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톡스 '간접수출' 국내 판매라고 볼 수 없다"…판결문 살펴보니
재판부가 메디톡스와 식품의약품안전처의 행정소송에서 메디톡스의 손을 들어준 배경에는 ‘간접수출’을 수출이라고 판단한 점이 주요하게 작용했다. 약사법은 수출에 대한 명확한 정의가 없다. 반면 이미 무역업계에서는 간접수출과 직접수출 모두 수출로 인정하며, 제도적으로 완비된 상태라는 게 근거다.

대전지법 행정3부(최병준 부장판사)는 지난 6일 메디톡스가 대전식약청장을 상대로 낸 제조판매중지명령 등 취소 청구 소송에서 메디톡스의 청구를 인용했다. 식품의약품안전처의 품목허가 취소 처분을 취소해 달라는 청구도 받아들였다.

직접수출과 간접수출 모두 ‘수출’

이번 재판의 쟁점은 간접수출에 대한 해석이었다. 간접수출은 메디톡스가 국내 무역·도매업체에게 의약품을 공급하면, 해당 무역·도매업체가 통관 절차를 거쳐 해외거래처에 판매한다. 직접수출은 메디톡스의 명의로 수출 통관 절차를 거쳐 외국으로 반출, 해외거래처에 직접 판매하는 방식이다.

식약처는 직접수출만 수출이고, 간접수출은 국내 판매라고 봤다. 약사법에 따르면 생물학적 제재인 보툴리눔 톡신은 국내 판매를 하기 위해서는 국가출하승인을 받아야 한다. 수출 제품은 국가출하승인 절차를 밟지 않아도 된다. 메디톡스는 간접수출시 국가출하승인을 받지 않았고, 식약처는 약사법을 위반했다고 판단한 것이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간접수출과 직접수출이 다르지 않다고 해석했다. 그 근거로 수출 관련 법령이나 수출정책을 총괄하는 주무 관리청에서 수출인정시 간접수출과 직접수출을 따로 구분하지 않는 점을 들었다. 또한 두 가지 수출 방식의 혜택에서 아무런 차이를 두고 있지 않다.

특히 이미 무역업계에서 국내 제조업자의 물품 등 해외 수출에 있어서 직접수출 뿐만 아니라 간접수출이 광범위하게 이용될 정도로 제도적으로 완비돼 있는 상태다. 반면 약사법은 ‘수출’에 대한 구체적인 정의 규정을 두고 있지 않다. 따라서 일반적으로 수출은 직접수출과 간접수출을 모두 포함하는 의미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고 판단했다.

보따리상 불법 수출 묵인 지적

식약처가 간접수출을 제재해야 한다고 주장하면서 펼친 명분은 “국가출하승인을 받지 않은 채 국내에 보툴리눔 톡신이 유통될 우려가 있다”는 것이다. 반면 재판부는 “실제 통관절차를 거쳐 국외로 반출하는지 여부에 대한 건 대외무역법상의 사후적 관리감독의 문제일 뿐이다”며 “중간 무역업자의 개별적인 일탈이나 위법행위로서 제조업자인 메디톡스가 관여할 수 있는 영역이라고 보기 어렵다”고 했다.

또한 재판부는 식약처가 국내 보툴리눔 톡신 업계의 간접수출 관행을 알고도 오랜 기간 묵인해 왔다고 지적했다. 앞서 보툴리눔 톡신 회사들은 오랫동안 국내 무역·도매업체를 활용해 편법으로 중국에 수출해 왔다. 도매업체는 중국 보따리상에 판매했고, 회사들은 중국 품목허가 없이 수출 실적을 올렸다.

2021년 휴젤이 국내 업체 최초로 보툴리눔 톡신에 대한 중국 정식 품목허가를 받기 전에도 이미 중국 수출은 매년 가파른 상승세를 보였다. 중국향 보툴리눔 톡신 수출액은 2015년 52억원, 2016년 198억원, 2017년 784억원, 2018년 800억원, 2019년 1298억원이다.

이처럼 중국에서 대규모로 유통됐던 한국산 보툴리눔 톡신은 중국에서 허가 받지 못한 불법 의약품이며, 법적인 제재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오기도 했다. 하지만 식약처는 약사법은 내수용 의약품에만 적용되기 때문에 개입하기 어렵다는 취지의 의견을 밝혀왔다.

재판부는 “이 사건 품목허가 취소 및 판매정지 처분이 이루어지기까지의 경과를 보더라도 약사 당국은 간접수출의 관행을 알고도 이를 묵인해 온 것으로 보인다”고 꼬집었다.

김유림 기자 youfore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