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설계안 괜찮나요"…'서울시 지침 패싱' 논란 압구정3구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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압구정 재건축에서 불거진 서울시 지침 '패싱' 논란
"사전에 크로스체크해야"
"사전에 크로스체크해야"
"임대주택 없는 용적률 360%안은 법적 근거도 없다고 하는데 이런 설계안을 내놔도 되는 건가요."(서울 강남구 압구정 3구역 조합원 J씨)
"단지 가운데로 공공보행로 끌어온다니 걱정이 앞서죠. 근데 고를 수 있는 대안은 지침을 위반했다니 건축사들을 믿기가 어렵네요."(조합원 A씨)
국내 최초 재건축 설계 전시회를 연 서울 강남구 압구정 3구역에서 서울시 용적률 지침 위반 논란이 이는 가운데 조합이 희림건축에 시정을 요구하면서 일단락되는 모양새다. 설계비만 300억원에 달하는 압구정 재건축 설계 공모전은 희림건축과 해안건축의 '2파전'으로 진행되고 있다. 희림 측 설계안에 반발한 해안 측은 5일 전시관 운영을 중단했다가 3일 만에 복귀했다.
서울시 관계자는 "지구단위계획에 반영되지 않은 인센티브(친환경·창의혁신디자인)는 근거가 없다"는 반응이다. 8일 정비업계에 따르면 해안건축은 이날 압구정현대 6·7차 아파트 83동 앞에 설치된 재건축 설계 전시관 운영을 재개했다. 이날도 저녁 늦게까지 3구역 조합원 뿐 아니라 2·4구역 조합원들도 희림과 해안 측 전시관을 찾았다. 해안건축은 서울시 신속통합기획안을 짠 건축사인 만큼, 서울시 지침(용적률 300%, 건폐율 50%, 최고 50층)을 그대로 수용한 설계안을 내놨다. 총 13개동, 5214가구로 전 가구 남향 배치에 한강 조망권을 확보했다고 설명했다. 단지 내부를 가로지르는 공공보행로도 서울시 신통기획안을 받아들였다. 대신 주민의 프라이버시를 고려해 단지의 높이를 주변 대지보다 8m 띄우고, 공공보행로는 지하 3층에 놓기로 했다. 지하2층부터는 단지 내 주민들의 공간으로 설계했다. 8m를 띄우면서 생긴 단차에는 각종 상업시설을 배치했다. 이들 상업시설 임대료를 받아 조합원들에게 나눠주겠다는 계획을 제안했다.
희림건축의 설계안은 해안건축이나 서울시 신속통합기획안과는 많이 달랐다. 우선 용적률 360%, 건폐율 73%를 전제로 총 18개동, 5974가구로 최고 70층까지 올리겠다는 설계안을 내놨다. 특히 임대주택 없이 전 가구의 전용면적이 110.4% 늘어나는 1대 1 재건축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문제는 기준용적률 230%에 공공기여에 따른 용적률 완화(67.11%), 지능형건축물·제로에너지빌딩·장수명 인증 등 인센티브(62.89%)로 용적률 360%까지 채울 수 있다는 걸 전제로 했다는 점이다. 서울시가 신통기획안에서 원칙을 정한 단지 중앙 공공보행로도 없애고 논현로변으로 단지를 우회해 보행교로 향할 수 있도록 만들었다. 공공보행로에서 한강 너머 서울숲으로 이어지는 한강 보행교는 신통기획안이나 해안건축 설계안보다 동호대교 쪽으로 옮겨졌다. 서울 지하철 3호선 압구정역에서 단지 가운데를 가로질러 보행교로 향하는 공공보행로보다 동선을 줄이겠다는 설명이다. 해안은 1일 전시관 운영을 시작하면서 희림이 제안한 용적률 인센티브 계획을 즉시 문제삼았다. 지난달 29일 열람공고된 압구정아파트지구 지구단위계획을 보면 기준용적률 완화(200→230%)에 따른 의무사항으로 이미 장수명주택(우수등급 이상)과 지능형건축물, 녹색에너지 에너지효율등급 등이 반영돼있다. 인센티브가 아니라 기준용적률을 200%에서 230%로 완화하면서 생기는 의무사항이라는 지적이다. 희림은 서울시의 창의혁신디자인 설계 공모를 통해 상한 용적률의 1.2배까지 가능하다는 공문을 내놨다. 이에 해안은 창의혁신디자인 용적률 혜택이 지구단위계획 내에서는 적용 가능하지 않다고 반박했다.
서울시 관계자도 "현재 압구정아파트지구 지구단위계획에는 법적상한용적률을 뛰어넘는 인센티브 계획이 반영돼있지 않다"며 "서울시의 지구단위계획 변경을 전제로 한 설계안으로 지금은 불가능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서울시 신통기획안을 따르지 않고 일반 재건축을 진행해도 서울시 압구정아파트지구 지구단위계획은 준수해야한다.
압구정3구역 조합도 희림 측 용적률 계획에 문제가 있다는 것을 파악하고 중재에 나섰지만 해안 측은 지난 6일 홍보관 운영을 중단했다. 조합이 운영 재개를 요청하면서 지난 8일부터 홍보관을 다시 운영하고 있다. 동시에 조합은 희림 측에 용적률 300%를 적용한 평형별 평면도를 전시하라는 시정조치를 내렸다. 또 7월7일까지 투표한 조합원은 재투표할 수 있다고 안내했다. 또 용적률을 제외한 주동 배치, 평면계획 등 설계 능력을 평가해달라고 공고했다. 전시회를 찾은 한 조합원은 "조합이 정보를 충분히 제시하려고 전시회를 연 것 같은데 내용이 틀렸다고 하니 궁금한 게 더 많아졌다"며 "답은 속시원히 들을 수가 없어 답답하다"고 했다.
과거엔 시공사 선정으로 한정됐던 과열 수주전이 설계사 선정 단계로 번지면서 지침 위반을 전제로 하는 홍보에 적극적으로 제동을 걸어야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압구정3구역은 심사위원회를 별도로 구성해 실격처리할 권한이 없다고 설명했다. 설계자선정계획서에 설계 응모자가 4인 이하이면 참가업체 전부를 총회에 상정해 조합원 투표로 선정한다는 규정이 있었던 탓이다.
한 정비사업 전문 변호사는 "홍보관 운영 전에 제3자가 지침 위반 가능성은 없는지 심사하거나, 그게 아니라면 두 건축사가 사전에 '크로스체크'하는 방식이었다면 논란의 소지를 줄일 수 있었을 것"이라며 "문제가 더 커지기 전에 조합이 나서 시정조치를 내린 건 다행인 부분"이라고 말했다.
박진우 기자 jwp@hankyung.com
"단지 가운데로 공공보행로 끌어온다니 걱정이 앞서죠. 근데 고를 수 있는 대안은 지침을 위반했다니 건축사들을 믿기가 어렵네요."(조합원 A씨)
국내 최초 재건축 설계 전시회를 연 서울 강남구 압구정 3구역에서 서울시 용적률 지침 위반 논란이 이는 가운데 조합이 희림건축에 시정을 요구하면서 일단락되는 모양새다. 설계비만 300억원에 달하는 압구정 재건축 설계 공모전은 희림건축과 해안건축의 '2파전'으로 진행되고 있다. 희림 측 설계안에 반발한 해안 측은 5일 전시관 운영을 중단했다가 3일 만에 복귀했다.
서울시 관계자는 "지구단위계획에 반영되지 않은 인센티브(친환경·창의혁신디자인)는 근거가 없다"는 반응이다. 8일 정비업계에 따르면 해안건축은 이날 압구정현대 6·7차 아파트 83동 앞에 설치된 재건축 설계 전시관 운영을 재개했다. 이날도 저녁 늦게까지 3구역 조합원 뿐 아니라 2·4구역 조합원들도 희림과 해안 측 전시관을 찾았다. 해안건축은 서울시 신속통합기획안을 짠 건축사인 만큼, 서울시 지침(용적률 300%, 건폐율 50%, 최고 50층)을 그대로 수용한 설계안을 내놨다. 총 13개동, 5214가구로 전 가구 남향 배치에 한강 조망권을 확보했다고 설명했다. 단지 내부를 가로지르는 공공보행로도 서울시 신통기획안을 받아들였다. 대신 주민의 프라이버시를 고려해 단지의 높이를 주변 대지보다 8m 띄우고, 공공보행로는 지하 3층에 놓기로 했다. 지하2층부터는 단지 내 주민들의 공간으로 설계했다. 8m를 띄우면서 생긴 단차에는 각종 상업시설을 배치했다. 이들 상업시설 임대료를 받아 조합원들에게 나눠주겠다는 계획을 제안했다.
희림건축의 설계안은 해안건축이나 서울시 신속통합기획안과는 많이 달랐다. 우선 용적률 360%, 건폐율 73%를 전제로 총 18개동, 5974가구로 최고 70층까지 올리겠다는 설계안을 내놨다. 특히 임대주택 없이 전 가구의 전용면적이 110.4% 늘어나는 1대 1 재건축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문제는 기준용적률 230%에 공공기여에 따른 용적률 완화(67.11%), 지능형건축물·제로에너지빌딩·장수명 인증 등 인센티브(62.89%)로 용적률 360%까지 채울 수 있다는 걸 전제로 했다는 점이다. 서울시가 신통기획안에서 원칙을 정한 단지 중앙 공공보행로도 없애고 논현로변으로 단지를 우회해 보행교로 향할 수 있도록 만들었다. 공공보행로에서 한강 너머 서울숲으로 이어지는 한강 보행교는 신통기획안이나 해안건축 설계안보다 동호대교 쪽으로 옮겨졌다. 서울 지하철 3호선 압구정역에서 단지 가운데를 가로질러 보행교로 향하는 공공보행로보다 동선을 줄이겠다는 설명이다. 해안은 1일 전시관 운영을 시작하면서 희림이 제안한 용적률 인센티브 계획을 즉시 문제삼았다. 지난달 29일 열람공고된 압구정아파트지구 지구단위계획을 보면 기준용적률 완화(200→230%)에 따른 의무사항으로 이미 장수명주택(우수등급 이상)과 지능형건축물, 녹색에너지 에너지효율등급 등이 반영돼있다. 인센티브가 아니라 기준용적률을 200%에서 230%로 완화하면서 생기는 의무사항이라는 지적이다. 희림은 서울시의 창의혁신디자인 설계 공모를 통해 상한 용적률의 1.2배까지 가능하다는 공문을 내놨다. 이에 해안은 창의혁신디자인 용적률 혜택이 지구단위계획 내에서는 적용 가능하지 않다고 반박했다.
서울시 관계자도 "현재 압구정아파트지구 지구단위계획에는 법적상한용적률을 뛰어넘는 인센티브 계획이 반영돼있지 않다"며 "서울시의 지구단위계획 변경을 전제로 한 설계안으로 지금은 불가능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서울시 신통기획안을 따르지 않고 일반 재건축을 진행해도 서울시 압구정아파트지구 지구단위계획은 준수해야한다.
압구정3구역 조합도 희림 측 용적률 계획에 문제가 있다는 것을 파악하고 중재에 나섰지만 해안 측은 지난 6일 홍보관 운영을 중단했다. 조합이 운영 재개를 요청하면서 지난 8일부터 홍보관을 다시 운영하고 있다. 동시에 조합은 희림 측에 용적률 300%를 적용한 평형별 평면도를 전시하라는 시정조치를 내렸다. 또 7월7일까지 투표한 조합원은 재투표할 수 있다고 안내했다. 또 용적률을 제외한 주동 배치, 평면계획 등 설계 능력을 평가해달라고 공고했다. 전시회를 찾은 한 조합원은 "조합이 정보를 충분히 제시하려고 전시회를 연 것 같은데 내용이 틀렸다고 하니 궁금한 게 더 많아졌다"며 "답은 속시원히 들을 수가 없어 답답하다"고 했다.
과거엔 시공사 선정으로 한정됐던 과열 수주전이 설계사 선정 단계로 번지면서 지침 위반을 전제로 하는 홍보에 적극적으로 제동을 걸어야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압구정3구역은 심사위원회를 별도로 구성해 실격처리할 권한이 없다고 설명했다. 설계자선정계획서에 설계 응모자가 4인 이하이면 참가업체 전부를 총회에 상정해 조합원 투표로 선정한다는 규정이 있었던 탓이다.
한 정비사업 전문 변호사는 "홍보관 운영 전에 제3자가 지침 위반 가능성은 없는지 심사하거나, 그게 아니라면 두 건축사가 사전에 '크로스체크'하는 방식이었다면 논란의 소지를 줄일 수 있었을 것"이라며 "문제가 더 커지기 전에 조합이 나서 시정조치를 내린 건 다행인 부분"이라고 말했다.
박진우 기자 jw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