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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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약·바이오산업 차세대 먹거리로 꼽히는 마이크로바이옴(장내 미생물)이 범부처 국가 연구개발(R&D) 지원사업에 꾸준히 선정되고 있다. 마이크로바이옴 시장은 아직 글로벌 대형제약사(빅파마)들이 본격적으로 뛰어들지 않은 초기단계인 만큼 선제적인 투자 및 기술확보가 중요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고바이오랩은 마이크로바이옴 기반 비만치료제 연구가 국가신약개발사업단의 ‘2023년 국가신약개발사업’에 선정됐다고 이달 초 발표했다. 핵심은 삼제 병용 마이크로바이옴 균주 복합체 후보물질을 도출하고 비임상 실험 단계로 진입하는 것이다.

회사 관계자는 “장모사, 마우스(쥐) 모델 등을 활용해 균주 공정 및 배양에 최적화된 생산방법을 확보할 것”이라며 “해당 복합체는 경구용이며 부작용이 낮고, 장내 미생물 불균형을 원천적으로 개선해 비만치료 효과를 지속적으로 낸다는 장점이 있다”고 말했다.

메디톡스 관계사 리비옴 역시 마이크로바이옴 치료제 ‘LIV001’가 국가신약개발사업단 지원사업에 선정됐다고 지난 4일 발표했다. LIV001은 살아있는 미생물을 치료물질로 사용하는 마이크로바이옴 치료제(LBP)다. 향후 2년간 LIV001 전임상연구 및 임상시험용 의약품 생산에 필요한 연구개발비를 지원받을 예정이다.

마이크로바이옴 선두주자 지놈앤컴퍼니의 면역항암제 후보물질 ‘GENA-119’도 정부 지원과제에 선정됐다. 이 후보물질은 마이크로바이옴 기반은 아니지만, 지놈앤컴퍼니가 마이크로바이옴을 활용한 항암제 개발에 속도를 내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향후 시너지를 기대할 수도 있다는 설명이다. 지놈앤컴퍼니는 2025년 3월까지 연구개발비를 지원받으며 선도물질을 확보하고 동물실험에서 예비독성시험을 끝내는 것이 목표다.

지난 4월 미국 식품의약국(FDA)이 세계 최초로 경구용 마이크로바이옴 치료제에 대한 승인을 내면서 관련 시장에 대한 주목도는 올라가고 있다. 연구실 단계에 머물던 마이크로바이옴이 실제 약이 될 수 있다는 신호탄을 FDA가 쏘아 올렸기 때문이다. 학계에서는 인간의 질병 중 90%가 미생물 생태계 불균형 때문인 것으로 보고 있다. 마이크로바이옴이 다양한 질병 치료에 활용될 수 있다는 뜻이다.

정부도 지원을 약속했다. 보건산업진흥원은 지난달 ‘병원기반 인간 마이크로바이옴 연구개발 사업’ 착수회의를 열고, 2027년까지 5년간 보건복지부 예산 약 254억원을 마이크로바이옴 연구에 투입하겠다고 밝혔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보건복지부 등 6개 관련 부처는 ‘인체질환 극복 마이크로바이옴 기술개발사업’이라는 이름의 신규사업도 준비 중이다. 2025년부터 2032년간 4000억원의 예산으로 마이크로바이옴 생태계를 지원하는 사업인데 예비타당성조사는 아직 시작되지 않았다. 참여부처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보건복지부, 산업통상자원부, 농림축산식품부, 식품의약품안전처, 질병관리청 등으로 다수인 만큼 협의 및 기획에 시간이 조금 걸리는 것으로 알려졌다.

남정민 기자 peux@hankyung.com

**이 기사는 바이오·제약·헬스케어 전문 사이트 <한경 BIO Insight>에 2023년 7월 7일 11시 25분 게재됐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