠다는 목표를 세운 것으로 알려졌다. 올해 들어 크리스티아누 호날두에 이어 카림 벤제마 등 유명 선수가 줄줄이 사우디 구단으로 이적하며 PIF의 영향력이 입증됐다.

스포츠에 대한 PIF의 애정은 2022년 카타르월드컵이 기폭제가 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PIF 내부 사정을 잘 아는 한 소식통은 FT에 “월드컵 이후부터 글로벌 스포츠에 투자해야 한다는 기류가 강하게 형성됐다”며 “카타르가 대회를 성공적으로 개최했다는 사실과 더불어 사우디 선수들이 뛰어난 활약을 보여주자 스포츠를 바라보는 시각에 큰 변화가 있었다”고 말했다.

새 투자가 유력한 분야는 테니스가 꼽힌다. 안드레아 가우덴치 남자프로테니스(ATP)투어 회장이 지난달 FT 인터뷰에서 “PIF와 잠재적 투자 가능성과 관련해 논의했다”고 밝혔기 때문이다.

장서우 기자 suwu@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