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삶에도 코치가 있었으면 좋겠다
야구팬들은 야구를 보느라 참 애쓴다. 매 경기, 매 이닝, 매 투구마다 변화하는 상황에 몰입하고 감정을 표출하는데, 대체로 화를 내는 것으로 감정의 결과물은 나타난다. 아무리 좋은 사람이더라도 그가 야구팬이라면 야구를 볼 때만큼은 화가 나 있을 확률이 높다. 시즌이 길고 게임수가 많으며, 게임 안에서의 분절이 많은 야구는 그 이유로 보는 이의 마음을 널뛰게 한다.

그렇다면 과연, 야구팬만 애쓰고 있는 걸까? 그런 야구팬에게 만날 욕이나 먹는 야구선수는 그저 천하태평인 걸까? 모르긴 몰라도, 결과로 곧장 나타나진 않아도, 그들 또한 프로선수로 무척 애쓰고 있을 것이다. 야구팬 이상으로 몸으로 뛰고, 마음은 널뛸 것이다. 트레이너로서는 이례적으로 이름이 알려진 이지풍 코치의 저서 <뛰지 마라, 지친다>는 이러한 선수들의 몸과 마음에 대한 책이다. 최고의 퍼포먼스를 위해 몸과 마음을 어떻게 해야 할지 야구로 하는 대신 말로 하는 책이기도 하다.

이지풍 트레이너는 말한다. 뛰지 말라고, 그러다 지친다고. 노력은 배신하지 않는다, 유니폼이 더러워지지 않으면 훈련하지 않은 것과 같다, 선수들이 배가 불러서 실력이 퇴보했다…. 이런 말이 아직도 진리로 받아들여지는 세상인데 지치니까 뛰지 말라니, 괜한 호기가 아닐까? 그러다 성과를 얻지 못한다면? 이러한 의문 속에 저자의 말은 어쩌면 너무 과감하게까지 느껴지기도 한다. “너무 열심히 하지 않아도 괜찮다” “잘 쉬기만 해도 충분하다” “하고 싶은 대로 하게 둬라” 등등. 저자는 부드럽지만 단호한 직언 아래 현장에서만 경험할 수 있는 풍부한 사례와 경험을 토대로 한 통찰로 위와 같은 문장에 설득력을 더한다.

요즘 다들 사는 게 쉽지 않다. 물가는 오르고 불경기가 이어진다. 사는 게 곧 경쟁이고, 경쟁에서 매번 이길 수는 없는 노릇이다. 삶에서 안타를 치지 못할 때, 슬럼프에 빠졌을 때 우리는 곧잘 나 자신을 더 혹독하게 다루는 방식으로 문제를 해결하려 한다. 내 노력과 성의가 부족했음을 탓한다. 그리고 더 열심히 뛴다. 죽기 살기로, 지쳐서 숨을 헐떡일 때까지 최선의 삶을 위해 애쓴다.

하지만 그렇게만 삶을 완주할 수 없음을 우리는 알고 있다. 알고 있으면서도 어쩔 수 없이 또 달린다. 불안해서,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서, 혹은 그저 습관적으로. 우리는 각자의 영역에서 프로이고 선수이기에, 죽기 살기로 일하고, 쉴 때마다 불안해하며, 실패가 두려워 관습을 답습하기도 할 것이다. 그럴 때 내 인생에도 코치가 있었으면 좋겠다 싶다. <뛰지 마라, 지친다>가 어쩌면 그 역할을 하는 책이 될 것 같다. 더 정확하게는, 독자의 멘탈 코치가 될 것이다. 멘탈코치가 실패를 반복하는 방식으로 지속되는 삶의 전장에 선 우리에게, 가벼운 한 마디를 던진다. 뛰지 마라, 지친다.
내 삶에도 코치가 있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