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드만 12개 갖고 다닌다"…속터지는 전기차 차주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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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차 충전기 23만대 시대
고속도로 휴게소에는 0.5% 뿐
고속도로 휴게소에는 0.5% 뿐
전기차 아우디 e-트론을 타고 다니는 김모 씨(57)는 보유한 전기차 충전기 카드(각종 애플리케이션 등)만 12개다. 충전을 하려고 할 때마다 각 사업자 서비스의 회원으로 가입한 결과다.
환경부와 한국전력공사 등 정부가 주도해오던 국내 전기차 시장에 최근 몇 년새 대기업,중소기업이 잇달아 뛰어들면서 소비자들 혼란만 가중되고 있다. 전기차주들은 제각각인 충전소 요금과 충전 규격 탓에 매일 적합한 충전소를 찾아 헤매야 한다.
정부는 2020년 전기차 충전 사업을 민간에 개방하고 충전기를 설치하면 보조금을 지급했다. 이에 따라 현대자동차와 SK, LG, GS그룹 등 대기업과 중소 업체들이 사업에 뛰어들었다.
문제는 단기간에 사업자가 증가하다 보니 충전소별로 요금과 회원 혜택 등이 모두 다르다는 것이다. 한 전기차 차주는 “월 1만~2만원의 구독 서비스를 신청할 경우 해당 업체의 충전기만 써야 하는데 이를 찾기가 쉽지 않다”며 “고속도로 등을 다니다 보면 생소한 업체의 충전기를 사용해야 해 불편하다”고 말했다.
이런 불편함을 해결하기 위해 몇몇 업체는 ’통합카드' 기능을 탑재한 앱을 출시하기도 했다. EV인프라(소프트베리), 일렉베리, 모두의충전 등은 여러 충전기 브랜드에서 통합카드 한 장으로 결제할 수 있는 서비스를 제공한다.
그러나, 이는 충전사업자 간 결제정보를 주고 받는 로밍 방식에 지나지 않는다. B 충전소에서 쓰던 카드를 A 충전소에서도 쓸 수 있지만, 비회원 요금을 내야 하는 식이다. 충전기 운영업체끼리 제휴를 맺어야만 통합카드를 쓸 수 있다. 결국 전기차주들이 충전요금을 조금이라도 아끼려면 카드를 새로 발급받는 게 유리하다는 의미다.
업계 관계자는 “여러 업체가 난립하고 있어 충전 사업자 간 완벽한 제휴가 어렵다”며 “현재로선 회원 가입을 늘려 요금을 아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영세업체의 경우 충전기 설치 보조금만으로 이익을 남긴 뒤 방치하는 사례가 많아 통합이 어려운 때도 있다.
통상 테슬라 차주들은 어댑터(보조 기구)를 사용해 규격이 다른 충전기 케이블이 이용할 수 있다. 그러나 CCS 기반인 현대·기아차 충전 플랫폼 ’이피트(E-pit)‘는 어댑터 사용을 막아 논란이 일기도 했다.
충전기 제조사마다 차량과 충전기 간의 통신 프로토콜 방식에서도 차이가 있어서 전기차주들은 더 번거롭다. 전기차와 충전 스테이션이 계량·충전상태 등의 정보를 주고 받으려면 유무선 통신 시스템이 필요하다. 통상 TCP-IP와 OCPP가 쓰이곤 한다. 개별적인 통신방식을 사용하는 운영사업자들이 우후죽순 생기자, 산업통상자원부 국가기술표준원은 작년 12월 21일 '전기자동차 충전스테이션 관리 시스템'표준을 개정했다. OCPP라는 개방형 충전기 프로토콜을 충전기와 관리 서버 간 통신 표준으로 정한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표준은 강제성이 없으므로 각 충전기 제조사와 사업자가 알아서 효율적인 프로토콜을 선택해 적용할 수 있다는 문제가 남아 있다.
양동학 국가기술표준원 관계자는 "충전 방식 규격과 통신 프로토콜 모두 표준이 있어야 한다"며 "표준이 안 된 상태에서는 운영비도 더 들고 사회적 혼란만 커진다"고 설명했다.
수요 조사를 제대로 하지 않고 인적이 드문 곳에 설치하는 사례도 많다는 지적이다. 충전소 수는 늘고 있지만 고속도로 등 필요한 곳에선 장시간 대기하는 경우가 많은 이유다.
이동 거점인 고속도로 위 급속충전기는 현재도 부족하다. 무공해차 누리집에 등록된 충전기 23만505대 중 고속도로 휴게소에 있는 충전기는 0.5%도 채 안되는 1164대 뿐이다. 경부고속도로(부산 방면) 18개 휴게소 중 전기차 충전기는 모두 70대에 불과하다.이마저도 교통량이 많은 수도권엔 숫자가 적다. 경북 칠곡군 칠곡휴게소엔 13대가 있지만 서울 양재와 기흥 등엔 2대밖에 없다. 경부고속휴게소 한 개당 평균 설치 대수(3.8대)의 절반 수준이다. 관리 상태도 미비하다. 충전기 70대 중 6대는 작동을 안하거나 앱으로 상태를 확인할 수 없었다. 총 4대가 있는 경북 봉산면 추풍령 휴게소에서 1대는 불량이었다. 옥산휴게소(부산)에는 50kw, 100kw짜리 각각 한 대씩 있는데, 앱에는 1대만 떴다. 환경부에서 운영하는 대영채비 충전기 두 대는 몇 달째 가동도 안되는 채 서 있었다. 총 6대가 있는 김천휴게소에선 1대가 상태 미확인으로 나타났다.
예고도 없이 자리를 옮긴 충전소도 있다. 환경부가 제공하는 충전기 현황 정보에 따르면 경부고속도로 (부산 방면) '기흥휴게소'에는 급속충전기(50kW) 두 대가 있다. 현장 확인 결과 전기차 충전기가 있던 자리에 수소차 충전소가 있다. 입구 진입 후 오른쪽으로 난 우거진 길을 따라가면 나오는 주차장으로 위치를 옮긴 것이다.
최해련 기자 haeryon@hankyung.com
환경부와 한국전력공사 등 정부가 주도해오던 국내 전기차 시장에 최근 몇 년새 대기업,중소기업이 잇달아 뛰어들면서 소비자들 혼란만 가중되고 있다. 전기차주들은 제각각인 충전소 요금과 충전 규격 탓에 매일 적합한 충전소를 찾아 헤매야 한다.
○반쪽짜리 ‘통합카드’
7일 환경부에 따르면 전기차 충전 사업자는 지난달 말 기준 109개에 달한다. 2020년 12월 말 52개에서 2년 반 만에 두 배 이상으로 늘었다. 매년 30% 이상 폭증하고 있다.정부는 2020년 전기차 충전 사업을 민간에 개방하고 충전기를 설치하면 보조금을 지급했다. 이에 따라 현대자동차와 SK, LG, GS그룹 등 대기업과 중소 업체들이 사업에 뛰어들었다.
문제는 단기간에 사업자가 증가하다 보니 충전소별로 요금과 회원 혜택 등이 모두 다르다는 것이다. 한 전기차 차주는 “월 1만~2만원의 구독 서비스를 신청할 경우 해당 업체의 충전기만 써야 하는데 이를 찾기가 쉽지 않다”며 “고속도로 등을 다니다 보면 생소한 업체의 충전기를 사용해야 해 불편하다”고 말했다.
이런 불편함을 해결하기 위해 몇몇 업체는 ’통합카드' 기능을 탑재한 앱을 출시하기도 했다. EV인프라(소프트베리), 일렉베리, 모두의충전 등은 여러 충전기 브랜드에서 통합카드 한 장으로 결제할 수 있는 서비스를 제공한다.
그러나, 이는 충전사업자 간 결제정보를 주고 받는 로밍 방식에 지나지 않는다. B 충전소에서 쓰던 카드를 A 충전소에서도 쓸 수 있지만, 비회원 요금을 내야 하는 식이다. 충전기 운영업체끼리 제휴를 맺어야만 통합카드를 쓸 수 있다. 결국 전기차주들이 충전요금을 조금이라도 아끼려면 카드를 새로 발급받는 게 유리하다는 의미다.
업계 관계자는 “여러 업체가 난립하고 있어 충전 사업자 간 완벽한 제휴가 어렵다”며 “현재로선 회원 가입을 늘려 요금을 아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영세업체의 경우 충전기 설치 보조금만으로 이익을 남긴 뒤 방치하는 사례가 많아 통합이 어려운 때도 있다.
○충전 규격·통신 표준 전쟁도
차량 제조사별로 충전구 모양이 달라 적합한 충전기 커넥터를 찾아가는 것도 일이다. 전기차 급속 충전기 규격은 테슬라의 ‘슈퍼차저’가 사용하는 북미 충전규격(NACS)과 현대차그룹 등이 채택한 CCS1(DC콤보)로 크게 나뉜다. 일본의 차데모, 중국의 GB/T도 있다. 국내선 2014년 ‘DC콤보’가 표준으로 채택돼, 3년 전부터 설치되는 충전되는 충전기는 CCS기반 ’DC콤보‘ 충전기다.통상 테슬라 차주들은 어댑터(보조 기구)를 사용해 규격이 다른 충전기 케이블이 이용할 수 있다. 그러나 CCS 기반인 현대·기아차 충전 플랫폼 ’이피트(E-pit)‘는 어댑터 사용을 막아 논란이 일기도 했다.
충전기 제조사마다 차량과 충전기 간의 통신 프로토콜 방식에서도 차이가 있어서 전기차주들은 더 번거롭다. 전기차와 충전 스테이션이 계량·충전상태 등의 정보를 주고 받으려면 유무선 통신 시스템이 필요하다. 통상 TCP-IP와 OCPP가 쓰이곤 한다. 개별적인 통신방식을 사용하는 운영사업자들이 우후죽순 생기자, 산업통상자원부 국가기술표준원은 작년 12월 21일 '전기자동차 충전스테이션 관리 시스템'표준을 개정했다. OCPP라는 개방형 충전기 프로토콜을 충전기와 관리 서버 간 통신 표준으로 정한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표준은 강제성이 없으므로 각 충전기 제조사와 사업자가 알아서 효율적인 프로토콜을 선택해 적용할 수 있다는 문제가 남아 있다.
양동학 국가기술표준원 관계자는 "충전 방식 규격과 통신 프로토콜 모두 표준이 있어야 한다"며 "표준이 안 된 상태에서는 운영비도 더 들고 사회적 혼란만 커진다"고 설명했다.
수요 조사를 제대로 하지 않고 인적이 드문 곳에 설치하는 사례도 많다는 지적이다. 충전소 수는 늘고 있지만 고속도로 등 필요한 곳에선 장시간 대기하는 경우가 많은 이유다.
이동 거점인 고속도로 위 급속충전기는 현재도 부족하다. 무공해차 누리집에 등록된 충전기 23만505대 중 고속도로 휴게소에 있는 충전기는 0.5%도 채 안되는 1164대 뿐이다. 경부고속도로(부산 방면) 18개 휴게소 중 전기차 충전기는 모두 70대에 불과하다.이마저도 교통량이 많은 수도권엔 숫자가 적다. 경북 칠곡군 칠곡휴게소엔 13대가 있지만 서울 양재와 기흥 등엔 2대밖에 없다. 경부고속휴게소 한 개당 평균 설치 대수(3.8대)의 절반 수준이다. 관리 상태도 미비하다. 충전기 70대 중 6대는 작동을 안하거나 앱으로 상태를 확인할 수 없었다. 총 4대가 있는 경북 봉산면 추풍령 휴게소에서 1대는 불량이었다. 옥산휴게소(부산)에는 50kw, 100kw짜리 각각 한 대씩 있는데, 앱에는 1대만 떴다. 환경부에서 운영하는 대영채비 충전기 두 대는 몇 달째 가동도 안되는 채 서 있었다. 총 6대가 있는 김천휴게소에선 1대가 상태 미확인으로 나타났다.
예고도 없이 자리를 옮긴 충전소도 있다. 환경부가 제공하는 충전기 현황 정보에 따르면 경부고속도로 (부산 방면) '기흥휴게소'에는 급속충전기(50kW) 두 대가 있다. 현장 확인 결과 전기차 충전기가 있던 자리에 수소차 충전소가 있다. 입구 진입 후 오른쪽으로 난 우거진 길을 따라가면 나오는 주차장으로 위치를 옮긴 것이다.
최해련 기자 haery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