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훔친 땅에 건국"…트윗 하나로 시총 3조 날린 회사
도브와 바세린 등의 브랜드를 거느린 생활용품 기업 유니레버가 미국의 아이스크림 자회사의 트윗 하나로 이틀 만에 주식 시가총액이 25억달러(약 3조3000억원) 감소했다. 유니레버의 미국 자회사 '벤앤제리스'(Ben & Jerry's) 아이스크림은 미국 독립기념일에 '미국은 훔친 땅에 건국했다'는 트윗을 게제했다.

6일(현지시간) 런던 증권거래소에서 유니레버 주식은 한 주당 4032파운드로 전 거래일 대비 45파운드(약 1.1%)가량 떨어지면서 전날에 이어 이틀 연속 하락했다. 뉴욕 거래소에 상장된 주식예탁증서(ADR)도 전날 51.31달러로 0.75% 하락했다. 이 회사 시가총액은 이틀 전 1302억달러에서 이날 1285억달러로 줄었다.

뉴욕포스트 등 현지 언론은 유니레버의 주가 하락이 자회사 벤앤제리스가 미국 독립기념일을 맞아 올린 트윗에 대한 반발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벤앤제리스는 "독립기념일의 축하 분위기 때문에 미국의 탄생에 대한 진실이 가려져선 안 된다"며 "미국은 원주민으로부터 훔친 땅에 건국했고, 우리는 이를 반환해야 한다"라는 트윗을 올렸다.

벤앤제리스가 이 같은 트윗을 올린 배경은 독특한 기업 분위기 때문이다. 미 버몬트주에 본사를 둔 벤앤제리스는 환경 보호와 인권 신장 등 진보적인 가치를 옹호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벤앤제리스 설립자인 벤 코언과 제리 그린필드는 이스라엘이 점령한 팔레스타인 지역에서 아이스크림을 파는 것은 자신들의 가치관과 위배된다면서 판매 중단을 선언하기도 했다.

미국 자회사의 트윗이 미국 보수층 뿐 아니라 중도·진보 소비자들까지 자극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 트위터 이용자는 "벤앤제리스가 앞장서서 버몬트에서 1만 년 동안 살아온 아베나키와 모히칸 아메리카 원주민에게 공장 부지를 돌려줘라"고 비꼬았다. 또 다른 이용자는 "이 트윗은 인종차별적으로 들린다"며 "땅을 돌려주란 소리는 우리더러 미국에 살지말고 (조상들이)살던 곳(아프리카)으로 돌아가라는 얘기냐"고 했다.

자회사의 트윗 여파로 유니레버 제품에 대한 불매운동이 일어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최근 영국의 한 비영리단체는 '유니레버가 러시아에서 영업을 계속하면서 침략전쟁을 돕고 있다'고 비판하고 나서 논란이 빚어지고 있다. 여기에 트윗 논란으로 유니레버 제품들의 미국 내 판매가 줄어들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이현일 기자 hiunea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