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은 7일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이 전날 전면 백지화를 선언한 서울~양평고속도로 사업에 대해 야당의 사과를 전제로 재추진될 수 있도록 하겠다는 입장을 내놨다. 사업이 백지화 위기에 처한 건 더불어민주당이 김건희 여사 일가에 특혜를 주기 위해 급작스럽게 고속도로 종점을 변경했다는 의혹을 제기했기 때문이라는 점을 강조한 것이다.

이철규 국민의힘 사무총장은 이날 “서울~양평고속도로 건설은 경기 동부권 교통편의 제고와 지역 발전을 위해 꼭 필요한 사업”이라며 “당이 적극적으로 정부를 설득하겠다”고 했다. 다만 “민주당은 (김 여사 일가 특혜를 위해 노선을 변경했다는) 무책임한 괴담 선동에 대해 반드시 사과해야 한다”는 전제 조건을 달았다.

그는 “민주당의 사과와 함께 진실이 밝혀지고 나면 당에서는 그 무엇보다 도로 이용자인 지역 주민들의 뜻이 반영된 도로가 건설되도록 모든 노력을 경주하겠다”고 했다.

민주당은 김 여사 일가가 소유한 땅에 인접한 경기 양평군 강상면 병산리를 종점으로 하는 변경안이 아니라 양서면 국수리가 종점인 원안을 추진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는 취재진과 만나 “서울~양평고속도로는 원안대로 추진하면 아무 문제가 없다”며 “수년간 전문가들이 검토했고 주민과 국민, 지방정부와 중앙정부 모두가 동의한 합리적인 안이 양서면으로 고속도로를 만드는 것”이라고 했다.

민주당은 이를 위해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간사인 최인호 의원을 상임위원장으로 하는 서울~양평고속도로 원안추진위원회를 구성했다. 국토부 차관 출신인 맹성규 의원과 경기도당 위원장인 임종성 의원 등이 공동위원장을 맡았다.

이 대표는 원 장관을 향해 “치기마저 느껴지는 장관의 백지화 선언은 백지화돼야 한다”고 했다. 서울~양평고속도로 특혜의혹진상규명 태스크포스(TF) 단장인 강득구 의원은 “국책사업을 기분 내키는 대로 중단하겠다고 말하는 걸 보면서 분노를 넘어 자괴감을 느낀다”며 원 장관 탄핵 추진을 거론했다.

한재영 기자 jyh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