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을 방문 중인 재닛 옐런 미국 재무장관이 7일 중국 2인자인 리창 총리를 만나 중국과 건전한 경쟁을 원한다는 입장을 강조했다. 그는 미국 기업인들을 만난 자리에선 중국의 희귀광물 수출 통제 등을 겨냥해 “불공정한 관행에 맞서 싸우겠다”고 했다.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옐런 장관은 이날 리 총리를 만나 “미국은 승자독식 방식이 아니라 양국에 모두 이익이 되는 공정한 규칙에 기반한 건전한 경쟁을 추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이번 방문을 계기로 세계 최대 경제대국인 두 나라가 정기적인 소통 채널 개설에 속도를 내기 바란다”며 “양국은 기후 변화와 같은 세계적인 도전에 리더십을 보여줄 의무가 있다”고 했다.

옐런 장관은 “미국은 특정 상황에서 국가 안보를 위한 행동을 추구할 필요가 있지만 이런 움직임에 대한 의견 불일치가 더 넓은 관계를 위태롭게 해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리 총리는 “상호 존중, 평화 공존, 상생 협력은 국가가 서로 잘 지낼 수 있는 기본적인 방법”이라며 “미국 측이 합리적이고 실용적이며 중국 측과 같은 방향으로 일하고 미·중 관계가 조기에 올바른 궤도로 돌아갈 수 있기를 바란다”고 답했다. 그러면서 “양측은 중요한 양국 경제 문제에 대한 합의를 모색해 미·중 경제 관계에 안정과 긍정적 에너지를 불어넣어야 한다”고 촉구했다.

옐런 장관은 이날 류허 전 부총리, 이강 인민은행장과도 만났다. 류 전 부총리는 현역 시절 ‘시진핑의 경제책사’로 불렸고, 지난 3월 은퇴 후에도 중국 정부의 경제·금융 내부회의에 참석하며 자문에 응하고 있다.

옐런 장관은 중국에서 활동하는 미국 기업인들과 만난 자리에서 “소통을 강화하고 안정적·건설적 관계를 다지기 위해 중국을 방문했다”고 설명했다. 중국이 최근 발표한 갈륨 게르마늄 수출 통제 조치에 대해 그는 “반도체 등의 기술에 사용되는 중요한 광물에 대한 중국의 새로운 통제 조치에 우려를 표한다”며 “미국 정부는 이 조치의 영향을 평가하고 있으며, 탄력적이고 다변화된 공급망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옐런 장관은 “미국 기업에 대한 중국의 징벌적 조치가 특히 문제”라며 “미국은 미국 기업을 위해 공평한 경쟁의 장을 추구하고 동맹국과 협력해 중국의 불공정한 경제 관행을 해결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그러면서도 “세계 최대 경제대국인 미국과 중국의 디커플링(공급망 분리)은 세계를 불안정하게 만들 것이고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했다.

옐런 장관은 9일까지 중국에 머물며 경제와 대외 업무를 담당하는 허리펑 부총리, 류쿤 재정부 장관도 만날 예정이다. 그는 중국 경제라인 핵심 인사들과 회동하면서 미국의 각종 경제 현안을 논의할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 뉴욕타임스(NYT)는 옐런 장관이 중국을 달래면서도 미국의 대중 정책을 방어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분석했다. 대중국 수출 규제와 관세 정책을 사수하면서도 중국 경제에 해를 끼치려는 의도가 아니라고 납득시켜 양국 간 불신을 해소해야 하는 어려운 과제를 맡았다는 뜻이다.

베이징=강현우 특파원 h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