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래 한 곡 들으면 광화문…변호사·의사들이 픽한 이 단지는
경희궁 자이, 사대문 안 유일한 신축·브랜드·대단지 아파트
서대문역 근처 ‘초역세권’ … 단지 내 ‘미니 숲길’도 조성
2·3단지 전용 84㎡, 20억 재돌파 눈앞 … ‘강북 대장주’

“광화문 코앞에 신축 대단지인 동시에 브랜드 아파트인 곳은 ‘경희궁자이’밖에 없으니 인기가 자연스럽게 높습니다. 김앤장 법률사무소 변호사나 강북삼성병원 의사 같은 전문직이 많이 살아요.” (서울 종로구 경희궁자이 인근 공인중개 대표)

직장과 가까운 주거단지라는 의미의 ‘직주근접’에 대한 정확한 기준은 없다. 하지만 업계에선 직장이 차로 30분 거리에 있는 경우도 직주근접 단지로 부른다. 일터와 주거지가 가깝다 못해 사실상 붙어 있다고 해도 무방할 정도의 입지적 요건이 경희궁자이의 최대 장점으로 꼽힌다. 서울 사대문 안 최대 규모 아파트인 경희궁자이를 둘러봤다.

사대문 안 최대규모 브랜드 단지

입지를 먼저 살펴보자. 남쪽에 지하철 5호선 서대문역이 있는 역세권 단지다. 여의도역까지 6정거장, 광화문역까진 한 정거장이면 간다. 사실 광화문 쪽은 굳이 지하철 탈 필요 없이 걸어가도 된다. 도심권역(CBD) 직장인의 선호도가 높을 수밖에 없는 이유다. 주위에 대사관이 많아 외국인도 많이 산다고 한다. 3호선 독립문역도 가깝다. 성산로를 타고 금화터널을 지나면 신촌도 금방이다.
경희궁자이 4단지 전경.
경희궁자이 4단지 전경.
주변 인프라도 잘 갖춰져 있다. 단지 동쪽에 경희궁과 경희궁공원이 있다. 북쪽에 독립문과 서대문독립공원도 있다. 인왕산과 안산도 가깝다. 도심 속에 덩그러니 놓여있는 아파트가 아니라, 곳곳에 산책하며 쉴 수 있는 공간이 많은 주거단지라는 평가가 나온다. 길(통일로) 하나만 건너면 전통시장인 독립문 영천시장도 있다. 가장 가까운 대형마트는 서울역 롯데마트다.
경희궁자이 2단지 내 조경.
경희궁자이 2단지 내 조경.
경희궁자이는 GS건설이 돈의문뉴타운 1구역을 재개발해 조성한 단지다. 입주는 2017년 2~6월 집들이가 시작됐다. 총 2533가구 규모다. 단지 인근에 무악 현대(2000년 준공·964가구), 인왕산현대아이파크(2008년·810가구), 독립문극동(1998년·1300가구), 독립문삼호(1995년·895가구) 등도 있다.
노래 한 곡 들으면 광화문…변호사·의사들이 픽한 이 단지는
이들 단지는 경희궁자이에 비해 외곽에 자리 잡고 있는 데다 규모와 연식, 브랜드 측면에서 경희궁자이에 못 미친다는 게 대체적인 평가다. 올해 근처에서 새 아파트 공급이 예정돼 있다. 경희궁자이 맞은편에서 '서대문영천반도유보라'가 분양을 앞두고 있지만, 규모가 총 199가구에 그친다.

3단지는 덕수초, 나머지는 독립문초


경희궁자이는 총 4개 단지로 구성돼 있다. 단지별 특징이 조금씩 다르다. 사직터널 바로 아래쪽에 1단지가 있다. 496가구 규모인데, 모두 임대아파트다.

1단지 바로 서쪽이자 독립문역 사거리에 맞닿은 곳에 4단지가 있다. 아파트 182가구와 오피스텔 118실을 합쳐 총 300가구 규모다. 4단지는 가장 큰 평형이 전용면적 45㎡로, 소형 면적대로만 구성된 게 특징이다. 이 때문에 전·월세로 거주하려는 젊은 전문직이 4단지를 많이 찾는다고 한다.
경희궁자이 2단지 전경.
경희궁자이 2단지 전경.
중앙에 있는 2단지가 1148가구 규모로 가장 크다. 서대문역 방면 제일 남쪽에 나머지 3단지(589가구)가 있다. 2단지가 3단지에 비해 동 간격도 넓고 조경도 더 잘 갖춰져 있다는 평가다. 2단지 안에는 ‘미니 숲길’도 조성돼 있다. 하지만 어린 자녀를 둔 학부모들은 3단지를 더 선호하는 경향이 있다고 한다.

인근 한 공인중개 관계자는 “3단지 아이들은 학부모 선호도가 높은 덕수초에 배정된다”며 “단지부터 덕수초까지 가려면 큰길(새문안로)을 건너야 하지만 스쿨버스가 다니기 때문에 안전하게 통학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나머지 단지 입주민 자녀는 독립문초에 배정받는다. 학교까지 걸어가기에 다소 거리가 있고, 주위에 학원가가 형성돼 있지 않다는 점 때문에 경희궁자이는 학군이 다소 아쉽다는 지적도 나온다.

경희궁동아? 넌 누구니

지금이야 ‘종로 대장주’, ‘강북 대장주’로 불리는 경희궁자이지만, 이 타이틀을 거머쥐기까지 우여곡절도 여럿 있었다. 경희궁자이에는 대형평수 물량이 적은 편이다. 원래는 중대형 평수 위주 아파트로 재개발을 계획했다. 하지만 경희궁자이보다 앞서 분양을 진행한 마포구 아현뉴타운 쪽에서 대형 물건이 대거 미분양이 나자 중간에 설계변경을 통해 중소형을 늘렸다고 한다.

인구구조 변화 등으로 중소형 선호도가 높아지고 있어 좋은 선택이었다는 반응과 종로 일대 대형평수 아파트에 대한 수요가 꾸준히 있는 만큼 다소 아쉬움이 남는다는 반응이 공존하고 있다. 하지만 설계변경에도 불구하고 결과는 미분양이었다. 2014년 분양 당시 경희궁자이의 공급 가격은 전용 84㎡ 기준 7억8000만원 정도였는데, 당시 고분양가 논란이 일었다.
경희궁동아(왼쪽). 오른쪽은 경희궁자이 4단지.
경희궁동아(왼쪽). 오른쪽은 경희궁자이 4단지.
4단지에서 2단지 쪽으로 가는 길에 ‘경희궁동아’란 1동짜리 아파트를 발견할 수 있다. 4단지 아파트와 바로 붙어 있고, 도색도 경희궁자이와 비슷해 얼핏 보면 별개 아파트라는 점을 알아차리기 힘들 정도다. 재개발 여부를 두고 이견을 보여 동아아파트는 그대로 남게 된 것이다.

4개 단지가 속한 행정동은 교남동으로 같지만, 법정동은 제각각인 것도 특징이다. 1단지는 행촌동, 2단지는 홍파동, 3단지는 평동, 4단지는 교북동에 있다.

‘20억 클럽’ 재입성 눈앞에

배후수요가 탄탄하다는 특성상 경희궁자이의 몸값은 떨어지기 힘들다는 평가다. 이달 2단지 전용 84㎡가 19억2000만원에 손바뀜했다. 올해 1월만 해도 16억9000만원이었던 점을 감안하면 반년 새 2억3000만원 올랐다. 20억원 재돌파를 눈앞에 두고 있다. 현재 매물은 전용 84㎡ 기준 2·3단지 모두 18억5000만원~21억원 선에 올라와 있다.

경희궁자이 2·3단지는 계단식으로 배치돼 있다. 도로변에 있는 바깥쪽 라인보다 안쪽에 있는 동이 더 인기가 좋다고 한다. 안쪽이 지대가 높아 계단이나 엘리베이터를 이용해 올라가야 하는 불편함은 있지만, 바깥쪽에 비해 좀 더 조용하고 커뮤니티 시설 이용이 편리하기 때문이다.

이인혁 기자 twopeopl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