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서초사옥. 사진=김범준 기자
삼성전자 서초사옥. 사진=김범준 기자
삼성전자가 올해 1분기에 이어 2분기에도 부진한 실적을 기록했다. 경기 침체로 반도체 업황 악화가 이어진 데다 글로벌 스마트폰 시장 위축으로 영업이익이 2개 분기 연속 1조원 미만으로 쪼그라들었다. 영업익은 금융위기가 이어지던 2009년 1분기 이후 가장 낮은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영업익 6000억…'금융위기' 14년 만에 최악 성적표

삼성전자 2분기 실적 그래프. 표=신용현 기자
삼성전자 2분기 실적 그래프. 표=신용현 기자
삼성전자는 지난 2분기 매출 60조원, 영업익 6000억원을 기록한 것으로 잠정 집계됐다고 7일 공시했다. 매출과 영업익은 전년 동기 대비 각각 22.28%, 95.74% 감소해 2009년 1분기(영업이익 5900억원) 이래 14년 만에 최악의 성적표를 거뒀다. 올해 1분기와 비교해도 매출과 영업익은 각각 5.88%, 6.25% 줄어들었다.

다만 영업익은 시장 기대치는 웃돌았다. 앞서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는 삼성전자의 2분기 매출과 영업익을 각각 61조8593억원, 2818억원으로 추정했다.

삼성전자의 2분기 실적 부진은 경기 침체로 반도체 업황 악화에 글로벌 스마트폰 시장 위축 여파가 겹친 영향이 큰 것으로 분석된다.

부문별 세부 실적이 공개되지는 않지만 증권가에서는 삼성전자가 반도체 사업을 담당하는 디바이스솔루션(DS) 부문에서 3조∼4조원대 적자를 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2분기 D램 출하량 증가 등을 감안하면 반도체 적자 규모가 1분기(4조5800억원 손실)에 비해선 다소 줄었을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KB증권은 2분기 디바이스솔루션(DS)부문에서 3조3000억원의 영업손실을 봤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같은 기간 모바일경험(MX) 영업이익은 2조7000억원, 디스플레이(DP)는 7000억원, 소비자가전(CE)은 5000억원, 하만은 3000억원으로 내다봤다.

구원투수 역할 '갤Z5 시리즈'…하반기 실적 개선 전망

서울 서초동 삼성전자 딜라이트 /사진=김병언 기자
서울 서초동 삼성전자 딜라이트 /사진=김병언 기자
업계에서는 하반기에는 메모리 감산 효과가 작용하며 본격적으로 실적이 개선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고부가가치 제품인 HBM3와 DDR5의 하반기 양산 본격화도 수익성 개선에 힘을 실어줄 전망이다.

삼성전자는 최근 반도체 부문 경쟁력 강화를 위해 D램(메모리)과 파운드리(위탁 생산) 기술 총괄 임원을 동시에 교체하는 부사장급 임원 인사를 단행했다. '세계 1위' D램은 경쟁자와 기술 격차가 점차 좁혀지고 있고, 파운드리는 세계 1위 대만 TSMC와 점유율이 점차 벌어지는 가운데 물갈이 인사로 대대적 쇄신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반도체와 함께 구원투수 역할을 할 '갤럭시Z플립·폴드5' 시리즈가 이달 26일 공개되는 점도 실적 기대감을 끌어올리는 요인. 삼성전자는 신제품 공개 행사 사상 처음으로 국내에서 갤럭시 신제품을 발표할 예정이다. 예년보다 2주가량 조기 출시돼 3분기 실적 개선 효과가 기대된다.

김동원 KB증권 연구원은 "올해 삼성전자 영업익 전망치를 작년보다 73.5% 줄어든 11조5000억원으로 제시하고 내년 영업이익을 올해의 3.5배인 40조9000억원으로 추정한다"며 "분기 실적은 1분기에 바닥을 확인한 것"이라고 했다. 이어 "2분기 D램과 파운드리 부문의 개발 총책임자 교체의 핀셋 인사를 통한 경쟁력 제고가 기대된다. 하반기부터 고성능 메모리인 HBM3, DDR5 양산 본격화로 수익성이 개선될 전망"이라고 분석했다.

조아라 한경닷컴 기자 rrang12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