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들어 암호화폐 거래는 점차 둔화한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가 암호화폐 거래소와의 전면전에 나서는 등 규제가 강화되기 시작해서다. 유럽에서도 거래소를 향한 규제 강화가 시작돼 거래량이 더 큰 폭으로 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6일(현지시간) 블룸버그에 따르면 시장조사업체 CC데이터는 지난달 암호화폐 거래소의 거래량이 전월 대비 16.4% 증가한 5750억달러를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3개월 연속 감소하다 반등한 것이다.

다만 올해 2분기 거래량은 전분기보다 40% 감소한 1조 7000억달러로 집계됐다. 작년에 비해선 62%가량 줄어든 수치다. 2019년 말 이후 최저치를 찍었다.

세계 최대 암호화폐 거래소인 바이낸스 내 암호화폐 거래량이 큰 폭으로 줄었다. 지난달 현물 시장 점유율은 1.4%포인트 감소한 42%를 기록했다. 정점을 기록했던 2월(57%) 15%포인트(P) 줄어든 수치로, 4개월 연속 감소세다. SEC와의 분쟁으로 인한 여파로 풀이된다. SEC는 지난달 증권법 위반 혐의로 바이낸스를 제소한 바 있다.

다만 바이낸스는 “수수료 없이 비트코인을 거래할 수 있었던 서비스를 종료한 것이 영향을 미쳤다”고 해명했다.

유럽에서도 바이낸스의 점유율은 떨어졌다. 시장조사업체 카이코에 따르면 유로화로 표시되는 암호화폐 거래량 중 바이낸스가 차지하는 비중은 약 15%라고 전했다. 30%의 점유율을 기록한 1월보다 절반가량 줄었다. 이는 유럽 각국 정부가 바이낸스를 상대로 규제를 시행했기 때문이다. 유럽 최대 경제국인 독일은 아직 바이낸스에 운영 허가를 주지 않았다.

바이낸스는 지난해 5월 프랑스 파리에 사무실을 열었지만, 프랑스 검찰은 돈세탁 관련 의혹을 제기하며 바이낸스 프랑스 사무실을 압수 수색했다.

네덜란드와 벨기에선 영업이 정지됐다. 네덜란드에서 정부의 허가 없이 영업했다가 과태료를 부과받았고 결국 영업 허가를 얻지 못해 철수를 결정한 것이다. 벨기에 정부 역시 바이낸스가 유럽 경제 블록(EEA) 비가입 국가에 거주하는 이용자에게도 서비스를 제공했다는 이유로 영업을 정지시켰다.

다른 거래소도 비슷한 상황이다. 규제에 대한 불확실성이 커졌다는 설명이다. 미국의 투자은행 파이퍼샌들러는 암호화폐 거래소인 코인베이스에 대한 투자의견을 비중확대에서 중립으로 하향 조정했다. 목표 주가도 65달러에서 60달러로 낮춰 잡았다. 암호화폐 거래에 대한 위험이 증폭됐다는 이유에서다.

파이퍼샌들러는 "올해 암호자산 거래소에 대한 규제 압력이 지속되고 있어 암호자산 거래소의 매출이나 이익을 예상하기엔 너무 많은 불확실성이 있다"고 강조했다.

오현우 기자 oh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