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 손가락으로 클래식과 재즈 넘나든 음악가 '피터 네로' 별세
클래식과 재즈의 경계를 넘나들며 많은 팬을 가진 미국의 피아니스트 겸 팝스 오케스트라 지휘자 피터 네로가 별세했다. 향년 89세.

미국 뉴욕타임스(NYT)는 피터 네로가 미국 플로리다주의 유스티스의 한 요양 시설에서 지난 6일(현지시간) 숨졌다고 보도했다.

피터 네로는 1960년대 클래식과 재즈를 접목한 개성있는 연주로 큰 인기를 얻었다. 생애에 걸쳐 총 72개에 달하는 앨범을 발표했다. 34년 간 미국 펜실베니아주의 팝스 오케스트라(대중적인 곡이나 가벼운 클래식 곡을 연주하는 오케스트라)인 필리 팝스의 지휘를 맡았다. 영화 음악도 만들었다.

1934년 미국 뉴욕 브루클린에서 태어난 그는 7살 때부터 음악 공부를 시작해 11살에 하이든 협주곡을 연주했다. 뉴욕 라디오 방송국 WQXR이 주최한 콘테스트에서 입상했는데, 당시 심사위원 중 하나인 피아니스트 블라디미르 호로비츠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다.

클래식 피아노로 음악을 시작한 피터 네로는 21살이던 1955년 전설적인 재즈 피아니스트 아트 테이텀의 음반을 듣고 재즈에 빠져들었다. 이후 뉴욕과 라스베이거스 등의 클럽에서 공연하며 클래식과 재즈를 결합한 본인의 음악적인 색깔을 만들어 나갔다.
열 손가락으로 클래식과 재즈 넘나든 음악가 '피터 네로' 별세
1961년 발표한 음반 '피아노 포르테'로 큰 인기를 끌었다. 그는 이 앨범으로 그래미상(최우수 신인 아티스트)을 받고 스타가 됐다. 이듬해엔 오케스트라와 함께한 최고의 공연 부문에서 다시 한번 그래미상을 수상했다. 1971년엔 영화 '42년의 여름'의 주제곡을 연주해 백만장의 앨범을 팔았다. 1970년대엔 오케스트라 지휘를 시작했다.

1979년 필리 팝스의 음악감독 겸 지휘자로 부임한 피터 네로는 한 손으로는 피아노를 치면서 다른 한 손으로는 오케스트라를 지휘하는 등 모습으로 청중들을 놀라게 했다. 안네 프랑크의 일기를 바탕으로 칸타타를 작곡하기도 했다. 그는 연간 100회가 넘는 연주회를 열며 2013년까지 오케스트라를 지휘했다.

신연수 기자 sys@hankyung.com