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라붙은 인도·태국 논…전세계 덮친 엘니뇨에 쌀값 더 오른다 [원자재 포커스]
코로나 단기 폭등 제외 15년 만에 최고가
한국 직접 영향 크지 않지만 '인플레' 우려


전 세계 쌀값이 코로나19 당시 일시적 폭등을 제외하고 약 15년 만에 최고가격을 경신하고 있다. 엘니뇨 등 기상악화로 인도·태국 등이 쌀 생산에 어려움을 겪고 있어서다.

6일(현지시각) 시카고상품거래소(CME)에서는 미도정(未搗精) 쌀(rough rice)이 백중(헌드레드웨이트·45.359㎏)당 18.5달러에 거래됐다. 전 거래일보다 1.6% 오른 가격이다.

쌀 가격은 코로나19 팬데믹 영향이 작용했던 2020년 6월 20.5달러로 폭등한 뒤 2개월 뒤 11달러까지 다시 폭락했다. 이후 현재까지 점차 가격이 오르는 추세다. 현재 쌀 가격은 2020년 일시적인 가격 상승을 제외하면 2008년 이후 15년 만에 가장 높다.
최근 5년 간 시카고상품거래소에서 거래된 미도정 쌀 가격 추이(달러/백중). 트레이딩이코노믹스
최근 5년 간 시카고상품거래소에서 거래된 미도정 쌀 가격 추이(달러/백중). 트레이딩이코노믹스
시카고상품거래소에서 거래되는 쌀은 인도·태국 등에서 주로 생산·소비되는 장립종(인디카)이다. 한국·일본·중국인들이 주로 먹는 단립종(자포키나)은 중국 저장성상품거래소에서 주로 거래되지만 그 양이 많지는 않다.

전세계 쌀 가격이 오르는 이유는 주요 생산지인 태국·인도를 덮친 엘니뇨의 영향이 크다. 엘니뇨는 무역풍이 약화됨에 따라 남미 연안 바다 밑에서 올라오던 차가운 물이 상승하지 못해 동태평양 해수면 온도가 평년보다 높은 상태로 지속되는 것을 말한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엘니뇨는 인도 아대륙의 대기 패턴을 변화시켜 몬순(열대 계절풍 기후)을 방해하고, 그 결과 강수량이 줄어든다. 인도는 4~5월과 8~11월에 두 차례 쌀을 수확한다. 엘니뇨가 인도양을 덮친다면 두 번째 수확기 수확량이 크게 줄어들 수 있다. 전 세계는 쌀을 인도에 크게 의존하고 있으며(전 세계 수출량 40% 이상), 그 인도의 농업 생산량은 몬순에 달린 구조다.
인도 펀자브주 암리차르 외곽의 한 논에서 지난달 19일(현지시간) 농민들이 벼 모종을 심고 있다. AFP
인도 펀자브주 암리차르 외곽의 한 논에서 지난달 19일(현지시간) 농민들이 벼 모종을 심고 있다. AFP
인도 당국은 올해 강수량이 평년보다 8% 줄어들어 올여름 벼 파종량이 지난해보다 26% 감소했다고 밝혔다. 로이터는 뉴델리의 한 무역회사 곡물 딜러를 인용해 "거의 모든 아시아 국가의 두 번째 쌀 수확량이 평년보다 낮을 것이기 때문에 수확량이 감소하면 가격이 5분의1 이상 상승할 수 있다"고 전했다.

세계 2위 쌀 생산국인 태국 상황도 비슷하다. 태국 당국은 올해 강수량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8% 감소하고 몬순 시기에도 10% 줄어들 것라고 내다봤다. 엘니뇨가 발생한 2019년 태국 쌀 출하량은 전년의 3분의1 수준인 750만t까지 줄어든 적 있다.

태국과 인도의 쌀 생산량 감소가 한국 소비자들에게 직접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다. 두 국가에서 생산하는 쌀은 한국인이 소비하는 단립종과 다른 종일뿐만 아니라 한국의 쌀 자급률이 84.6%(2021년 농림축산식품부)로 높은 편이기 때문이다. 다만 전 세계적인 쌀값 인상은 미국·중국 등 주요 소비시장의 물가를 끌어올릴 수 있고, 각국 중앙은행의 기준금리 결정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

김인엽 기자 insid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